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번 주 국내 증시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할 변수는 기업 실적도, 주요 경제지표도 아니다. 시장의 시선은 해외를 향해 있지만, 그 여파는 국내 금융시장으로 전해진다. 핵심 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21일(현지시간) 특별 연설을 할 예정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베네수엘라 사태, 미국 내 생활비 부담 완화 대책 등 외교·경제 현안이 언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 발표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시장이 긴장하는 이유는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말의 방향과 강도’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면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미 외교적 수사의 영역을 넘어 구체적인 정책 위협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는 다보스 포럼 참석을 앞두고 이른바 ‘그린란드 미국 영토화’ 구상에 반대 입장을 밝힌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관세 보복 방침을 날짜와 수치까지 명시해 공개했다. 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과 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 등 전통적인 서유럽 동맹국들의 대미 수출품에 대해 2월 1일부터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6월부터는 이를 25%까지 인상하겠다는 방침이다. 자신과 미국의 그린란드 합병 구상에 협조할 때까지 추가 관세를 유지하겠다는 압박도 곁들였다.
공교롭게도 이들 국가는 모두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는 미국의 핵심 우방국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포럼 연설 주제는 ‘다툼이 더 심해져 가는 세계에서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로 알려졌는데,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동시에 관세를 경고한 셈이 됐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외교적 명분이 아니라 말이 실제 정책 리스크로 전환되는 속도다.
증권가 역시 이번 주를 ‘숫자의 주’가 아니라 ‘변동성의 주’로 보고 있다. 상상인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개입과 관치, 사법적 이슈가 맞물리며 “업종 및 종목에 미치는 영향력이 양극단으로 구분되는 흐름을 자아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전쟁과 에너지, 영토와 관세를 둘러싼 발언은 원유·원자재 가격 변동성을 자극하고, 이는 환율과 수급을 통해 국내 증시의 업종 로테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변수로 지목된다.
이 같은 흐름은 이미 국내 증시에서도 감지된다. 최근 코스피는 지수 방향성보다 업종 간 온도 차가 더 뚜렷하다. AI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업종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환율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한 업종에서는 매매가 빠르게 엇갈린다. 해외 변수가 지수 자체보다 종목 선택의 난이도를 높이는 국면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쏟아내는 ‘말’은 국내 증시 관점에서 정책 기대의 대상이라기보다 변동성을 관리해야 할 위험 요인에 가깝다. 외교·안보 이슈나 미국 정치권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생활비(Affordability) 개선’ 관련 발언은 글로벌 금리 기대를 흔들 수 있고, 이는 곧바로 원·달러 환율과 외국인 수급 변화로 이어져 국내 증시의 단기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런 정치 이벤트 국면에서 투자자들이 흔히 빠지는 대응 방식이다. 해외 정치 이슈를 국내 증시와 무관한 변수로 치부하거나, 반대로 발언의 방향성을 미리 맞히려는 시도 모두 위험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트럼프의 말 한마디는 장기 추세를 바꾸기보다 단기 수급과 심리를 자극하며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그 영향은 언제나 환율과 외국인 자금 흐름을 통해 국내 시장으로 전이됐다.
이번 주도 마찬가지다. 발언의 방향이 어떻든 시장은 먼저 움직이고 나중에 해석한다. 그 과정에서 일부 업종은 과도하게 반응하고, 일부 종목은 이유 없이 소외된다. 이런 국면에서 방향성을 예측해 베팅하는 전략은 기대 수익보다 피로와 시행착오를 키우기 쉽다.
이에 따라 필요한 것은 예측이 아니라 관리다. 우선 원·달러 환율과 외국인 수급의 변화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치 이벤트는 환율의 단기 변동성을 키우고, 이는 곧바로 외국인 매매 패턴에 반영된다. 업종 간 쏠림도 경계해야 한다. 특정 테마에 대한 추격 매수는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손실로 돌아오기 쉽다. 마지막으로 단기적인 소음이 걷힌 이후를 기다리는 인내가 중요하다.
이번 주 국내 증시는 ‘숫자’가 아니라 ‘말’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그 말은 오래 남지 않는다. 연설이 끝나면 시장은 다시 실적과 펀더멘털로 시선을 돌릴 것이다. 투자자가 기억해야 할 것은 연설의 문장이 아니라 변동성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원칙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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