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는 6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상자산 과세 논의가 다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3월 25일 국내 5개 원화거래소 대표로부터 가상자산 관련 제도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야당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투자자의 표심 공략에 나선 가운데, 폐지 논의가 4차 가상자산 과세 유예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3월 25일 서울 여의도 코인원 본사에서 국민의힘 주관으로 ‘디지털자산 과세 제도 개선 간담회’가 열렸다. 업계에서는 오경석 두나무(업비트) 대표, 이재원 빗썸 대표, 오세진 코빗 대표, 차명훈 코인원 대표, 최한결 스트리미(고팍스) 부대표까지 국내 5대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 수장이 참석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원내대표인 송언석 의원, 정책위원회 의장인 정점식 의원, 원내수석부대표인 유상범·김은혜 의원, 박수영·최보윤·박충권 의원 등이 참석했다. 국민의힘 의원과 5개 거래소 대표는 개회식 후 비공개 회동에서 업계 현안과 입법 방향을 논의했다.
3월 19일 송언석 의원 등 12명은 가상자산에 부과하는 기타소득세를 폐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소득에 적용하는 소득세법 과세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 소득세법에는 가상자산을 양도·대여해 발생한 소득을 ‘기타소득’에 포함하고, 250만 원을 초과하는 가상자산 소득에 기타소득세 20%(지방세 포함 시 22%)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행일은 2027년 1월 1일로 예정됐다.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과세가 투자자 보호와 산업 육성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가상자산 거래 과정에서 거래소 수수료 등으로 부가세를 내므로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는 점, 둘째는 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 발전 차원에서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했는데 가상자산에 과세하면 일관성·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간담회에서도 송언석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의 불합리성을 주장했다. 송 의원은 “가상자산 투자자가 1300만 명이 넘는다”며 “금투세를 폐지하는 상황에 가상자산은 2027년부터 과세를 시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간사인 박수영 의원은 “가상자산에 세금을 부과할 준비가 안 됐다. 국세청이 가상자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 내역을 교환하는 카프(CARF) 제도를 도입해도 개인 거래 정보는 들어오지 않는다. 과세 정보 시스템이 5대 원화 거래소에만 있는 것도 문제다. 해외 거래소로 나가는 자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소득세 부과 준비가 미흡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청년 투자자 보호를 강조하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 잡기에 나섰다. 박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 폐지가 청년층의 자산 형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은혜 의원도 “가상자산 소득의 기준과 정의가 모호한 상황에 세금부터 걷는 셈”이라며 “청년도 세금을 내는 납세자이자 투자자다. 획일적인 규제 대상이 아니라 보호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답했다.
여당과의 협의 여부에 대해서는 박수영 의원이 “여당 입장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세법을 심사하는 조세소위원회에서 결정하기 전에 여당 의견이 오길 바란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인 김한규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 폐지 법안에 대해 “법안이 나왔으니 재정경제위에서 논의는 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당내에서 논의하거나 공감대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5대 원화 거래소 대표는 의원들과의 비공개 회동 후 자리를 떴다. 가상자산 과세 제도 외에 기관 법인 투자와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촉진하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자산 과세 제도는 2022년 1월 1일 첫 시행 예정이었으나 2021년 시장의 업황 악화로 2023년 1월 1일로 1년 유예됐다. 그러나 2023년에도 투자자의 반발이 거센 데다 과세 인프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2025년 1월 1일로 미뤄졌다. 2년 유예된 후에도 과세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자 결국 과세 시행 시기는 2027년 1월 1일로 또 연기됐다.
4차 유예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갑래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5년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른 가상자산 소득 과세에 대한 소고’를 통해 가상자산 과세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과세 시행 이전에 △개인 가상자산 소득의 과세 대상·방식·시기 등을 소득 유형별로 규정 △거래 정보 수집과 신고를 위한 효율적인 과세 시스템 구축 △가상자산 거래소 및 개인 지갑과 연동할 수 있는 효율적인 세무 서비스 플랫폼 활성화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체계화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가상자산 특성을 고려해 손익 통산, 이월공제, 과세 형평성, 건강보험료 부과 등에 대해 심도깊게 논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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