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영국 가수 올리비아 딘이 자신의 북미 투어 티켓 재판매 가격이 14배까지 치솟자, 티켓 재판매 플랫폼을 비판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를 본 세계적인 티켓 재판매 업체인 티켓마스터가 그의 북미 투어 티켓 정가 초과분을 환불하겠다고 나서 화제다. 티켓 재판매 업계의 자율 규제 필요성이 주목받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최대 티켓중개 플랫폼 티켓베이가 티켓 상한가를 100만 원으로 제한하는 자율 규제안을 발표했다.
#올리비아 딘 “역겨운 서비스” 중개플랫폼 맹비난
올리비아 딘은 11월 21일 인스타그램에 티켓마스터 등 티켓 재판매 플랫폼이 “역겨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자신의 북미 투어 티켓 가격이 티켓 재판매 플랫폼에서 정가의 14배에 달하는 1000달러(약 140만 원) 이상으로 팔리는 데 격분한 것이다. 딘은 “라이브 음악은 저렴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을 가능하게 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티켓마스터는 11월 26일 올리비아 딘의 입장을 지지하며 티켓 정가 이상으로 구매한 고객에게 차액을 환불하겠다고 발표했다. 올리비아 딘의 투어 티켓 재판매 가격에 상한선을 두겠다고도 덧붙였다. 티켓마스터 모회사인 라이브네이션 엔터테인먼트의 마이클 라피노 CEO는 “라이브 음악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라는 딘의 입장에 공감한다”며 “다른 플랫폼에도 같은 조치를 요구할 수는 없으나 솔선수범하겠다”고 밝혔다.
티켓 재판매 플랫폼이 직접 티켓 정가 초과분을 환불하는 드문 사례로, 티켓마스터의 조치는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 일로 티켓 재판매 플랫폼의 자율 규제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티켓 재판매 관련 논문을 발표한 권오상 전남대 법전원 교수는 “티켓 거래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시장 질서를 교란할 정도로 폭리를 취하는 것은 문제”라며 “과도한 웃돈이 붙은 경우에는 업체 스스로 공급이나 입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웃돈이 수십 배, 재판매 가격 과도하다
국내에서도 고가의 암표와 티켓 재판매 문제가 뜨겁다. 10월 29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티켓 재판매가 화두에 올랐다. 지난 한국시리즈 티켓이 최고 장당 999만 원에 거래되고, 정가 11만 원인 세븐틴 팬미팅 티켓은 650만 원까지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에서 티켓베이 거래 상위 1%(441명)가 연간 12만 건을 거래해 전체의 41%를 차지했다는 국세청 자료를 공개하며 사실상 영업 수준의 대규모 티켓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11월 11일 국무회의에서 암표에 대해 “과징금을 10배에서 30배 부과하고, 신고 포상금 제도 도입도 고려하라”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지시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하다. 최근에도 티켓베이에는 정가 5만 5000원인 멜론뮤직어워드 2025 입장권이 200만 원 넘는 가격에 올라오는 등 티켓에 수십 배 웃돈이 붙어 있다.
유튜브 채널 ‘왓더뮤직’ 크리에이터 이현파 씨는 “티켓 재판매 시장이 나쁜 이유는 공연을 보고 싶어하는 순수한 마음을 이용해 공연에 아무런 애정이 없는 암표상이 폭리를 취하는 것”이라며 “티켓 정가의 2배가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등 가격 상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에는 암표와 티켓 재판매 규제에 관한 법안이 발의됐다. 2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공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현행법에선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부정판매만을 처벌할 수 있지만, 개정안은 다양한 고가 재판매 행위를 금지한다.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상습 또는 영업’으로 자신이 구입한 가격을 넘는 금액으로 티켓을 판매할 수 없으며, 부정판매 행위자에게는 판매금액의 50배 이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신고포상금 제도도 신설했다.
개정안은 티켓 판매자와 플랫폼에 부정행위 방지 의무도 부과했다. 판매자에게 구매·판매 내역, 구매자·판매자 정보(성명, 연락처, 결제정보), 접속 기록(IP 주소) 등의 자료를 신고기관에 제출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조승래 의원은 “경기의 흥행 수익이 암표상과 플랫폼에 돌아가는 현 구조를 바로잡고, 관람객이 정당한 가격으로 문화·체육을 즐길 수 있는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며 “국세청 과세정보 공유와 함께 이번 개정안이 부정판매를 식별·처벌하는 제도적 보완장치로 작동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에서는 11월 13일 콜드플레이, 두아 리파, 라디오헤드 등 유명 아티스트와 축구 서포터 협회(FSA), 영국 소비자 권리 단체 ‘Which?’ 등이 티켓 재판매 가격 상한선 제도를 영국 정부에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는 11월 19일 티켓을 정가 이상으로 재판매하는 것을 불법화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가격 상한제 등 국내서도 자율 규제 시작
티켓 재판매 규제 목소리가 높아지자 국내 최대 티켓 재판매 플랫폼 티켓베이도 대응에 나섰다. 티켓베이는 내년 1월 1일부터 거래 가격 상한선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이달 1일 공지했다. 공연·스포츠 등 모든 티켓에 좌석 등급과 구역 무관하게 1매 기준 100만 원 미만으로 가격을 제한한다. 판매자가 직접 금액을 설정하는 자율 등록 원칙은 유지하나 상한선을 초과하는 금액은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원 예매처에서 허용하는 예매 가능 매수 범위 안에서만 재판매 등록을 허용하는 제도와 다계정 중복 등록 차단 시스템도 1일 도입했다. 더불어 고가 반복 거래·조직적 암표 거래 등의 정보 제공 체계를 구축해 경찰청·국세청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티켓베이 측은 “정부·공연사·예매처와의 협력 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입장권 2차 시장의 안전성·투명성·공정성 제고에 책임 있게 참여하겠다”며 “건전한 시장 환경 조성을 통해 소비자 보호와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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