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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넷플릭스 날아다니는데 '방송구역'은 언제까지 규제가 될까

과거에는 방송구역별 독점 여부 판단…국경 사라진 경쟁 속 분위기 달라진 공정위

2019.04.10(Wed) 16:16:53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요즘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LTE 기술이 보편화되어 고화질 영상을 스트리밍으로 보는 것이 가능해졌고, 무제한 요금제가 대중화되어 데이터 요금의 부담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통한 스트리밍 시청이 익숙해진 젊은 세대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종종 한다. ‘케이블TV는 영상 종류가 부족하고 광고 시간 낭비도 심한데 인터넷에서 보고 싶은 영상만 골라 보면 되지 않을까?’ ‘넷플릭스, 유튜브(프리미엄) 등에 가입하면 케이블TV를 해지해도 상관없지 않을까?’

 

글로벌 OTT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제작, 배급하는 드라마 ‘킹덤’ 제작발표회. 미디어 환경은 복잡해지고 있다. OTT 사업자 간 기업결합을 바라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관점에도 변화가 일 조짐이다. 사진=박정훈 기자

 

넷플릭스,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인 OTT(Over The Top)는 셋톱박스에 국한되지 않고,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 여러 디바이스를 통해 콘텐츠를 공급한다. 이런 OTT 사업은 미디어 융합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동영상 서비스 ‘옥수수’​의 경우, 이동통신사업자가 유·무선 환경에서 종편·예능 채널, 영화 등 VOD 등을 제공한다. 방송과 통신, 유선과 무선, 플랫폼과 콘텐츠가 융합된 서비스로 볼 수 있다.

 

미디어 사업자는 시장 격변에 대응하고자 합종연횡, 이합집산 등 발버둥을 치지만 쉽지 않다. 구조개편 할 때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절차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 예로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 건을 들여다보자. 2016년 IPTV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할 때 공정위는 21개 방송구역에서 경쟁제한성이 심화된다는 이유로 기업결합을 불허했다(공정위 2016. 7. 18. 의결 제2016-000호). 이때 공정위는 방송시장의 지리적 범위를 77개의 방송구역으로 분리·획정했는데, 기업결합 당사 회사인 CJ헬로비전은 21개 방송구역에서 이미 시장점유율 1위였다. 공정위는 CJ헬로비전이 SK계열과 결합할 경우 시장지배력이 심화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방송시장을 방송구역별로 분리·획정한 공정위 판단을 이해할 수는 있다. 케이블TV 사업자(SO, System Operator)들은 각자 허가받은 방송구역 내에서만 영업할 수 있기 때문에, 방송구역별로 경쟁조건이 상이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때 경쟁제한성 심사도 전국 단위가 아니라 방송구역별로 이루어지므로, 케이블TV 업계의 대대적인 구조개편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대부분의 기업결합을 불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디어 융합이 핵심이 케이블TV 업계에서 많은 SO가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 건에 대한 공정위의 불허 이후 시장 상황은 급변했다. 미디어 융합이 핵심으로 떠올랐고, 글로벌 OTT의 공세가 매섭다.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사진=박은숙 기자

 

공정위 판단 이후 3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시장은 급변했다. 2018년 상반기 전국 단위 사업을 영위하는 IPTV의 가입자 수가 지역 단위 케이블TV의 가입자 수를 앞질렀다. 지역의 특수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감소한 것이다. 또 방송시장의 신규 가입자는 대부분 IPTV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 배경엔 이동통신 사업자이기도 한 IPTV 사업자가 내놓는 결합상품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전 세계 단위로 사업을 영위하는 OTT가 위협적인 경쟁자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을 지역으로 쪼개서 비교하는 것은 시의성을 상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인지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LGU+와 헬로비전, SK텔레콤과 티브로드, KT와 딜라이브 등 IPTV와 케이블TV 간 기업결합 건에 대해 공정위가 과거와 다른 판단을 할 가능성이 감지된다. 미디어 융합의 가속화, 미디어 경쟁의 글로벌화 등을 반영하여, 공정위가 시장획정과 경쟁제한성 심사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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