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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리포트] 한강 '노벨상 효과'와 K콘텐츠의 미래

드라마·웹툰 급성장 반면 출판물 인기는 급감…순문학 외 업마켓픽션 웹소설 등도 번역지원 필요

2025.12.18(Thu) 10:16:09

[비즈한국] 한강 작가의 작품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서점가를 장악하다시피 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한강 열풍은 계속되었다. 주요 대학 도서관에서는 한강 작가의 작품들이 대출 도서 목록 상위권에 올랐다. 노벨상 효과가 여전했던 것이다. 단지 한강 소설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소설 매출이 전반적으로 20% 이상 늘었다는 통계가 이를 말해준다. 출판유통통합전산망 자료에 따르면, 국내 출판 시장의 소설 판매량은 2025년 들어 크게 증가했는데 그 이유로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꼽혔다. 지난해 1~9월 누적 520만 부가 판매되었는데, 올해 같은 기간에는 누적 637만 부가 팔렸다. 지난해보다 22.5%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꾸린 특별 매대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국내 소설과 해외 소설의 비중도 중요하다. 온라인 서점에 따르면, 2024년 한국 소설 판매량은 2023년보다 103.7% 증가한 반면 해외 소설 판매량은 8.8% 증가했다. 2025년 1~9월 한국 소설은 판매량이 2024년보다 46.9% 늘었는데, 해외 소설은 0.8% 증가에 불과했다. 해외 소설은 거의 늘어나지 않은 수준이다. 그만큼 해외 작품보다 국내 작가 작품에 주목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러한 현상은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에 따른 젊은 독자의 유입이 요인으로 거론된다. 젊은 작가의 등장도 꼽힌다. 올해 베스트셀러 소설로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성해나의 ‘혼모노’, 정대건의 ‘급류’, 양귀자의 ‘모순’,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가 있다. 이 가운데 성해나 작가는 2019년에 등단한 1994년생의 신예작가다. 무속과 현대사, 팬덤을 오가면서 엮어낸 ‘혼모노’는 젊은 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배우 박정민이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라고 쓴 추천사는 이 책의 특징과 시대적 의미를 말해준다. 주요 문학상 수상자들도 90년대생들이다. 제48회 이상문학상 예소연, 제26회 이효석문학상의 이희주, 제43회 신동엽문학상의 성해나 모두 90년대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시 분야에서도 젊은 작가들의 활약이 대단한데 차정은, 고선경, 유선혜 등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작가들이다. 요컨대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효과와 젊은 세대 작가의 등장이 문학계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11월 28일 한국출판학회 제48회 정기학술대회에서는 색다른 견해가 등장했다. 국내 상황과 달리 해외에서 한국 문학의 성장세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2024년 문학 번역 서적의 해외 판매는 전년 대비 약 2.3배 증가했는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일까. 

 

해외 한류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드라마·웹툰 등 다른 K콘텐츠는 급성장한 반면 한국 출판물의 인기는 최근 5년간 급격히 둔화됐다. 2024년 한국 문화콘텐츠 경험률 조사에서 출판물은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한강 작가를 비롯한 대부분 한국 문학의 해외 소개는 순문학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업마켓 픽션(Upmarket Fiction)이라는 개념이 주목을 받는다. 

 

업마켓 픽션은 상업성과 순수문학의 특징을 조화롭게 결합한 작품을 말한다. 대중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장르로 볼 수가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특징을 보면 친근한 캐릭터에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주제, 독자의 폭넓은 관심을 끄는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작품들을 가리킨다. 흥미진진하고 가독성이 높으며 이해와 공감이 용이한 것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해외 번역될 때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순수 문학 매체를 통해 등단한 작가들이 순수 문학상의 권위를 업고 번역지원을 받아 해외에 소개가 된다. 해외에서도 순수 문학 관련 매체의 주목을 받고 한강 작가처럼 유명한 문학상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작품은 현지의 젊은 세대에게 공감을 얻는 데 한계가 있다. 국내처럼 해외의 젊은 층도 순수문학보다 웹소설을 더 선호할 수 있다. 그러나 웹에서 인기 있는 작품이 번역지원을 받아 해외에 소개되지는 않는다. 번역지원은 매우 제한적이다. 웹소설이 드라마와 영상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도 말이다. 이런 면을 생각해보면 대형서점에서 나타난 소설에 대한 관심은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

 

세계 젊은이들이 K콘텐츠나 K스타일을 체험하고 싶어하는 것은 동시성 때문이다. 지금 한국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대중적인 작품을 공유하고 싶어한다. 한강 작가의 작품이 훌륭하지만 얼마나 많은 1020세대가 ‘인생작’이라고 생각할지는 모르겠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K콘텐츠 관점에서 우리가 가야 할 문학의 길은 명확하다. K콘텐츠는 결국 대중문화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번역지원도 밑에서부터 위로 흘러가야 한다. 톱다운(top-down), 위에서부터 밑으로 흐르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 특히 스마트모바일 시대는 더욱 그러하다. 이미 K콘텐츠가 보여준 것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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