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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욱의 나쁜골프] '특가'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골퍼를 본 일이 있는가

수요 줄었는데 가격 올리는 속내는 '이중 가격 구조'…특별한 사정 없다면 '특가'가 '정상가'

2026.02.19(Thu) 10:55:04

[비즈한국] 경기도 화성에 있는 한 회원제 골프장이 4월 1일부터 그린피를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주말 비회원 그린피가 30만 원이다. 포천의 한 회원제 골프장도 그린피 인상을 공지했는데 2만 원이 올라 주말 비회원 그린피가 30만 원으로 올랐다. 둘 다 1년에 몇 번은 라운드를 하는 좋아하는 코스라 더 관심이 갔다. 그래서 충격도 컸다. 코스 셋업도 재미있고 관리를 잘하는 코스지만 ‘나는 과연 그 그린피에 라운드를 할 것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대답은 주저 없이 ‘No’다.

 

골프장은 정가를 올려 특가로 빠지는 매출을 보전하려 하고, 골퍼들은 미리 예약하기보다 눈치 게임을 벌이며 특가를 찾아 헤매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사진=생성형AI

 

골프장 측은 인건비를 포함한 물가 인상과 재산세, 보유세, 시설 개선을 그린피 인상의 이유로 들었다. 협의 끝에 인상분을 최소화했다는 예의상의 읍소도 덧붙였다. 이 소식은 골퍼들을 적잖이 당황하게 만들었다. 어떤 골퍼는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도 했다.

 

코로나 기간 중 다시 안 올 역대급 호황의 시기를 거친 후 엔데믹 이후 골프장의 매출은 급격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MZ세대들의 이탈로 골프장 내장객뿐 아니라 골프용품과 골프웨어 시장, 심지어 스크린 골프의 매출도 감소세라는 기사를 접해 왔기 때문에 ‘그린피 인상’이란 소식을 들은 골퍼들의 반응은 “뭐라고, 오히려 올린다고?”가 주를 이룬다. 수요가 감소하면 가격은 내려간다고 배우지 않았나. 사람들이 골프를 덜 쳐야 그린피가 내려가지라고 우리는 주장하지 않았던가. 일본이 그랬듯이 우리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골프장은 왜 이런 상황에서 그린피를 인상했을까? 그것은 바로 ‘정가’와 ‘특가’의 이중 가격제 때문이라고 추측해 본다. 대한민국 골프장 매출의 25% 이상이 법인카드 매출이다. 접대 골프라고 하는 비즈니스 골프의 비중도 꽤 높은 편이다.

 

보통 비즈니스 골프의 부킹은 일반 친목 골프에 비해 한참 전에 이뤄진다. 비즈니스 골프를 하는 골퍼들의 스케줄은 대부분 빽빽한 편이고, 미리 골프장과 날짜를 서로 공유하는 게 ‘접대의 기술’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고압적인(?) 갑님은 본인이 선호하는 골프장을 지정하기도 한다. 당연히 특정한 날에 특정한 골프장에 꼭 가야만 하는 라운드는 그린피도 골프장에서 정해 놓은 ‘정가’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린피는 ‘정가’의 금액을 부끄럽게 하는 ‘특가’가 존재한다. 물론 아직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되지 않은 2월이지만, 지금 부킹앱에서는 경기도 이천의 중급 이상의 평일 특가가 10만 원 미만으로 나온 것도 있다. 티타임이 임박할수록 특가 티는 쏟아지고 가격은 떨어진다. 미리 티(tee)를 확보해 놓은 부킹 매니저들은 어떻게 해서든 티를 소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좀 먼 골프장 같은 경우엔 한밤중에 새벽 특가 티를 잡고 라운드를 마친 뒤 다시 임박한 오후 티를 잡으면 18홀 그린피로 36홀 라운드도 가능한 것이 ‘특가’다. 이쯤이면 골프장 그린피는 ‘정가’와 ‘특가’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특가’와 ‘비특가’로 나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결국 부지런해서 미리 부킹하는 사람은 더 높은 그린피를 내고, 느긋하게 기다렸다가 ‘눈치 게임’을 하는 골퍼들은 낮은 그린피를 내는 상황이다. 어쩌면 이런 행태 때문에 골프장들은 그린피를 일단 인상하고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비싸도 와야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정가로 비싸게 받아서 특가로 빠지는 매출을 메우자는 전략이 아닐까?

 

접대 골프가 아니더라도 그날 그곳에 꼭 가야 하는 라운드, 소위 ‘모시는 골프’가 높은 비율로 존재하는 것이 대한민국 골프 시장이니까.

 

그렇다면 우리 골퍼들 입장에서는 굳이 미리 부킹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가 타당하게 들린다. 물론 티타임 잡기가 어려운 극성수기 때에는 상황이 다를 수도 있다. 라운드 날보다 한 달 전, 그 이상 전에 부킹을 하면 마음은 편할지 몰라도 골퍼의 지갑은 편치 않을 것이다. 이러다가 부킹을 못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다리면, 그리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면 분명 특가가 나오지 않을까?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가사가 생각난다.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골프장의 그린피 인상은 많은 골퍼들을 하이에나로 만들고 있다. 특가를 찾아 부킹앱을 어슬렁거리는 골퍼,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필자 강찬욱은? 광고인이자 작가.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현재는 영상 프로덕션 ‘시대의 시선’ 대표를 맡고 있다. 골프를 좋아해 USGTF 티칭프로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글쓰기에 대한 애정으로 골프에 관한 책 ‘골프의 기쁨’, ‘나쁜골프’, ‘진심골프’, ‘골프생각, 생각골프’를 펴냈다. 유튜브 채널 ‘나쁜골프’를 운영하며, 골프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와 생각을 독자 및 시청자와 나누고 있다.​​​   

강찬욱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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