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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 공약 지킨 이재명 대통령, 환율 1400원 예고 파장은?

이례적 환율 언급에 시장 흐름 변화…자산 배분·환 헤지 등 국민연금 예의주시해야

2026.01.25(Sun) 16:44:39

[비즈한국] 코스피 5000 시대를 연 이재명 정부의 다음 도전 과제는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으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가운데, 이 대통령이 직접 “한두 달 뒤 1400원 전후로 내려갈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환율 흐름과 정책 신호를 둘러싼 시장의 해석이 분분하다.

 

대통령의 환율 발언 이후 실제 시장에서는 달러 매수 열기가 식고, 환율 상승세가 주춤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주식시장 초강세,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 문제, 외환 당국의 안정화 기조가 맞물리며 ‘환율 고점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두 달 내 환율이 1400원 전후로 내려갈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언급한 이후 달러 매수 열기가 식고 환율 상승세가 둔화되는 등 시장 흐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대통령의 이례적 환율 발언, 정책 의지의 신호탄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외환 당국에 따르면 한두 달 정도 지나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환율 수준과 시점을 특정해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통상 정부와 한국은행은 환율 안정 대책을 내놓더라도 목표 환율이나 전망 수치를 공개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특정 숫자 언급 자체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직접 발언에 나선 것은 외환 시장 상황을 단순한 변동성이 아닌 ‘관리 대상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 발언은 외환 당국이 급격한 환율 상승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졌고, 한동안 이어지던 ‘달러 사재기’ 심리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낳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금융권에 따르면 22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예금 잔액은 632억 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말보다 약 3.8% 감소했다. 석 달 연속 증가하던 달러예금이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특히 전체 달러예금의 약 80%를 차지하는 기업 자금이 빠르게 줄었다. 환율이 고점에 근접했다는 인식 속에 차익 실현성 달러 매도가 늘어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달 들어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금액은 지난해 평균을 크게 웃돌았고, 대통령이 발언한 21일에는 하루 환전 규모가 급증하기도 했다. 벌써 외환 시장에서는 “상승에 베팅하던 자금이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연금, 주식·환율 모두 변수…기금위 1월 소집 주목

 

환율과 함께 주목받는 변수는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이례적으로 1월에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자산 배분 전략을 점검한다. 결산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 회의를 여는 것은 2021년 이후 처음이다.

 

배경에는 국내 주식시장의 초강세가 있다. 2026년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목표 비중은 14.4%이며, 허용 범위를 감안한 상한선은 19.4%다. 그러나 코스피 급등으로 국내주식 비중은 이미 목표치를 크게 웃돌았고, 상한선에 근접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환 헤지 전략과 외환 당국의 안정화 기조가 맞물리며 환율 고점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실제 1400원대 안착 여부는 대외 변수에 달려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장중 코스피 지수 5000을 돌파하자 기뻐하는 우리은행 딜링룸 직원들. 사진=임준선 기자

 

자산 배분 원칙상 이를 초과할 경우 국내 주식을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주식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환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비중과 환 헤지 전략이 외환 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는 이유다.

 

앞서 기금운용위원회는 시장 상황에 따라 전략적 환 헤지를 유연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관련 협의체와 태스크포스팀을 가동 중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의 환 헤지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며 원화 약세가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통화·재정 당국도 공감…“지금 환율은 높은 수준”

 

당국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고환율과 관련해 “국민연금에서 새로운 굿 뉴스가 나올 수 있다”며 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두 달 뒤 1400원 가능성’에 대해서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어떤 모델로 봐도 현재 환율 수준은 높은 편이며, 누가 봐도 조정될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정책 수단이나 목표 환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환율 상승세가 둔화되고 달러 매수 열기가 식는 등 단기 흐름은 변화하고 있다. 미·일 외환 시장 개입 가능성, 엔화 강세 조짐 등 대외 변수 역시 원화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환율이 실제로 1400원 초반까지 안정될지는 글로벌 금융 환경, 미국 통화 정책, 지정학적 변수 등 복합적인 요인에 달려 있다. 대통령의 발언은 방향성을 제시한 신호에 가깝지, 특정 수준을 보장하는 약속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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