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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들인 서울시 스마트도서관, 시민들 "어디 있는지도 몰라"

설치 확대에 비해 이용 저조…전문가들 "홍보·도서 구성·설치 장소 손봐야"

2026.03.25(Wed) 15:52:57

[비즈한국] 서울 도심 곳곳에 설치된 스마트도서관의 이용률이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당시 도서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지만 실제 이용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활성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기자가 방문한 충정로역 스마트도서관. 기기 앞에 멈춰 서서 도서를 대출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사진=윤채현 인턴기자


“스마트도서관이요?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23일 오후 서울 중구 충정로역. 출입구 인근을 오가는 시민들에게 스마트도서관 위치를 묻자 대부분 고개를 저었다. 이날 만난 시민 15명 중 위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 이들 역시 실제 이용 경험은 없다고 답했다. 

 

이곳에 설치된 스마트도서관은 전체 499권 중 411권이 대출 가능한 상태로 나타났다. 실제 이용률은 약 17% 수준에 머물렀다. 유동 인구가 많은 역사 한복판에 설치된 시설이지만 정작 이를 이용하는 모습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0년 스마트도서관 조성 지원 예산을 10억 원으로 편성한 뒤, 2021년에는 20억 원으로 확대하며 설치를 지원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 25개 자치구에는 약 130개의 스마트도서관이 설치돼 있으며, 이 가운데 지하철 역사 내 시설은 86개에 달한다.

 

하지만 일부 시설에서는 하루 대출 건수가 한 자릿수에 불과한 등 활용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 자치구 스마트도서관 이용 현황을 살펴보면, 23일 기준 합정역 스마트도서관의 대출률은 34%였고 마포역은 23%, 청담역은 17% 수준이다. 강남구청역의 경우 9%로 낮은 이용률을 보였다.

 

주민센터에 설치된 스마트도서관의 이용률은 더 낮았다. 강남구 논현1동 스마트도서관은 405권 중 23권만 대출돼 약 5.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일부 시설에서는 대부분의 도서가 대출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상황이다.

 

다만 대여율은 전체 보유 도서 중 대출 중인 책의 비중을 기준으로 집계된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도서관은 한 번 대출하면 최대 14일 동안 반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실제 하루 단위 이용량은 전체 대여량에 비해 적을 가능성이 있다. 일부 도서관에서는 장기간 반납되지 않은 책도 확인됐다.

 

강남구청역 스마트도서관에 도서 자료를 검색한 결과 전체 292권 중 27권이 대출중 상태로 파악됐다. 사진=윤채현 인턴기자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여성 A 씨(24)는 “스마트도서관이 있는 건 알지만 이용한 적은 없다. 필요할 때 원하는 책을 바로 찾기 어렵고 도서가 제때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 불편하다”며 “경기도에 살 때는 도서 목록이 주기적으로 바뀌었는데 서울은 그런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 중인 B 씨(23) 역시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지만 스마트도서관은 한 번도 이용해 본 적 없다. 종류가 많지 않고 원하는 도서가 있는지 모르겠어서 차라리 도서관을 간다”고 전했다.

 

이처럼 스마트도서관은 도서관 방문이 어려운 시민을 위해 도입됐지만 낮은 인지도와 제한적인 도서 구성, 설치 위치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실제 이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접근성 확대라는 정책 목적과 달리 이용 체감도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상당수 자치구는 낮은 이용 현황이 부정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관계자 대부분이 이용률 관련 자료 제공에 난색을 표하며 운영 실태를 둘러싼 정보 공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서울시 한 자치구 관계자는 “이용률이 낮은 편이라 아직 운영 초기 단계로 보고 있다”며 “연 평균 대출량이나 하루 이용자 수를 공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자치구 관계자 역시 “지금 선거철이라 이용률 관련해 자료를 줬을 때 부정적으로 작성될 우려가 있어 제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 관악구 신림역에 위치한 스마트도서관의 모습. 대부분의 도서가 대출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사진=윤채현 인턴기자


전문가들은 스마트도서관 이용률 저조의 원인으로 일회성 홍보에 그친 운영 방식을 지목했다. 설치 초기에는 안내가 이뤄졌지만 이후 지속적인 홍보와 관리가 뒤따르지 않으면서 시민 인지도 확보에 실패했다는 비판이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측은 “스마트도서관은 설치 이후 지속적인 홍보가 이뤄지지 않아 시민들이 위치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생활권 내 도서 서비스로 인식될 수 있도록 상시적인 안내와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처럼 베스트셀러 위주로 제한된 도서를 비치하는 방식은 이용자의 선택 폭을 좁힐 수밖에 없다”며 “이용자가 원하는 도서를 미리 신청하고 가까운 스마트도서관에서 수령하는 예약 기반 대출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하철역처럼 유동 인구가 많은 공간보다 공원이나 문화시설, 병원처럼 일정 시간 머무는 체류형 공간에 설치해야 실제 이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윤채현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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