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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코로나 영웅 '바이온텍' 창업자들의 다음 실험

성공한 회사 떠나 다시 스타트업 창업…기업 실패일까, 창업 생태계 한 사이클일까

2026.03.20(금) 22:04:39

[비즈한국] 지난 3월 10일 독일 바이오테크 대표 기업 바이온텍(BioNTech)에서 이례적인 인사 발표가 나왔다. 공동창업자인 우구르 사힌(Uğur Şahin) CEO와 외즐렘 튀레지(Özlem Türeci) CMO가 계약 만료에 맞춰 ​2026년 말 ​회사를 떠나, 차세대 mRNA 기술에 집중하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바이온텍은 팬데믹 기간 화이자(Pfizer)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발표 당일 바이온텍 주가는 약 22% 급락했다. 다만 이 낙폭은 창업자 이탈 발표 때문만은 아니었다. 같은 날 나온 2025년 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고, 2026년 연간 매출 전망치(20억~23억 유로, 약 3조 4000~3조 9000억 원) 역시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등 복합적인 충격이 작용했다.​ 

 

독일 마인츠에 있는 바이온텍 본사. 사진=위키피디아

 

#다시 개척자로, 연쇄 창업 생태계 유럽 

 

이 소식이 주목받는 것은 단순한 경영진 교체 때문이 아니다.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드물게 대형 기업으로 성장한 창업자가 다시 초기 단계의 연구로 돌아가는 선택을 해서다. 바이온텍은 이미 글로벌 상장사이자, 팬데믹 이후 축적한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항암제와 면역치료제 개발을 밀어붙이는 대형 바이오 기업이 됐다. 2025년 말 기준 ​현금·현금성 자산 및 유가증권을 ​약 172억 유로(약 29조 2000억 원) 보유하고 있으며, 순손실 11억 4000만 유로(약 1조 9000억 원)를 기록하면서도 대규모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창업자들의 설명은 분명하다. 바이온텍이 후기 임상 개발과 상용화 단계에 집중하게 되면서, 자신들이 강점을 가진 초기 연구와 탐색에 충분한 시간을 쓰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공동 성명에서 “다시 개척자가 될 준비가 됐다(ready to become pioneers again)”며 새 회사에서는 인간 대상 시험 이전 단계의 초기 mRNA 기반 의약품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바이온텍은 신설 회사에 일정한 mRNA 관련 권리와 기술을 이전하고, 그 대가로 회사의 소수 지분 및 성과 연동 보상을 취득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두 창업자는 바이온텍 지분 약 15%를 계속 보유할 예정이어서 완전한 결별보다는 역할 분리에 가까운 구조다.

 

바이온텍 경영진. 가운데 두 사람이 부부이자 공동창업자인 우구르 사힌(Uğur Şahin) CEO와 외즐렘 튀레지(Özlem Türeci) CMO. 사진=바이온텍

 

이번 결정은 스타트업 창업자의 역할이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후기 임상, 규제 대응, 생산, 상업화가 중심이 되는 단계로 넘어갈수록 조직 구조가 복잡해지고 의사결정 속도는 느려지는 경향이 있다. 사힌과 튀레지는 이번이 세 번째 창업이다. 두 사람은 2001년 가니메드 파마슈티컬스(Ganymed Pharmaceuticals)를 공동 창업해 아스텔라스(Astellas)에 4억 6000만 달러(약 6700억 원)에 매각됐다. 두 사람은 2008년 다시 바이온텍을 설립했다. 이번 회사 설립은 연쇄 창업(serial entrepreneurship)의 연장선에 있다.

 

#성장한 회사의 과제, 바이오 회사의 파이프라인

 

단기적으로 바이온텍 입장에서 리스크는 분명하다. 독일 자산운용사 유니온 인베스트먼트(Union Investment)의 펀드 매니저 마르쿠스 만스(Markus Manns)는 창업자 이탈에 대해 “많은 의문을 남기는 매우 나쁜 소식”이라며 바이온텍이 “​심장과 마음(heart and mind)을 잃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미국 투자은행 리어링크 파트너스(Leerink Partners)는 이번 전환을 ‘​논리적 수순’으로 평가하면서도, 바이온텍이 창업자 없이 접근 방식을 효과적으로 반복·확장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팬데믹 이후 바이온텍은 코로나 백신 기업에서 다중 제품 바이오테크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은 상황이라 두 창업자가 동시에 떠나는 것은 전략적 연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운다.

 

반면 회사 측은 항암제 파이프라인과 코로나 백신 사업은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후계 경영진 선임 절차에도 착수했다. 새 CEO 요건으로는 “​후기 임상 개발 및 상업화 실행 경험”​이 제시됐다. 바이온텍은 2030년까지 여러 제품을 보유한 상업적 바이오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 하에, 2026년 말까지 15개의 종양학 임상시험 ​3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시험 ​3상(Phase 3)은 신약 개발의 마지막 관문으로, 수백~수천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제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대규모로 검증하는 단계다. 이 단계를 통과해야 비로소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아 의약품을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 

 

바이온텍은 2025년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ristol Myers Squibb, BMS)과 최대 111억 달러(약 16조 원) 규모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차세대 항암 면역치료 파이프라인을 강화했다. 이는 창업자 개인의 과학적 역량에 의존하기보다, 자본·임상·사업개발을 구조적으로 굴리는 플랫폼 기업으로 회사를 재정의하려는 방향성과 일치한다.

 

바이온텍의 파이프라인. 창업자가 떠나는 회사는 튼튼한 파이프라인으로 밝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 사진=바이온텍

 

바이오 회사에서 파이프라인(pipeline)이란 현재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들의 목록과 그 개발 단계를 통틀어 부르는 것이다. 일반 제조업이라면 공장과 설비가 회사의 핵심 자산이지만, 바이오 기업에서는 “앞으로 팔릴 수 있는 약이 얼마나 되느냐”가 회사의 가치를 결정한다. 신약 하나의 수명은 특허 기간에 따라서 유한하고, 신약 개발에는 10년 이상, 수천억 원이 든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현재 수익이 아니라, 지금 임상시험 중인 약들이 미래에 얼마나 팔릴지를 보고 투자한다. 파이프라인이 곧 미래 매출의 예고편인 셈이다. 통상 임상시험에 들어간 약 중 실제로 시장에 나오는 비율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따라서 후보물질이 많을수록, 그리고 개발 단계가 앞서 있을수록 리스크가 분산된다.

 

바이온텍의 경우 코로나 백신이라는 단일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다. 투자자들이 창업자 이탈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파이프라인의 성패가 결국 창업자들의 과학적 판단력에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럽 생태계에 새로운 평가를 남긴 창업자들

 

이번 사례는 유럽, 특히 독일 스타트업 생태계의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유럽은 오랫동안 “​기초과학은 강하지만 이를 대규모 기업으로 키우는 데는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바이온텍은 이 구도를 깨뜨린 ​드문 사례였다. 마인츠(Mainz)에서 출발한 과학 기반 스타트업이 글로벌 팬데믹 대응의 핵심 기업이 됐고, 이후 항암제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전략 전환도 실행하고 있다. 그 창업자들이 다시 새 회사를 만든다는 것은, 한 번의 성공이 다음 혁신의 자원이 되고, 성장한 기업이 새 스타트업의 기술적 토대가 되는 생태계 순환 구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mRNA 기술의 관점에서도 이번 선택의 배경은 이해할 수 있다. 코로나 백신은 mRNA의 상업적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차세대 암 치료제, 개인맞춤형 면역치료, 비감염성 질환으로의 적응증 확대, 전달체(delivery system) 기술 개선 등 아직 임상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영역이 넓게 남아 있다. 새 회사가 겨냥하는 것도 이 초기 탐색 단계다. 다만 새 회사의 사명, 본사 위치, 예산 규모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 사례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창업자의 성공 궤적을 “​​회사를 키운 뒤 경영자로 남는 것”​​으로 단선적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딥테크와 바이오 영역에서는 창업자의 비교우위가 초기 탐색과 가설 검증 단계에 있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성장 단계마다 필요한 역량이 다르고, 창업자가 그 변화에 맞춰 자신의 역할을 조정하는 것이 생태계 전체로는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온텍 사례는 창업자의 이탈을 기업의 실패로 볼 것인지 아니면 기술 혁신 시스템의 한 사이클로 볼 것인지, 그 판단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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