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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리더십 격변] ① SKT 정재헌, 위기관리형 CEO 첫 과제는 'AI 수익화'

보안사고 수습과 AI '두 마리 토끼'…법조인 출신으로 위기 관리와 질적 성장 병행 시험대

2026.01.20(Tue) 17:38:21

[비즈한국] 올해 국내 통신 3사의 경영 체제가 나란히 재정비됐다. 지난해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고와 잇단 보안 논란으로 내부 통제와 의사결정 구조의 한계가 드러난 데다, 통신 사업의 성장 정체가 겹치면서 손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각 사는 위기 관리와 신뢰 회복을 위한 자사만의 해법을 내세우고 있다. 사령탑들이 어떤 우선순위와 실행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통신 산업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지난해 4월 발생한 대규모 가입자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고 이후 1년 가까이 보안 사고의 여파 속에 있었다. 사후 수습과 신뢰 회복에 역량을 쏟는 사이 실적과 조직 분위기 모두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창사 이래 첫 법조인 출신 CEO인 정재헌 CEO의 등장 역시 법적·재무적 대응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평가다. 정 CEO 앞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해킹 사태의 뒷수습과 AI 수익화라는 과제가 동시에 놓여 있다. 

 

SK텔레콤의 새 사령탑 정재헌 CEO는 해킹 사태 수습과 함께 AI 수익화 등 성장 병행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 CEO는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을지로 본사 수펙스홀에서 구성원을 대상으로 취임 후 첫 타운홀을 열고 이동통신사업과 AI 사업에 대한 혁신 방향을 발표했다. 사진=SK텔레콤 제공


#소송 대응·흑자 정상화 향한 여정 본격화 

 

정재헌 CEO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으로 20년 가까이 판사로 일했다. 2020년 SK그룹이 ‘New ICT’ 사업 확대를 추진하며 영입했을 당시, 법무·리스크 검토 강화를 위해 신설한 법무2그룹의 초대 센터장을 맡았다. 이후 2021년 SK스퀘어 설립 시에는 투자지원센터장을 맡아 전략·법무·재무 등을 아우른 창립 멤버다. CEO 선임 전에는 SKT 대외협력사장을 맡아 해킹 사태에 대응하며 그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CEO 체제의 첫 시험대는 여전히 진행형인 해킹 사태 수습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2분기부터 약 2300만 명 규모의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홍역을 치렀다. 이후 ‘고객 감사 패키지’를 시행하며 신뢰 회복에 나섰지만 보상 및 법적 대응과 관련한 논의는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지난 19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부과한 1347억 9100만 원의 과징금 처분에 반발해 ​SK텔레콤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적 공방이 본격화됐다. SK텔레콤에 대한 제재는 구글·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사례를 웃도는 역대 최대 규모다. 회사는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의 형평성과 적정성, 직접적인 이용자 피해 여부 등을 법리적으로 따질 것으로 예상된다. 집단분쟁조정 등의 소송 대응이 줄지어 예고된 상황에서 정 CEO의 리스크 관리 기조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이 가입자 유심 무상 교체를 시작한 지난해 4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T월드 직영 매장 앞에서 고객들이 유심 무상 교체를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실적 관리 역시 정 CEO가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다. 보안 사고의 여파는 재무제표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증권가는 SKT의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4조 3530억 원, 영업이익은 844억 원 수준으로 추정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5%, 영업이익은 66.8% 줄어든 수치다. 

 

유심 교체를 비롯해 ‘고객 감사 패키지’ 등의 비용과 SK브로드밴드의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인건비 등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 여파로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484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90% 줄었고, 순손실도 1667억 원에 달해 2000년 이후 이어진 분기 흑자 흐름이 처음으로 끊겼다. 

 

다만 최근 KT의 위약금 면제 조치 기간에 발생한 번호이동 수요를 흡수하면서 가입자 점유율 반등의 실마리가 보였다. 단기적인 반사이익을 넘어 중장기적인 고객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향후 서비스 품질과 보안 강화 등에 달렸다는 평가다. 

 

#‘에이닷’ 유료화로 AI 수익화 역량 보여줄까 

 

사고 수습으로 속도가 더뎠던 AI 사업 역시 다시 힘을 받아야 하는 영역이다. 통신 본업의 성장 정체가 뚜렷한 상황에서 통신 업계는 올해를 AI 수익화의 가능성을 증명해야 할 시기로 보고 있다. 지난해를 AI 사업 원년으로 선언한 만큼, 기술 경쟁력을 넘어 수익화의 비전이 구체화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상반기 중 AI 에이전트 ‘에이닷(A.)’의 유료화 추진이 핵심이다. 회사는 이를 구독 서비스나 통신 결합상품 형태로 제공해 실질적인 수익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인데, B2C와 B2B를 아우르는 성장 축으로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선 에이닷은 지난해 9월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000만 명을 돌파하며 국내 B2C AI 서비스 중 가장 많은 사용자 기반을 확보했다. 최근 ‘에이닷 노트’ 출시와 함께 B2B용 ‘에이닷 비즈’ 등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단계다.

 

기술적 자신감도 충분하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에서 SKT 정예팀이 선보인 ‘에이닷엑스 케이원(A.X K1)’은 국내 최초로 매개변수 5000억 개를 넘긴 519B급 거대 모델이다. 하반기 이후 멀티모달 고도화를 앞두고 있는데, 이를 GPU 클러스터 ‘해인’과 울산 AI 데이터센터 등 자체 인프라와 결합해 ‘모델-인프라-서비스’로 이어지는 AI 가치사슬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CIC 개편·ROIC 전환, ‘질적 성장’으로 방향 튼다

정재헌 CEO는 경영 체질 개선 의지도 분명히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회사의 핵심 관리지표를 기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에서 투하자본이익률(ROIC)로 전환했다. 대규모 선제 투자가 불가피한 AI 산업 환경에서, 양적 성장보다 자본 효율성과 내실을 중시하겠다는 의미다.

 

서울시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SK텔레콤 본사. 사진=임준선 기자


EBITDA가 현금창출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라면, ROIC는 투입한 자본 대비 실제 성과를 가늠하는 지표다. 기업 회계 전문가는 “EBITDA는 현금창출능력에 의의를 두는 지표다. ​장치산업이나 설비산업 등 대규모 투자가 있으면 그 수치 역시 이익처럼 보인다. 통신업의 확장성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장기적인 경쟁력과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면서 “다만 ROIC의 계산이 좀 더 복잡하고 ‘영업’이라는 기준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타사와 정확한 비교는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조직 구조도 손질했다. 지난 연말 인사와 조직 개편 시 통신과 AI 사업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각 부문을 양대 사내독립회사(CIC) 체제로 구분한 조치다. AI CIC는 △B2C AI(에이닷) △B2B AI(산업·클라우드) △디지털플랫폼 △AI 데이터센터(DC) 등으로 재편해 전문성을 높였다. 기술 영역인 플랫폼과 AI 모델 역량을 집중해 실질적인 사업 추진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정재헌 CEO는 지난달 구성원 대상 첫 타운홀 미팅에서 자신을 ‘변화 관리 최고책임자(Change Executive Officer)’라고 규정했다. 그는 “AI 전환은 특정 조직의 과제가 아니라 전 구성원이 참여해야 할 생존 과제”라며 조직 전반의 도전과 변화를 주문했다.

 

올해는 SK텔레콤이 보안 사고의 늪에서 벗어나 ‘AI 컴퍼니’로 도약할 수 있을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 CEO의 리스크 대응 및 거버넌스 관리  역량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정 CEO 체제에서 양대 CIC 조직을 통해 통신과 AI 사업을 각 영역 특성에 맞게 운영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의사결정과 사업 추진의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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