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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리포트] '전통문화 전도사' BTS, 블랙핑크에 박수를

이전부터 곡에 우리 전통 가락과 복식 선봬 문화유산…공공 정책이 지원해야 할 영역도

2026.03.04(수) 16:05:25

[비즈한국] 최근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우리 전통문화와 관련한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오는 20일 앨범 ‘아리랑’ 발매를 기념해 광화문에서 공연한다. 블랙핑크는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유산 도슨트 서비스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전통문화 전도사로 나서는 일이 처음인 것처럼 의미 부여하는데,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는 오래전부터 우리 전통문화 유산을 음악 활동에 녹여냈고, 이제 더 업그레이드해서 보여주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한국 전통문화와 음악을 현대 감성에 맞게 형상화해 세계 팬들의 공감을 받았다. 2018년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에서 10위까지 오른 ‘아이돌(IDOL)’은 우리 가락을 입혔는데 장단(덩더쿵)을 넣고 ‘얼씨구’, ‘좋다’ 같은 추임새도 더해 우리의 흥을 신나는 리듬 댄스음악으로 거듭나게 했다. 뮤직비디오는 더욱 한국적이다. 우리 전통 의상을 재해석한 패션 스타일을 선보이며 북청사자놀음 콘셉트로 우리 춤사위를 보였고, 호랑이 문양에 한옥을 등장시켰다. 지금 보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호랑이 더피 캐릭터가 연상된다. 리더 RM은 반가사유상이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을 전 세계에 알리면서 국중박 신드롬의 신호탄을 쏘았다. 

 

방탄소년단은 2018년 발표한 ‘아이돌(IDOL)’에서 우리 가락과 춤을 선보였다. 사진=아이돌 뮤직비디오 캡처


슈가는 2020년 어거스티 디(Agust D)라는 이름으로 정규 앨범 ‘D-DAY’를 발표하면서 ‘대취타’라는 곡을 선보였다. 이는 조선시대 궁중음악 대취타를 신나는 리듬과 힙합 코드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대취타 가락에 맞춰 힙합 비트가 바탕이 되면서 “대취타, 대취타, 자 울려라, 대취타”라는 랩으로 시작되는 이 곡은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해금(解禁)’이라는 곡은 전통 악기 해금(奚琴)인 동시에 금지된 것을 푼다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았다. 여기에서도 전통 의상을 활용한 패션이 눈길을 끌었다. 슈가는 조선시대 왕의 옷인 곤룡포를 응용한 패션을 선보였다. 검은 의상과 대비되는 흰색 도포와 한복 고름을 활용해서 힙합 스타일 패션도 잘 형상화했다.  

 

2023년 4월 미국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프 페스티벌(코첼라)’의 헤드라이너로 나선 블랙핑크의 복장이 외신의 눈길을 끌었다.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헤드라이너 등장한 이들은 공연 곡으로 ‘핑크 베놈’을 준비하고 한복 복장으로 무대에 올랐다. CNN 스타일은 제니, 지수, 리사, 로제가 한복을 착용하고 무대에 올라 한국 전통 문화유산을 오마주하며 획기적인 순간을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네 가지 한복의상은 철릭 실루엣에 영감을 받아 단청, 모란과 같은 한국 전통 문양을 자수로 새겼다. 철릭은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무관의 관복을 말한다. 철릭이 저고리 스타일 상의에 주름이 있는 치마 하의로 구성된 것에 착안해, 대개 남성 무장의 옷이지만 이를 여성 아티스트가 착용해 걸크러시 느낌을 살렸다.

 

블랙핑크는 이보다 앞서 2020년 6월 신곡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의 뮤직비디오 마지막 부분에서 현대화한 한복을 등장시킨 바 있다. 미국 NBC 방송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 무대에서도 제니는 분홍 봉황문 남성의 두루마기 재킷, 로제는 봉황문 크롭트 톱에 검정 철릭을 착용했다. 크롭트 톱은 조선 시대 가슴 가리개라는 속옷의 형태인데 문양을 더해 겉으로 노출한 것이다. 화려한 문양은 궁중에서 사용하던 보자기의 봉황문에서 왔다. 모두 남성 스타일의 옷을 여성화해 젠더리스를 지향, 시대정신을 새롭게 했으니 전통 안에 안주하지 않고 재창조한 셈이었다.

 

블랙핑크는 최근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유산 도슨트 서비스에 나섰다. 사진=최준필 기자

 

최근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활동은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 물리적 공간이 매개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K팝이 약한 측면이 바로 공간 매개였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직접 체험과 인증샷이 더 중요해지면서 해외 팬들의 갈증이 더 커졌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갈 수 있는 K팝 연관 명소라야 기껏 소속사 건물 정도였다.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는 지방에 흩어져 접근성이 떨어졌다. 한국은 서울 중심으로 동선이 집중된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했다. 

 

무엇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후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과 현장 방문 욕구가 매우 커졌다. 한국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재방문을 끌어낼 좋은 기회라는 점에서 정부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방탄소년단이 공연한 광화문, 그리고 서울시청 광장까지 해외 팬들의 방문 명소가 될 것이다. 블랙핑크가 유물을 소개한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외국인들이 블랙핑크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직접 방문할 수 있다. 국중박은 외벽을 블랙핑크의 분홍색으로 물들여 야간 명소로 방문 동기를 부여하고, 인증샷을 촬영해 SNS에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상생 모델을 보인 셈이다. 

 

이러한 사례가 방탄이나 블핑에만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스트레이키즈를 비롯해 많은 K팝 아티스트들이 전통문화를 살려 다양한 곡과 패션, 콘텐츠 생산과 퍼포먼스를 해왔다. 이러한 K팝 활동을 집약해서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앞으로 공공의 정책 리더십이 해결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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