[비즈한국] 공개매각이 불발되며 홈플러스의 위기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새로운 인수자 물색부터 정부 개입, 농협 인수설까지 여러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모두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악화되는 자금난을 감안할 때, 통매각보다는 분할 매각 등 현실적인 대안을 서둘러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금난 속 퇴점보상비까지…현금 흐름 악화 가능성 커져
벼랑 끝에 선 홈플러스가 자금난까지 겹치며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최근 홈플러스는 입점 업체에 정산 대금 지급일을 연기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당초 지급일은 12월 1일이었지만 정산 대금을 제때 지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지급일을 연기한 것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급을 중단한 것은 아니며 곧 지급될 예정”이라면서도 “점포별 상황이 달라 정확한 지급일정은 확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자금 사정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회생 절차 신청 이후 자금 부족을 이유로 입점 업체 대금 지급일을 지키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홈플러스는 현재 점포 매출에서 발생하는 현금을 기반으로 협력업체 대금과 인건비 등을 지불하고 있는데, 매출 감소가 이어지면서 현금 운용 여력도 갈수록 줄어드는 실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달 직원 임금은 정상 지급됐지만, 입점 업체 대금 지연 사태가 발생하면서 12월 급여 지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내부에서 퍼지고 있다”며 “각종 세금 체납도 상당한 수준이라 정부 보증 등으로 겨우 버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홈플러스가 미납한 종합부동산세, 부가가치세, 지방세, 재산세 등 각종 세금 규모는 약 700억 원에 달한다. 전기요금과 건강보험료 등 기본적인 공과금조차 제때 납부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금 흐름은 앞으로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점 업체의 퇴점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매출 하락 폭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최근 홈플러스는 법원에 ‘퇴점보상비 지급’ 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점포에서 퇴점을 선택한 입점 업체에 보상금을 지급하기 위한 절차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임대료 협상이 결렬되면서 15개 점포가 폐점할 예정이었으나 폐점 계획을 보류했다”며 “다만 일부 점주들이 계약 종료나 퇴점을 원했고, 이들을 위한 보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법원에 허가를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점 업체의 이탈 조짐이 뚜렷해지는 분위기에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입점 업체가 빠져나가면 점포 공실이 늘고, 이는 곧 고객 유입 감소와 매출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중에서도 입점사가 많은 업체인 만큼 (입점 업체 이탈이) 매출에 끼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며 “특히 빈 매장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 소비자들도 홈플러스의 경영 상태를 부정적으로 해석하게 돼, 고객 이탈이 더 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29일 데드라인 임박…전문가들, 분할 매각 가능성 언급
홈플러스는 최근 인수 본입찰에 실패하며 정상화 절차가 다시 난항에 빠졌다. 11월 26일 마감된 본입찰에서는 기존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던 업체들마저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아 매각 절차가 불발됐다. 법원은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인 12월 29일까지 홈플러스와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 채권자협의회 및 이해관계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향후 진행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1차 매각이 불발된 홈플러스가 2차 매각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
하지만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기간에 적합한 인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홈플러스는 6월부터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인가 전 M&A를 추진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고, 10월 공개경쟁입찰로 전환한 이후에도 인수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반년 가까이 찾지 못한 인수 후보를 한 달 내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회의적 평가가 나온다.
뚜렷한 대안이 없는 가운데 농협 인수설까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농협이 자본력과 유통망을 갖춘 만큼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언급되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 상황에서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10월 국정감사에서 “홈플러스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농협도 여력이 없다”며 “농협유통과 하나로유통 모두 연간 400억 원 적자를 내고, 200명 넘는 직원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인수 불가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도 “농협이 이미 여러 차례 인수 의사가 없음을 밝힌 만큼 이 가능성은 거의 닫혔다”고 언급했다.
노조는 정부의 직접 개입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티메프 사태 등 유사한 사례가 이어졌고, 회생 절차를 밟는 기업이 홈플러스만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이런 여건에서 정부가 특정 기업만 선택적으로 지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도 “정부 개입보다는 시장 논리에 따라 진행되는 게 더 바람직하다”며 “지금 단계에서 정부가 개입한다고 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분할 매각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과거 매각을 추진했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 일부 사업부를 떼어내거나, 알짜 점포만 선별해 파는 방식이라면 협상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교수는 “수도권 일부 점포를 분할 매각하면 관심을 보일 유통기업들이 있을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 통매각은 사실상 어렵고, 결국 분할 매각이 유력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MBK파트너스가 통매각을 고수하려면 추가 자금을 투입해 버텨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자금난 때문에 분할 매각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12월 29일까지 입찰제안서 제출이 가능한 만큼 M&A 추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분할 매각에 대해선 아직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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