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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의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향년 88세로 별세

LA 풍광 그린 '수영장 연작'으로 유명세…코로나에도 "봄은 취소할 수 없다" 계속 그려

2026.06.12(Fri) 22:00:25

[비즈한국] 파란 수영장 그림으로 널리 알려진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가 11일(현지시각) 향년 8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호크니 재단과 대변인은 그가 89번째 생일을 불과 한 달 앞두고 런던의 보금자리에서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가 6월 11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자택에서 8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2017년 9월 26일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에 기증한 그림 앞에 서 있는 호크니. 사진=AP/연합뉴스

 

#LA의 햇빛과 풍광, 그리고 수영장

 

1937년 영국 요크셔의 고풍스러운 도시 브래드퍼드에서 태어난 그는 런던 왕립예술대(RCA) 재학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1960년대 영국 팝아트의 부흥을 이끈 뒤, 미국 캘리포니아의 이국적인 정취에 매료되어 로스앤젤레스로 근거지를 옮겼다. 그곳에서 마주한 눈부신 태양광과 푸른 물결은 그의 작품을 영원히 바꾸어 놓았다. 로스앤젤레스의 풍광을 묘사한 그림은 호크니라는 이름을 세계 미술계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틀 깨는 원근법과 찬란한 색채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 사진=hockney.com

 

그를 대표하는 작품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은 평면의 캔버스에 찰나의 역동성을 불어넣어 현대 회화의 이정표가 되었다. 호크니는 회화뿐 아니라 사진 콜라주, 판화, 무대 디자인 등 장르의 경계를 끊임없이 허물며 시각 예술의 영토를 넓혔다.​ 

 

#코로나 시기,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새로운 도전

 

생애 말년 프랑스 노르망디와 고향 요크셔의 대자연으로 돌아온 호크니는 캔버스와 붓 대신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새로운 도구로 삼아 새로운 회화를 시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기에도 "봄은 취소할 수 없다"며 자연의 생명력을 디지털 드로잉으로 그려낸 일화는 유명하다. "세상을 보는 것 자체가 엄청난 즐거움"이라던 고백처럼,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붓을 꺾지 않았다.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호크니의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은 방탄소년단(BTS) 멤버 RM(김남준)을 비롯해 무려 30만 명이 관람하는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다. 

 

호크니는 노년에 들어서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2011년에 아이패드로 그린 작품 ‘The Arrival of Spring in Woldgate, East Yorkshire in 2011-2 June’. 사진=hockney.com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호크니를 "영국 미술의 진정한 아이콘이자 결코 혁신을 멈추지 않았던 혁명가"라며 "그의 생생한 계절 풍경화들은 우리가 자연 세계의 아름다움과 취약성을 목격하고 왜 이를 보호해야 하는지 깨닫게 해주었다"고 추모했다.

 

알렉스 파콰슨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 관장은 "그는 우리에게 다른 이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찾아내는 '보는 즐거움'을 가르쳐주었다"라며 "그의 타계는 미술계의 거대한 손실이자, 끊임없는 재발명으로 가득 찬 한 거장의 위대한 서사가 막을 내렸음을 의미한다"고 애도했다.

김남희 기자

namhee@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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