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장형진 (주)영풍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최근 상호 비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장 고문과 최 회장은 지난해부터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여왔다. 이런 가운데 고려아연은 올해부터 주주총회 집중투표제를 도입했다. 집중투표제 도입에 따라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평가다. 장 고문과 최 회장이 비방 수위를 높이는 것도 소액주주의 여론을 돌리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장형진 고문이 이끄는 (주)영풍은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했다. 현재 영풍·MBK 연합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최윤범 회장 측보다 더 많다. 그러나 최윤범 회장은 올해 초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관련 기사 최윤범 회장,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 성공…영풍·MBK '쓴맛').
상법 369조에는 “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지분 10%를 초과해 갖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명시됐다. 순환출자 구조에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후 영풍은 올해 3월 고려아연 지분 25.42%를 유한회사 와이피씨(YPC)에 매각했다. 영풍은 YPC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은 주식회사에만 적용된다. YPC는 유한회사이므로 영풍은 YPC를 통해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내년 주주총회에서는 영풍·MBK 연합의 승리를 점치는 시각이 많다. 고려아연에는 현재 19명의 이사가 있지만 이 중 4명은 직무정지 상태다. 직무정지 이사 4명을 제외한 15명 중 11명은 최윤범 회장 측 인사고, 나머지 4명은 영풍·MBK 측 인사다. 또 15명 중 6명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6명 중 5명은 최 회장을 지지하는 이사고, 남은 1명은 장형진 고문 본인이다.
다만 영풍·MBK 연합이 내년 주주총회에서 승리하더라도 고려아연 경영권은 당분간 최윤범 회장이 가질 전망이다. 6명 모두 영풍·MBK 연합 측 인사가 선임돼도 최 회장을 지지하는 이사가 이사회 과반을 넘기기 때문이다. 영풍·MBK 연합의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는 2027년에야 가능한 셈이다.
물론 2027년에도 경영권 행방을 장담할 수 없다. 집중투표제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올해 1월 집중투표제를 도입했다. 집중투표제란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5명의 이사 후보가 출마할 경우 1주당 5표를 갖게 된다. 주주 한 사람이 5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도 있다.
집중투표제를 적용하면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인지 최근 고려아연과 영풍은 여론전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영풍은 지난 9월 15일 “최윤범 회장이 그동안 보여준 경영 행태는 나쁜 기업지배구조의 전형이자 주주가치 훼손의 모든 것”이라며 “고려아연의 지배구조가 바로설 때까지 법과 시장의 원칙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영풍은 약탈적 사모펀드 MBK와 손잡고 기습적으로 적대적 M&A를 시도한 이래 고려아연의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비상식적인 공격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영풍은 먹튀 오명 속에 온갖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MBK와 손잡고 허울뿐인 거버넌스 개선을 외치는가 하면 양사 간 독립경영 원칙을 훼손하고 기습공격을 감행했다”고 반박했다.
최윤범 회장의 올해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고려아연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5조 4335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7조 6582억 원으로 40.94%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532억 원에서 5300억 원으로 16.93% 늘었다. 최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경제사절단에 동행하는 등 경영 외적인 부분에서도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에 대해 “전통적인 제련 사업의 한계를 넘어 희소금속과 구리·니켈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경쟁우위를 확보 중”이라며 “영업 외적인 이슈에 다소 주목도가 높은 상황이나 침체된 제련 업황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기록함으로써 사업 구조의 우수성을 증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영풍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1조 4935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 1717억 원으로 21.54% 감소했다. 또 지난해 영업손실 1607억 원을 거둔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50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실적이 좋은 최윤범 회장을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MBK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다. MBK는 홈플러스 최대주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홈플러스는 현재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홈플러스 내부 직원뿐 아니라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도 MBK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9월 2일 인사청문회에서 MBK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병주 MBK 회장은 홈플러스 관련 언급은 없이 MBK장학재단 장학생을 격려하는 등 개인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샀다(관련 기사 홈플러스 직원엔 침묵하더니…김병주 MBK 회장, 뜬금없는 장학생 격려에 뒷말).
영풍·MBK 연합이 지분은 앞서지만 2027년 이후에나 고려아연 경영권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 최윤범 회장도 대책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장기화를 점치는 이유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
제4 인터넷전문은행 탄생 무산…소소뱅크·소호은행 재도전 밝혀
·
'예비유니콘' 팀프레시의 150억 운송료 미정산 사태 9월 결론 날까
·
알테오젠 '플랫폼 기술' 미국 FDA 승인, 국내 신약개발 판도 바꿀까
·
[단독] 타이어뱅크 회장 일가 회사가 '코리안 에어웨이' 등 상표 출원…에어프레미아 사명 변경할까
·
[단독] 청산가치 1900만 원? SM 계열사 한스케미칼자산 설립 9개월 만의 청산 내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