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큐텐과의 선긋기에 나선 트랙스로지스(옛 큐익스프레스)가 최근 티메프 피해 판매자들을 상대로 물류비 청구 소송에 나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트랙스로지스는 티메프 사태 원인으로 지목된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가 사명을 변경한 법인이다. 회사 측은 큐텐과의 관계가 정리됐다고 하지만, 피해 판매자들은 책임 논란은 외면한 채 채권 회수에 나선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산금은 못 받았는데…” 피해자들 한숨
“티몬에서 받지 못한 정산금이 약 5억 원에 달했다. 변제율이 0.76%로 정해지면서 실제 돌려받은 금액은 300만 원 남짓에 불과하다. 사실상 정산금을 회수하지 못한 상황인데, 과거 큐텐 계열사였던 큐익스프레스가 회사명을 바꾸고는 물류비 수천만 원을 지급하라며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A 씨는 티몬에서 상품을 판매하며 큐텐그룹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이용했다. 그러던 중 티메프 사태가 터졌고, 티몬으로부터 받아야 할 수억 원의 정산금은 사실상 거의 받지 못했다. 자금 흐름은 막혔고, 사업 역시 큰 타격을 입었다. 경영난 속에서 회사를 겨우 유지하고 있는데, 최근 트랙스로지스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서류를 받게 됐다. 물류비 납부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이었다.
그는 “티메프 사태 전 약 3개월간 서비스를 이용했고, 그에 따른 물류비로 약 5000만 원이 청구됐다. 계약상 부담해야 할 비용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지급을 거부하겠다는 것도 아니다”라며 “다만 사명을 바꾸며 책임에 선을 긋고, 사회적 관심이 줄어든 시점에 맞춰 파산 직전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소송에 나선 행태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큐익스프레스는 티메프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큐텐의 핵심 계열사다. 업계에서는 구영배 큐텐 대표가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티몬과 위메프 등을 무리하게 인수했고, 이러한 확장 전략이 결국 사태를 촉발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티메프 사태 이후 큐익스프레스는 큐텐과 빠르게 손절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2024년 7월 구영배 대표가 대표직에서 사임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사명을 ‘트랙스로지스코리아’로 변경했다. 과거 큐텐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재무적 투자자(FI)들이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현재 트랙스로지스는 사모펀드(PEF)와 전략적 투자자 중심의 지배구조로 재편됐다.
다만 경영진 구성은 과거 큐익스프레스 시절과 단절됐다고 보기 어렵다. 현재 트랙스로지스를 이끄는 김양훈, 노현석 대표는 큐익스프레스 때부터 각각 사내이사와 감사로 재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큐익스프레스 시절 경영진이 지금도 회사에 남아 트랙스로지스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트랙스로지스 측은 “변화의 핵심은 경영진이 아니라 주주 구성”이라며 “과거 큐텐이 대주주였으나 현재는 지배구조가 변경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우리도 피해 큰 상황” 완전 자본잠식 상태
큐텐과 선을 그은 트랙스로지스는 그간 피해 셀러들을 상대로 물류비 청구를 자제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산금조차 지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추가 비용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과 함께 여론 부담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기류가 달라졌다. 티메프 피해자들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내용증명이 발송되기 시작됐다. 이후 지급명령 절차로 이어진 사례도 확인된다. 일부 피해 판매자들은 티메프 미정산으로 인한 경영 악화를 이유로 금액 조정을 요청했지만, 이 같은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티메프 피해자 모임의 한 관계자는 “물류비 관련 내용증명을 받았다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소송까지도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태 초기부터 이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물류비 청구를 자제하거나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피해자들이 대응 여력이 부족해 실질적인 대응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피해 판매자는 “지급명령 방식이 특히 악질적이라고 느껴진다. 지급명령은 14일 내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확정돼 강제집행이나 계좌 압류로 이어질 수 있는 절차”라며 “서류를 제때 확인하지 못하거나 대응이 늦어질 경우 그대로 집행까지 갈 수 있는 만큼, 이런 점을 노리고 지급명령을 신청한 게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언급했다.
트랙스로지스 측은 “큐텐 관련 사태로 회사 역시 피해가 큰 상황이어서, 현재는 자구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송 역시 같은 맥락이다. 상당 기간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받지 못한 금액을 회수하는 절차”라며 “채무를 정리해 나가고 있는 것처럼 채권 회수도 함께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트랙스로지스가 피해 판매자들을 상대로 채권 회수에 나선 배경으로 재무 악화를 지목한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트랙스로지스코리아는 2024년 영업손실이 약 279억 원으로 전년(약 158억 원)보다 늘었고, 당기순손실도 약 540억 원에 달했다. 2024년 말 기준 총부채는 약 2671억 원으로 자산(약 1898억 원)을 초과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감사보고서에는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이 존재한다’는 점도 명시됐다.
재무 부담이 커진 가운데 트랙스로지스는 외부 투자 유치에 기대를 걸었지만, 실제 성과는 확인되지 않는다. 회사는 지난해 3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으나 투자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와 맞물려 비용 절감 움직임도 일부 포착된다. 최근 트랙스로지스는 큐익스프레스 시절부터 사용해온 사무실 임차 공간을 정리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7월 기준 200명을 웃돌던 직원 수는 최근 80여 명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사무 공간을 이전하려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현재 사무실의 월 임대료가 1600만 원을 넘는 점 역시 고정비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트랙스로지스는 소송 등과 관련해 회사의 공식 입장을 별도로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이후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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