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Story↑Up > 라이프

[강찬욱의 나쁜골프] 시간은 단순한 매너가 아니라 '룰'

대회에선 시간 규정 명확하게 관리…나의 시간이 곧 남의 시간임을 인식해야

2026.05.20(Wed) 10:15:55

[비즈한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개릭 히고는 2026 PGA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첫 티샷도 하기 전에 2벌타를 받았다. 티잉 구역에 1분 늦었기 때문이다. 이 벌타가 아니었다면 개릭 히고는 1라운드 공동 선두에 오를 수 있었다. 골프 규칙 5.3a에 의하면 티잉 구역에 1초만 늦어도 2벌타를 부여한다. 만약 5분이 초과했는데도 플레이어가 도착하지 않는다면 이유를 막론하고 실격 처리된다.

 

사진=생성형AI

 

물론 막대한 상금이 걸려 있는 프로 대회에서의 ‘지각’은 뉴스거리가 될 만큼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다. 이 뉴스를 보고 한 후배가 생각났다. 오랫동안 알고 친하게 지낸 후배인데, 약속을 하면 대체로 늦게 오는 후배다. 어쩌다 제시간에 오면 “네가 웬일이냐”라는 말을 들으니 본인이 늦는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한번은 스타트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왔는데 그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차가 막혀서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다며 먼저 진행하라는 것이었다. 2번 홀을 마치고 후배가 헐레벌떡 도착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3번 홀부터 플레이에 합류했다. 후배가 부탁을 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캐디는 후배의 1, 2번 홀을 파, 파로 기록했다. 속으로 ‘저 녀석 잘하면 오늘 라베 하겠는데…’라고 생각했는데, 그 홀에서 양파를 하는 걸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골프에서 하나의 샷을 하는 데 권장하는 시간은 ‘40초’다. 골프 룰을 관장하는 R&A와 USGA는 골프의 흥미를 반감시키는 첫 번째 요소로 늘어지는 플레이와 지나치게 긴 중계 시간을 보고 ‘40초 룰’을 시행했다. 경기 시간을 단축하려는 노력은 골프만이 아니라 스포츠 전 종목의 추세이기도 하다. 야구에도 ‘피치 클락’이 시행되었고 경기 시간이 상당히 단축됐다. 골프에서 40초 룰을 어기면 경고에서 벌타로 이어지고 실격에 해당되기도 한다. 물론 별도의 큰 액수의 벌금도 부과된다.

 

주말 골퍼 중에도 슬로 플레이어가 있다. 줄임말로 ‘슬플’이라고도 불리는 슬로 플레이어는 많은 골퍼들이 ‘같이 라운드하고 싶지 않은 동반자’의 높은 순위에 올리는 유형이다. 문제는 이 슬로 플레이어 대부분이 본인이 얼마나 느린지를 모르며, 설사 안다고 하더라도 고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은 이렇다. 우리는 선수가 아니지 않나. 우리끼리인데 좀 여유 있게 치자. 비싼 돈 내고 와서 뭘 그렇게 서두르냐. 등등이다. ‘진행’에 대해 이야기하면 “진행은 골프장 좋으라고 신경 쓰는 거잖아”라고 말하기도 한다. 슬로 플레이어 친구가 있었다. 몇 번의 라운드 끝에 한 번은 이야기해야겠다 싶어 벼르고 있는데 나에게 “네가 너무 빨리 쳐서 내가 플레이가 급해지잖아”라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2021년 필 미켈슨은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샷한 볼이 깊은 러프에 떨어졌다. 떨어진 위치는 알았지만 러프가 워낙 깊다 보니 볼을 찾을 수 없었다. 볼을 찾는 데 룰에 의해 주어진 시간 3분을 초과했다. 1벌타를 받고 그 홀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이상하게 내가 볼을 찾는 시간은 짧게 느껴지고 동반자가 볼을 찾는 시간은 길게 느껴진다. 동반자가 먼저 “볼 없네. 그냥 가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누군가가 정확하게 3분을 재지도 않는다. 하지만 캐디와 동반자의 판단으로는 분명 나간 볼임에도 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3분을 초과해서 볼을 찾는 것은 스스로를 ‘손절의 대상’으로 몰아가는 일이다.

 

김시우는 2021년 RBC 헤리티지에서 7미터 버디 퍼트가 홀컵 가장자리에 멈췄다. 바람도 불고 있었던 상황이라 김시우는 홀컵 주변에서 볼이 홀인되기를 기다렸고, 결국 볼은 홀컵에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김시우는 1벌타를 받고 파를 기록했다. 홀컵 주변에서 볼이 홀인되기를 기다리는 시간인 ‘10초 룰’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그림자를 만들고 간절히 염원하며 기다리는 아마추어 골퍼들은 꼭 기억하기 바란다. ‘10초’다.

 

가끔 주말 골퍼끼리 이야기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그건 프로 얘기고…”다. ‘프로의 골프’와 ‘우리의 골프’는 다른 것인가. 누군가가 시간을 안 지키면 그 시간만큼 진행은 멈춘다. 골프장의 매출을 위한 진행 이야기가 아니다. 동반자와의 진행이다. 누군가 시간을 많이 쓰면 또 누군가는 시간에 쫓겨서 쓰게 된다. 세상에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나의 시간은 남의 시간이기도 하다.​

 

필자 강찬욱은? 광고인이자 작가.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현재는 영상 프로덕션 ‘시대의 시선’ 대표를 맡고 있다. 골프를 좋아해 USGTF 티칭프로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글쓰기에 대한 애정으로 골프에 관한 책 ‘골프의 기쁨’, ‘나쁜골프’, ‘진심골프’, ‘골프생각, 생각골프’를 펴냈다. 유튜브 채널 ‘나쁜골프’를 운영하며, 골프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와 생각을 독자 및 시청자와 나누고 있다.​​​  

강찬욱 작가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강찬욱의 나쁜골프] 골프장 '개명'에는 이유가 필요하다
· [강찬욱의 나쁜골프] 골프장을 살리는 '길'
· [강찬욱의 나쁜골프] 골프를 망치는 세가지 마음
· [강찬욱의 나쁜골프] '부담스러운 행운' 달라지는 대한민국 홀인원 문화
· [강찬욱의 나쁜골프] 골프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7개의 부활 스토리
· [강찬욱의 나쁜골프] '특가'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골퍼를 본 일이 있는가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