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미술의 기름진 토양을 일구기 위한 작가 지원 프로그램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2를 시작한다. 본 기획은 이제 미술계로부터 작가를 발굴 육성하는 의미 있는 행사로 인정받았다. 작가들 사이에서는 참여하고 싶은 프로젝트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미술 응원프로젝트’가 처음부터 추구해온 기본 키워드는 ‘한국미술의 다양한 흐름의 수용과 발전적 변화의 모색’이었다. 이러한 원칙의 결실로 한국현대미술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점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연은 가장 큰 스승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인류 역사에 족적을 남긴 현명한 사람들은 자연이 보내는 메시지를 읽어낸 이들이다.
특히 예술가들은 자연을 향한 뛰어난 센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센서는 언제나 풍부한 감정으로 충전돼 있어야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권지현은 분명히 예민한 센서를 가진 작가다. 그는 풍경을 그린다. 뛰어난 경치가 아니고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보통의 풍경이다. 그처럼 흔한 경치 속에서 범상치 않은 풍경을 뽑아낸다. 자연이 보내는 메시지를 읽어낸 것이다.
풍경은 여러 가지 표정에다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선은 눈에 보이는 경치가 떠오른다. 풍경이 가진 제일 강한 표정이다. 이 표정을 충실히 따르는 것은 사실적 회화다.
보이는 경치를 그대로 따라 그리는 데서 시작한 풍경 회화는 작가가 보고 싶은 것만 추려 그리는 풍경으로, 다시 작가의 생각을 풍경에 빗대어 그리는 단계로 변해 왔다. 이런 단계를 포착하는 일이 자연의 메시지를 읽어내는 작가의 역할이다.
풍경은 다른 표정으로 메시지를 담기도 한다. 소리나 운동감이 그것이다. 풍경 속의 운동감은 비나 폭포처럼 중력이 빚어내는 자연 현상이 먼저 떠오르지만, 대부분은 바람의 흔적으로 나타난다. 바람은 숲을 흔들거나 바다를 훑고 파도를 일으켜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소리는 움직임과 함께 온다. 풍경 속에서 소리의 표정을 가장 잘 읽어내는 예술은 음악이다. 그런데 소리로 풍경을 그리는 음악가들이 궁극적으로 다다르고 싶어하는 곳은 회화 같은 시각적인 세계다. 회화 같은 음악으로 이름을 얻은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가 그토록 가보고 싶어 했던 곳도 인상주의 회화였다. 그의 대표작 ‘바다’를 듣고 있으면 햇살이 부서지는 잔잔한 바다가 떠오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권지현 회화의 출발도 풍경이다. 그는 산책길에서 만나는 바다, 하늘, 갈매기, 들꽃, 해변의 모래 같은 자연에서 즉흥적으로 포착한 감정을 회화로 담아낸다. 그런데 작품의 구상이나 표현에 있어 풍경의 방법과 구성을 따르지만 풍경화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자연이 보내는 메시지를 자신의 감성으로 포착해 표현하는 방식을 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형상을 바탕 삼은 추상처럼 느껴진다. 그의 화면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들꽃이다. 무리지어 흔들리는 들꽃은 운동감까지 보여준다.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이런 움직임과 색채 그리고 겹쳐서 덧칠하는 터치의 두께로 담아낸다.
권지현 회화가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것은 평범한 풍경에서 자연의 메시지를 읽어내기 때문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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