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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의 계정공유] 설 연휴에 무슨 영화 볼래? 사극, 액션, 힐링 중 '골라골라'

올해의 기대작 '휴민트', 가족과 함께 '왕과 사는 남자', 마음 따뜻해지는 '넘버원' 등

2026.02.06(Fri) 15:22:36

[비즈한국] 침체된 극장가에 훈풍이 돌 수 있을까? 2월 14일부터 시작되는 5일간의 설 연휴 기간에 한국영화 세 편이 관객을 기다린다. 먼저 스타트를 끊은 ‘왕과 사는 남자’, 올 상반기 최대 화제작인 ‘휴민트’, 그리고 김태용 감독-최우식, 최우식-장혜진 콤비의 ‘넘버원’이 그 주인공. 장르도 다르고, 체급도 다르고, 그런 만큼 각각 기대 포인트와 소구 대상도 다른 영화들이다. 어쨌거나 취향과 상황에 따라 골라볼 수 있는 선택지가 많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연휴에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극장 나들이할 계획이 있다면 참고하시길. ‘왕과 사는 남자’는 2월 4일 개봉했고, 다른 영화들은 전부 2월 11일 개봉. 

 

#남녀노소 온가족이 함께한다면 ‘왕과 사는 남자’

 

사진=쇼박스 제공

 

삼촌이 어린 조카를 내쫓고 왕위를 찬탈한 계유정난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이야기. 그러나 ‘왕과 사는 남자’는 계유정난의 주인공인 수양대군(세조)이 아니라 쫓겨난 단종 이홍위(박지훈)와 유배지에서 그를 맞는 촌장 엄흥도(유해진)에 주목해 차별화를 꾀한다.

 

이야기도 그럴 듯하다. 엄흥도는 마을을 조금이나마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 한양에서 귀양오는 양반을 자기 마을로 맞기 위해 노력한다. 요즘 말로는 지자체에 경제효과를 내기 위해 교도소 유치전에 뛰어든 셈이다. 그런데 하필 그가 맞는 이가 언제고 한양으로 복귀할 수 있을 고관대작 출신이 아니라 자칫 마을에 화를 불러올 수 있는 쫓겨난 왕 이홍위인 것. 이홍위 또한 자신의 존재 때문에 숱한 사람들이 죽었다는 괴로움으로 삶의 의지를 잃은 터라 엄흥도를 비롯한 마을사람들의 노고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가까워지게 될까. 

 

사진=쇼박스 제공

 

결론이 정해진 이야기지만 그 여백을 채우며 풍성하게 만드는 건 배우들의 호연이다. 유해진의 코미디 연기가 초반을 이끈다면, 그를 뒷받침하는 건 한없이 깊은 박지훈의 눈빛.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시리즈로 배우의 존재감을 확고히 한 박지훈은 그간의 많은 단종들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인상적인 단종을 연기해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영화에 힘을 불어넣는다. 한명회 역의 유지태를 비롯해 특별출연한 박지환과 이준혁도 극의 텐션에 제 몫을 다한다. 

 

스펙터클한 쾌감을 원한다면 심심하겠지만,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게 이 영화의 강점. 무엇보다 연휴 기간 모인 남녀노소 온가족이 함께 보기에 가장 실패가 적을 작품으로 보인다. 

 

#심심한 건 못 견디는 멤버들이 모였다면 ‘휴민트’

 

사진=NEW 제공

 

류승완 감독의 신작 ‘휴민트’는 설 연휴를 넘어 올해의 기대작 중 하나. ‘베를린’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인지라 류승완의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흥미를 돋울 것이며, 무엇보다 액션의 장인 류승완답게 맨몸 액션부터 총격전, 카체이싱까지 두루두루 선보인 액션의 쾌감이 남다르다. 

 

영화의 배경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희생된 정보원이 남긴 단서를 쫓아 이곳으로 온 국정원 블랙요원 조 과장(조인성)은 북한식당 종업원 채선화(신세경)에 접촉해 그를 새로운 휴민트 작전의 정보원으로 삼는다. 한편 국경 지역의 실종 사건을 조사하러 파견된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이 선화와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되는데. 여기에 사건의 배후에 연루된 북한 총영사 황치성(박해준)까지, 각자의 목적을 지닌 남북한 첩보원들이 충돌하게 된다. 

 

사진=NEW 제공

 

‘휴민트’는 ‘모가디슈’ ‘밀수’에 이어 또 한 번 류승완과 함께하는 조인성의 시원시원한 피지컬이 휘두르는 노련한 액션에 우선 눈이 간다. 그러나 그보다 더 눈을 사로잡는 건 청룡영화상 축하무대 이후 전국민이 바라 마지않던 박정민의 멜로다. 설레는 스킨십이나 로맨틱 무드 따윈 1도 없지만, 형용할 수 없는 그 눈빛과 표정으로 완벽한 ‘전남친 모드’가 되어 서사를 완성한다. 여기에 제발 양관식은 잊으라는 듯 확실한 빌런으로 탈바꿈한 박해준의 가열찬 연기도 곁들여진다. 

 

제목이 사람(human)과 정보(intelligence)를 합성한 단어인 만큼, ‘휴민트’는 결국 사람을 중심으로 한 액션 영화다. 세련된 액션 첩보물을 원했다면 옛 홍콩 누아르를 연상케 하는 무드에 살짝 당황할 수도. 그러나 눈과 귀가 심심할 겨를이 없다는 건 확실하다. 

 

#담백하고 따스한 힐링물을 원한다면 ‘넘버원’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천만영화 ‘기생충’의 주역인 최우식과 장혜진이 다시금 모자로 상봉한다. 게다가 메가폰은 지금의 최우식을 있게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거인’의 김태용 감독이 잡았다. 심지어 엄마의 집밥이라는 치트키 설정까지. 보기 시작하면 외면하기 어려울 조합과 설정이다.

 

‘넘버원’은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해준 밥을 먹을 때마다 알 수 없는 숫자가 보이기 시작한 하민(최우식)의 이야기다. 숫자가 줄어들어 0이 되면 엄마 은실(장혜진)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하민은 어떻게든 엄마를 지키고자 엄마의 음식을 피하게 된다. 십수 년을 그렇게 노력했으나 사정을 모르는 은실은 멀어지는 아들이 그리울 뿐이고, 하민도 엄마가 그립지만 이 방법 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여긴다. 설상가상 여자친구 려은(공승연)은 은실과 가까워지는데.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원작이 되는 우와노 소라의 소설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의 제목처럼 ‘넘버원’은 부모와 자식 사이의 유한한 시간의 무게를 절절히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영화를 보면서 ‘과연 나라면?’ 하는 상상을 내내 지울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다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판타지 설정과는 별개로 영화는 다소 심심한 맛이다. 눈물샘을 자극하지만 눈물을 강요하는 최루성 신파는 아니니 무거운 감정이 들까 봐 외면할 필요는 없을 듯. 담백하고 따스한 힐링물을 원하는 부모님과 함께할 때 괜찮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소재가 엄마의 집밥인 만큼, 영화를 보고 나서 집에서 가족이 함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도 추천. 

 

+

#가족 배제하고 고자극 원한다면 ‘폭풍의 언덕’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연휴라고 모든 일정을 가족과 함께하진 않을 터. 혼자 또는 친구 또는 연인과 함께 고자극을 원한다면 ‘폭풍의 언덕’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에밀리 브론테의 불멸의 고전 ‘폭풍의 언덕’은 한국의 계유정난 이상으로 여러 번 영상화된 작품이지만, ‘프라미싱 영 우먼’의 감독 에머랄드 펜넬이 연출하고 마고 로비와 제이콥 엘로디가 캐시와 히스클리프로 분한 이번 버전은 이전에 전혀 보지 못한 ‘폭풍의 언덕’일 것임을 장담한다.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스펜서’ 등에서 재능을 유감없이 선보인 재클린 듀런의 화려한 의상과 찰리 xcx가 참여한 강렬한 사운드트랙 또한 처음 보는 ‘폭풍의 언덕’의 감성에 큰 몫을 한다. 다만 강직한 원작 근본주의자라면 당황할 수 있다는 점 참고.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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