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번 주는 글로벌 통화정책의 향방을 가르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오는 28일과 29일(현지시간) 양일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시작으로, 딱 한 달 뒤인 5월 28일에는 신현송 신임 총재가 주재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다리고 있다. 현재 시장은 연방준비제도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3.50~3.75% 수준에서 동결할 가능성을 거의 확실시하고 있으며, 금리 인하 시점 역시 내년 이후로 밀려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 또한 기준금리를 2.5%에서 묶어두며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표면적인 동결이라는 결과 뒤에 숨겨진 양국 중앙은행의 속내는 완전히 다르다.
미국의 동결은 인하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강제된 멈춤’에 가깝다.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이 핵심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롬 파월 의장의 거취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시장의 안개 속으로 침투하고 있다. 최근 미 법무부가 파월 의장에 대한 형사 수사를 종료하며 사안을 감사관에게 이관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사법적 매듭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후임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의 등판을 가속화하는 정치적 신호탄이다.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흔들리고 정치적 외압이 상수가 되는 ‘정치적 금리’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워시 체제에서 통화정책이 어떤 색채를 띨지가 하반기 시장의 핵심 변수다.
문제는 한국이다. 그동안 시장은 한국은행이 ‘추가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막연히 가정해왔다. 그러나 5월 금통위를 앞두고 이 전제는 흔들리고 있다. 신현송 신임 총재는 지난 15일 인사청문회에서 “통화정책 핵심은 물가 안정인데, 중동 리스크 영향이 근원물가나 기대 인플레이션으로 전이돼 2차 파급효과가 있으면 통화정책을 써야 할 단계”라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열어두었다. 7차례 연속 동결을 ‘전략적 인내’라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물가 흐름에 따라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을 분명히 시사했다.
시장이 줄곧 기대해온 인하 시나리오와 정반대 방향의 신호다. 지표도 인상 압력을 뒷받침한다. 3월 소비자물가는 2.2%로, 2월보다 소폭 올랐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3.0%에 이르렀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시에 가계부채는 GDP 대비 88.6%에 이르러 신 총재가 “성장을 억제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한 임계점을 넘어섰다. 결국 5월 금통위는 시장이 기대해온 인하 신호 회의가 아니라, 인하와 인상이 양방향으로 열린 가장 불확실한 회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 금리차 100bp가 당분간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환율의 하방 경직성은 이어지고, 동시에 한국은행은 인하에서 관망 또는 인상으로 톤을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는 한쪽 시나리오에 베팅하는 대신 양방향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짜야 한다.
먼저 예금이다. 기준금리가 2.5%에서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인상 시나리오까지 열린 지금, 3년 이상 장기 예금에 큰 비중을 묶는 것은 기회비용을 키울 수 있다. 만약 신 총재가 매파적 톤을 강하게 드러낼 경우, 머지않아 더 높은 금리의 예금 상품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년 만기 회전식 운용이 가장 안전하다.
채권도 마찬가지다. ‘금리 인하 시 채권 가격 상승’ 공식은 인하가 와야 작동한다. 신 총재의 첫 메시지를 확인하기 전까지 채권 비중 확대는 보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는 국면에서는 단기 국채 위주로 듀레이션을 짧게 가져가는 보수적 운용을 추천하기도 한다.
달러 자산은 조급함을 버리고 분할 매수로 대응해야 한다. 환율 변동성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일시불 환전은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다. 매월 일정액을 달러로 환전하는 적립식 전략을 통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지혜가 필요하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종목 선별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인하 베팅이 강하게 들어간 종목은 신 총재의 첫 메시지에서 매파적 색채가 나올 경우 즉각적인 조정을 받을 수 있다. 차라리 1분기 GDP 성장을 견인한 반도체 대형주, 수출 우량주가 더 안정적이다. 여기에 일정 수준의 현금 비중을 유지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두 번의 통화정책 회의가 던질 변동성은 누군가에게는 공포겠지만, 준비된 투자자에게는 우량 자산을 헐값에 살 수 있는 기회 자본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 FOMC 결과는 한국 시간 4월 30일 새벽에 발표된다. 발표 직후 환율과 채권금리가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진짜 시험대는 한 달 뒤인 5월 28일이다. 신 총재가 첫 회의에서 어떤 톤의 메시지를 던지느냐에 따라 하반기 자산시장의 윤곽은 완전히 달라진다. 가장 위험한 태도는 인하든 인상이든 한쪽 시나리오에 자산을 몰아넣는 것이다. 두 번의 회의를 하나의 연속된 흐름으로 보고, 그 사이에서 자산의 무게중심을 천천히 이동시키는 호흡이 필요하다. 통화정책 전환기의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예측력이 아니라 양방향에 대비된 구조다. 정답을 맞히려는 강박에서 벗어나, 어느 쪽이 와도 무너지지 않는 포트폴리오를 먼저 만드는 것이다. 시장이 시끄러울수록 조용히 분산하는 자가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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