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는 3월 15일 열리는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매기 강 감독의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주제가상과 장편 애니메이션상 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안타깝게도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희비가 엇갈렸다는 말도 나오고, 박찬욱 감독을 아카데미가 냉대했다는 반응도 있다.
한데 여기에 언급조차 안 된 작품이 있다. 바로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이다. 2020년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으로 제작 전부터 큰 기대를 불러모은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분위기다. 시각효과상 정도는 겨냥할 만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예비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했다.
제작비를 많이 투입한다고 해서 작품성과 대중성, 시각적 효과의 탁월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생각하게 된다. 아마도 그 요인은 ‘문화적 교차성’에 있을 것이다. 그들과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세계관 속에 특수한 상황이 교차할 때 공감과 차별화를 줄 수 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말이다.
케데헌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K팝 걸그룹 헌트릭스를 내세웠지만, 보편적인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장르와 오컬트 포맷을 기본으로 삼았다. 여기에 자아 발견과 성찰, 상처와 치유, 극복과 성장이라는 주제의식을 음악과 완벽하게 버무려 K팝 팬만이 아니라 일반 시청자나 관객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로제의 ‘아파트’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듀엣의 컬래버레이션 방식에 올드팝 장르를 가미하고 한국의 술 놀이 문화를 접목하면서 팝 음악에는 없는 흥겨움을 특화했다. 이는 영화 ‘기생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기생충의 성공 요인은 고도성장한 한국의 빈부 격차 문제에 세계인들이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세계인들이 한국에 그렇게 관심이 있을까. 만약 케데헌이 한국만을 강조했다면 이렇게 크게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다. 케데헌은 한국을 인위적으로 부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즉 코리아니즘 없이 문화적 보편성 관점에서 한국 문화를 그려냈기에 공감과 몰입을 더 이끌어냈다. 영화 ‘기생충’은 전 세계인이 공통적으로 목도하고 있는 빈부 격차 문제를 한국적인 상황에서 신랄하고도 비극적으로 풍자했기에 주목받을 수 있었다. 한국적 색채가 나지만 보편성을 가졌기에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그렇다면 ‘미키 17’은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것은 미국 감독이 한국을 배경으로 트렌디 드라마를 만든 것과 같았다. 그것도 로맨틱 코미디를. 할리우드는 최고 수준의 SF 세계관과 노하우를 가진 곳인데 한국인 감독이 감당할 수 없는 스케일에 도전했다. 오히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처럼 한국을 배경으로 근미래를 다뤘다면 더욱 이국적이면서도 한국의 문화적 브랜딩이 효과를 발휘했을 수 있었을 것이다.
미키 17이 한국적 배경에서 SF 장르에 다문화를 결합했다면 그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한국 현실의 모순과 현실을 날카롭게 파고들며 유머와 풍자를 구사할 수 있는 역량은 봉준호 감독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한국을 통해 세계로 가는 방식은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미키 17’에서 보여준 탈(脫)한국은 물론 미국에서 우주공간으로 이동하면서 복제 인간의 노동 환경을 외계 캐릭터를 통해 구현하는 과정에서 봉준호 감독 특유의 리얼리티와 꼼꼼한 연출력은 보이지 않았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노동에 대한 세계관 측면에서 공통분모가 없고 공감을 얻기 힘들다. 해고를 당한 뒤 새로운 직장 지원자들을 차례로 살해하는 내용은 적어도 영미권 노동 환경에는 맞지 않는다. 영미권은 고용 유연성을 중시하고, 이직하는 일이 일상이다. 평생직장 개념이 적다. 언제든지 자신의 경력을 관리하고 다른 일자리를 얻는 일이 당연시된다. 박찬욱 감독의 예술 미학이나 연출력과 별개로 영화의 세계관에 공감할 수 없다면 평가는 박할 수밖에 없다. 대중성을 꾀하기 위해 블랙 코미디 형식을 취한 것도 부차적인 노력이 되었다. 다문화 노동 요소가 결합했다면 그나마 다를 수 있었다. 주인공이 겪는 인종 차별과 그에 따른 노동 소외를 결합했다면 그들의 반응과 평가가 더 나았을지 모른다.
서구인들은 K컬처를 무조건 한국적이기 때문에 소비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들의 문화를 우리가 적극 수용했기 때문에 소비하는 것도 아니다. 보편성과 특수성이 현대의 관심사에 맞게 융합할 때, 즉 문화적 세계관과 트렌디한 감각에 맞게 교차할 때 선택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에게 ‘미키 17’과 ‘어쩔수가없다’가 매우 좋았다면 굳이 그들의 평가에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만 말이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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