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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주차장 태양광, 이대로 가면 민간발전사가 '독식'할 수도…

법령에 '운영주체' 제한 없어, 자본 가진 민간사업자에 유리…지역경제, 주민 수용성 위해 '공공성' 필요

2026.04.09(Thu) 17:37:05

[비즈한국] 지난해 개정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신재생에너지법)’에 따라 전국 공영주차장의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 의무화가 본격적인 시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현행 법령상 발전 시설의 ‘운영 주체’에 대한 제약 사항이 없어 이를 둘러싼 쟁점이 부각되고 있다.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은 공공 부지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사유화를 방지하기 위해 공공기관이나 지역 주민 협동조합 등 공공성을 갖춘 주체가 운영을 주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공영주차장 태양광 의무화가 본격적인 시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시민사회는 공공 부지 수익의 사유화를 막기 위해 공공성을 갖춘 주체가 운영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여수시청 주차장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 사진=연합뉴스

 

공영주차장은 국토 효율성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최적의 유휴 부지로 평가받는다. 별도의 산림 훼손이나 토지 수용 절차 없이 태양광 설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국 50면 이상(약 1000㎡ 규모) 공영주차장 8000여 곳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할 경우 이론적인 발전 잠재량은 약 2.5기가와트(GW)에 달한다. 이는 연간 약 5000기가와트시(G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2024년 기준 국내 연간 신규 태양광 설비 용량의 약 80%에 육박한다.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전국 전기차 1년치 전력 사용량의 약 두 배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민간 독점 우려…“에너지 공공성 확보 시급”

 

그러나 현행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및 산업통상자원부 가이드라인에는 설치 의무 대상만 규정되어 있을 뿐, 실제 사업을 수행할 운영사에 대한 제한이나 우선순위는 명시되지 않았다. 시민사회에서는 이러한 법적 공백이 공공 자산의 ‘수익 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공영주차장 태양광 운영 주체를 선정할 때 현행 공공입찰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자본력과 실적을 앞세운 민간 발전 사업자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공공부지 입찰은 지자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임대료(대부료)를 ​가장 높게 ​제시하는 곳이 낙찰받는 구조다. 풍부한 자본을 가진 대형 민간 발전사는 초기에 높은 대부료를 지불하더라도 장기적인 발전 수익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다. 반면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협동조합이나 공공성을 우선하는 지방공사는 수익을 지역으로 환원해야 하므로 입찰가를 공격적으로 제시하기 어렵다.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시장에서 민간 사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에 달한다. 공영주차장이라는 공공의 공유 자산마저 민간 발전 사업자가 선점할 경우, 공공 부지 임대 수익 이상의 초과 이익이 지역 사회로 환원되지 못하고 특정 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 반면 공공기관과 주민 주도 협동조합이 사업을 주도하면, 발생한 이익을 취약계층 지원이나 마을 복지 기금 조성 등에 공정하게 환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정책팀 선임활동가는 “재생에너지 사업을 민간에만 의존하면 국가 에너지를 공공적으로 계획하고 통제하는 측면에서 차질이 발생한다”며 “에너지 전환에 따른 노동과 고용의 문제 대응도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간 사업자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태양광 발전 사업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운영·유지 관리에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민간 기업의 참여가 사업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할 경우 비용 절감과 사업 속도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주민 수용성 측면에서는 공공성 위주의 접근이 논의된다. 과거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 사례처럼 공공이나 민간 사업자가 주민과의 충분한 상의 없이 사업을 추진했을 때, 경관 훼손이나 빛 반사 등의 우려로 거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지역 주민이 발전소 건립과 운영에 직접 참여하고 수익을 공유하면 태양광 시설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질 수 있다.

 

#지역 경제 차원의 접근 필요

 

지역 경제 차원에서도 공공성 확보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발전 수익의 타 지역 유출을 방지하고 지역 내 자본 순환을 촉진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공영주차장 태양광에 외부 대기업이나 민간 자본이 사업을 독점하면 수익이 외부로 유출되지만,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이 주도할 경우 수익이 지역 내에서 순환하게 된다.

 

김진섭 사단법인 누구나햇빛발전 사무국장은 “주민 주도로 공영주차장 태양광을 운영하면 주민이 직접 출자해 배당 수익을 얻고, 지역 건설업체가 시공을 맡으며, 필요 자금을 지역 금융기관에서 조달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자 수익까지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선순환 구조가 완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공공재생에너지연대와 환경운동연합은 ‘공영주차장 태양광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공동 제안했다. 조례안의 핵심은 지방 정부가 주차장 태양광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사업 추진 시 공공기관이나 주민 주도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에 우선권을 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공공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부지를 우선 임대하고, 임대료 감면 및 행정 절차 간소화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사업자 선정 방식은 기본적으로 공공기관이 설치하다 보니 각 공공기관이 결정해야 하는 문제”라며 “공공성 확보 건의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오는 11월까지 ​각 공공기관에서 구체적인 설치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제도 이행은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에서는 4월 10일부터 ‘공영주차장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 의무화 시스템’을 정식 운영할 예정이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 시범 운영을 통해 설치 계획서 양식 조회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10일부터는 각 기관이 보낸 설치계획서를 시스템에서 제출받고, 이를 확인 후 적합 여부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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