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설 명절 연휴 기간에 극장이 반짝 활기를 띠었다. 특히 한국 영화의 선전이 더욱 반가웠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데 이어 300만 명을 돌파했고, 영화 ‘휴민트’가 단숨에 100만 관객에 이른 데서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이번 설 명절에는 외화 가운데 경쟁작이 딱히 없었고, 연휴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서 극장을 찾은 사람이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코로나 19 팬데믹 이전 관객 수의 70%에 미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홀드백 제도가 영화 산업의 위기를 타개할 대안으로 거론된다. 문체부는 자체 지원한 영화에는 홀드백 제도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도 여럿이다.
‘홀드백(Hold Back)’은 한 편의 영화가 다른 수익 채널이나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지연하는 것이다.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IPTV로 옮겨가는 기간을 유예하는 것인데, 발의된 법안에는 홀드백 기간을 6개월로 규정한다. 원래 영화의 유통단계는 극장 다음으로 IPTV(VOD 개별 판매, 일명 TVOD), 유료 케이블TV, 일반 케이블TV, 지상파TV 순이었다. 하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코로나 19 팬데믹 와중에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극장에서 OTT로 직행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더구나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은 세계적인 영향력 때문에 더 심화되었다. 관객이 줄어 극장 수익이 줄자 넷플릭스로 직행하는 사례가 급증했고, 이 때문에 수익 구조가 악화돼 제작비가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
그럼 홀드백의 장점은 무엇일까? 극장 상영기간이 늘어나면 다양한 작품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다. 특히 독립 예술 영화는 더욱 그렇다. 영화 티켓에 포함된 3%의 영화 발전기금이 늘어나면 다양한 영화들의 제작을 지원할 수 있다. 다만 영화 제작 주체들은 각기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이 많은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극장도 일면 그럴 수 있다. 극장(멀티플렉스)의 상영 수익은 극장과 영화사(투자배급사와 제작사)가 5 대 5로 나눠 갖는다. 홀드백 제도를 시행하면 극장에 의존하는 구도가 강화된다. 극장 수익이 60~70%, 다른 부가 판권 수익이 30~40% 정도 수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홀드백이 극장에게 마냥 반갑지는 않다. 인기 없는 작품도 계속 상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출액을 생각한다면 인기 영화에 스크린 배정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제작 투자 배급업계에서는 전적으로 반대하는 편이다. 오히려 영화 산업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본다. 매출과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 자유롭게 영업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부가 판권 시장 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현실도 작용한다. 영화마다 계약과 협상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극장 개봉과 동시에 온라인에 공개되는 경우는 홀드백이 필요없다고 한다. 아예 극장 상영에 불리한 중저가 예산의 작품은 수익 다변화를 추구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수정안을 제시하는 관점도 있다. 홀드백 기간을 3~4개월로 줄이거나 매체나 장르, 영화의 규모에 따라 달리 적용하자는 것이다. 프랑스는 보통 4개월, 사안에 따라 3개월 홀드백을 적용하는데,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에는 더 길게 적용한다. 넷플릭스에는 15개월, 아마존 프라임 17개월, 디즈니 9개월 등이다. 국내 극장이나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에 두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관람객의 입장이다. 왜 관객들이 영화관에 가지 않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참여연대 조사 결과 관객들은 영화 티켓 값이 비싸서 극장에 잘 가지 않고 OTT나 IPTV에 영화가 빨리 공개되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나왔다. 티켓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은 95.6%에 달했다. 응답자의 67.7%는 티켓 가격이 비싸서 관람을 줄였고, 이 때문에 66.9%는 온라인 플랫폼 공개를 기다린 적이 있다고 했다. 극장 관람료(주말 2D 일반관 기준)가 1만 5000원이지만 OTT는 6500원(왓챠 베이직)에서 1만 3500원(넷플릭스 스탠다드 요금제 기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꼭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가 아니라면 저렴한 가격에 다양하게 볼 수 있는 OTT를 더 기대하게 된다. 그러니 극장에 갈 이유를 찾지 못한다.
사실 극장 티켓을 비싸게 느끼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통신사 할인이다. 통신사 할인을 받으면 9000~1만 1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여러 조사에서 국민들은 적절한 영화 티켓 가격을 9000원에서 1만 원이라고 대답했다. 사실 영화관이 통신사에 제공하는 영화 티켓 가격은 7000원이다. 일반 티켓이 코로나 19를 거치면서 50% 인상된 것과 대조적이다. 더구나 티켓 할인이 과장되어 있다. 평일 1만 4000원, 주말 1만 5000원인 티켓은 통신사에 7000원에 제공된 것이다. 이를 관객들이 9000~1만 1000원에 구입하는데 마치 5000~6000원에 구입하는 듯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통신사 할인 몫을 일반 관객들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
일반 관객은 오른 티켓 가격에 관람을 줄이고, 통신사 할인 혜택을 받는 관객들이 더 방문하기 때문에 영화 산업은 수익이 감소하고 투자는 열악해지며 당연히 관객이 원하는 작품이 제작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고 만다. 따라서 티켓 가격을 낮추는 것이 관람객 편익에 바람직하고, 극장을 찾는 관객도 늘어날 수 있다. 1만 4000원 정도인 평일 요금이 1만 1000~2000원 정도로만 낮춰도 좋을 것이다.
상영 시스템의 구조 개혁도 빼놓을 수 없다. 멀티플렉스의 위기가 한국 영화의 위기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멀티플렉스 3사가 98% 이상의 상영관을 확보한 구조에서는 영화 티켓 가격 할인에 한계가 있다. 공공 영화관 확대가 필요하다. 예컨대 서울 성북구에 소재한 아리랑시네센터는 일반요금이 7000원, 단체는 5000원, 조조는 4000원에 불과하다. 주말도 가격이 같고, 광고도 없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성북구의 지원을 받는 성북문화재단이 운영하기 때문이다. 독립 예술 영화는 물론이고 일반 상업 영화들도 멀티플렉스처럼 접할 수 있다. 개봉 영화를 저렴한 가격에 쾌적하게 즐길 수 있어서 성북구 주민들은 온라인동영상 플랫폼보다 이곳을 더 많이 찾을 정도다.
요컨대 홀드백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반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티켓 가격이 현실에 맞게 조정돼야 하고, 지자체별로 공공 영화관이 많이 생겨야 한다. 지방선거에서도 이런 부분이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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