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Story↑Up > 덕후

[밀덕텔링] 싱가포르 대표 방산업체 'ST엔지니어링'이 주목받는 이유

장갑차·포탄 생산이 주력·MRO에도 강점…한국 방산 기업과 협업 모색 중

2026.02.05(Thu) 10:21:50

[비즈한국] 지난 몇 년간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이 일명 ‘K-방산’이라는 이름으로 눈부신 성장을 한 배경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긴 힘들다. 냉전 붕괴 이후 최대 규모의 재래식 전쟁으로 수많은 무기들이 소모되는 동안, 방산 물자에 대한 생산 능력이 뛰어나 납기를 지킬 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방위산업만큼 지난 몇 년간 눈부신 성장을 이룩한 ‘숨어 있는 방산 강국’이 바로 싱가포르이다. 싱가포르는 인구 600만 정도의 서울보다 작은 도시국가이지만 엄연한 방산 수출국이고, 특히 최근 몇 년간 재래식 무기 수출 실적이 크게 늘어났다. 싱가포르 최대의 방산업체인 ST엔지니어링의 역량이 매우 뛰어난 덕분이었다.

 

ST엔지니어링의 신형 테렉스 장갑차. 사진=김민석 제공

 

작은 도시국가의 방산업체답지 않게 ST엔지니어링의 사업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상업 항공 분야는 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분야의 강자로, 아시아 1위 수주량을 자랑하며 도시 보안 시설 관련 사업도 진행한다.

 

하지만 ST엔지니어링의 핵심 경쟁력은 방산 부분에 있다. 작은 나라답지 않게 다양한 무기체계를 생산하는데, 특히 포탄 생산 능력이 좋아 유럽 시장 수출에서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자주포 및 야포에 쓰이는 155mm 포탄과 보병 지원 화기인 40mm 유탄이 주된 수출품이다.

 

포탄이나 총알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의 성과도 상당하다. 수십 년간 자체 개발 총기 개발에 매진해 싱가포르군이 채택한 돌격소총 SAR21뿐만 아니라 울티맥스(Ultimax) 기관총처럼 수십 년간 꾸준히 팔린 총기들이 은근히 많다. 총기 산업 인지도 측면에서는 사실 한국보다 싱가포르가 앞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첨단 대형 무기도 바로 이 ST엔지니어링이 만든다. 해양(Marine) 사업부는 싱가포르 해군의 모든 수상함을 자체 건조하고, 포미더블(Formidable)급 호위함은 프랑스와 합작해 방공 능력이 아주 우수하며, 현재 건조 중인 차세대 호위함 빅토리(Victory)급은 배수량이 8,000톤에 이르고 다양한 무인 수상함을 운용하는 선진적인 개념을 도입했다.

 

ST엔지니어링이 가장 두각을 보이는 부분은 지상 무기(Land systems) 분야이다. 지뢰 방호 능력과 수륙양용 능력을 함께 갖춘 브롱코(Bronco) 장갑차는 영국, 독일, 태국, 우크라이나에서 사용 중인 우수한 장갑차이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실전 투입됐고, 많은 영국 병사를 구해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다만 ST엔지니어링도 ‘철옹성’ 북미 시장은 뚫지 못했다. 테렉스(Terrex) 차륜형 장갑차가 미국 해병대 ACV 장갑차 사업의 최종 후보에 올랐으나 영국 BAE시스템즈에 패배했다. ST엔지니어링은 이 패배가 분했는지 지난 2월 3일부터 개막된 싱가포르 에어쇼에서도 이 테렉스 장갑차의 최신 업그레이드 버전인 테렉스 ‘s5HED’를 공개하고 적극적인 판촉에 나섰다.

 

테렉스 s5HED의 가장 큰 특징은 하이브리드 추진기관이다. 저속 기동 시 전지와 모터만으로 움직여 적이 알아차릴 수 없는 초저소음 주행이 가능하고, 장거리 운행 시 연비도 향상돼 작전 능력이 대폭 강화됐다. 우리도 아직 개발 중이며 실제 양산에는 이르지 못한 기술이다.

 

테렉스 장갑차에 장착된 애더(ADDER) 무인 포탑의 화력도 우수하다. 애더 무인 포탑에는 30mm 기관포와 7.62mm 기관총이 장착돼 있는데, 테렉스 s5HED는 새롭게 탑재한 4개의 드론 탐지 레이더와 애더 무인 포탑을 조합해 적 자폭 드론 공격을 기관포로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그런데 이 ST엔지니어링이 한국 방위산업과의 광범위한 협력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지난 2월 3일부터 7일까지 개최된 싱가포르 에어쇼에서 필자와 인터뷰한 ST엔지니어링 추아 진 키앗(CHUA Jin Kiat) 국제사업부문 대표는 이미 ST엔지니어링이 한국의 여러 강소기업과 협업 중이며 협력 대상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필자의 취재 결과 대드론 체계, 장갑차용 부품 등 몇 가지 분야에서 이미 ST엔지니어링의 주요 제품에 한국산 구성품이 들어갔으며, 한국 내 협업을 단순 부품 하청이 아닌 AI, 드론, 유무인 협력(MUM-T)까지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 전 이후 중요해진 드론 공격을 막는 소프트킬(드론 재머) 및 하드킬(요격 드론)까지 포함돼 있다.

 

또한 ST엔지니어링과 한국 방산업계가 같은 협력사를 공유하는 부분도 많은 점이 주목된다. 가령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리투아니아산 무인지상플랫폼 ‘THeMIS’의 한국형인 THeMIS-K를 개발 중인데, ST엔지니어링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리투아니아와 협력해 3자 협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강력한 적은 강력한 동지이기도 하다. 강소국 싱가포르는 좁은 국토와 제한된 자원에도 특화된 방위산업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처럼 납기 경쟁력으로 큰 성과를 내는 주목할 만한 방산 강국이다. 싱가포르 방위산업과 한국 방위산업이 광범위한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밀덕텔링] [단독] 방사청, 차세대 해양정보함 AGX-III 형상 및 일정 최초 공개
· [밀덕텔링] 개성 무인기 사건으로 본 우리 안보의 '3가지 구멍'
· [밀덕텔링] [단독] 북한 개성 추락 무인기, 지난해 11월 경기도 추락 기체와 '판박이'
· [밀덕텔링] "하늘은 드론, 땅은 UGV" 현대전 게임체인저 '군용 지상 로봇'의 필요성
· [밀덕텔링] '기형적 가분수' 북한 신형 원자력 잠수함의 비밀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