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초록마을의 자금 압박이 한층 심화된 모습이다. 임대료 체납 여파로 물류센터 사용이 중단됐고, 직영점 역시 순차적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인가 전 M&A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매수자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초록마을의 회생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유동성 악화, 물류·점포 축소 본격화
친환경·유기농 식품 유통업체인 초록마을이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또다시 연장했다. 지난 20일 서울회생법원은 당초 3월 26일까지였던 초록마을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4월 24일로 한 달 늦춘다고 공고했다. 올해 1월과 2월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 연장이다. 업계에서는 초록마을의 회생계획 수립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생절차가 길어지면서 초록마을의 자금 여력은 크게 약화된 모습이다. 최근 초록마을은 법원에 ‘제3자 물류 계약 체결 및 물류비 지급 허가’를 신청했다. 3자 물류(3PL)는 배송과 보관을 외부 업체에 맡기는 방식이다. 기존 자체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직접 운영해온 물류 체계를 외부 위탁 구조로 전환한 것이다.
#인수 3년 만에 다시 매물로…몸값 급락
초록마을은 1999년 설립된 유기농 식품 전문 유통기업이다. 2009년 대상그룹에 인수됐다가 2022년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온라인 축산물 유통 스타트업 정육각에 인수됐다. 정육각은 자사의 온라인 유통망에 초록마을의 오프라인 경쟁력을 결합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정육각은 초록마을 지분 99.57%를 약 900억 원에 인수했는데, 회사 규모를 고려하면 부담이 큰 투자였다. 정육각은 인수 자금 마련 과정에서 본사까지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육각은 초록마을을 흑자로 전환한 뒤 추가 투자 유치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이었다. 문제는 초록마을의 실적이 기대만큼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초록마을의 적자가 이어진 데다 투자 시장마저 급격히 위축되면서 정육각은 추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지난해 7월 정육각과 초록마을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이후 초록마을은 회생계획 인가 전 M&A 절차에 착수하며, 인수 3년 만에 다시 시장에 나오게 됐다.
3년 사이 시장의 시선은 확연히 달라졌다. 초록마을은 2022년 매물로 나왔을 당시에도 이미 만성 적자 상태였지만, 인수전은 예상과 달리 흥행했다. 정육각을 비롯해 바로고, 컬리, 이마트에브리데이 등이 인수의향서를 내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반면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식었다. 초록마을은 지난해 12월 인가 전 M&A를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추진했지만, 아직 인수자를 확정하지 못했다. 실사는 이어지고 있으나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는 분위기다. 불과 3년 전 인수전 흥행 속에 약 900억 원에 매각됐던 초록마을은 현재 청산가치가 약 120억 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비대위는 영업 지속을 위해 채권단 설득에 나선 상태다. 비대위 관계자는 “초록마을이 사라지면 점주들은 초기 투자금과 양도·양수 가치, 생존 기반을 모두 잃게 된다. 생산자 역시 25년간 이어온 판매처를 잃게 되는 상황”이라며 “유기농 생산자의 주요 판로가 사라지면 친환경·유기농 생태계 전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초록마을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비대위 측은 채권단에 초록마을을 지역 거점 기반의 사회적 연대 플랫폼으로 재구조화하는 방안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프라인 매장이 지닌 공동체적 가치와 경험을 자산화해 생산자·가맹점·소비자가 함께 상생하는 지속 가능한 회생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관계자는 “비대위는 자구책 마련을 위해 투자자를 찾아보고 인수 의사를 타진하며 백방으로 뛰고 있다”며 “초록마을의 생존은 유기농 생태계 전반과 맞물린 문제다. 친환경 유기농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비즈니스와 공공성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주체가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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