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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료제 둘러싼 전 세계 '총성 없는 전쟁'

미국 렘데시비르, 일본 아비간, 중국 한약 등 자국약물 홍보…효과 검증 없고 부작용 우려

2020.05.07(Thu) 15:37:35

[비즈한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를 누가 먼저 개발하는가를 두고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는 효과가 불분명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약을 치료제로 내세우고 있어 논란이 인다. 일본은 자국에서 개발한 아비간을, 중국에서는 한약과 감초를, 심지어 아프리카 한 국가에서는 자국산 개똥쑥으로 만든 음료를 내세우기도 한다. 자국 제약사가 만든 약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인정받으면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제대로 된 치료제 개발을 위해 국제사회가 공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를 두고 국내외에서 경쟁하는 가운데 각국에서 효과가 불분명한 약을 치료제로 추천해 논란이 인다.


#미국, 클로로퀸과 렘데시비르 주목하지만 뒷말도 솔솔

 

코로나19는 아직 공식 치료제가 없다. 그래서 나라마다 주목하는 치료제가 다르다. 미국에서는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인기다. 3월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항생제 아지트로마이신을 함께 쓰면 사상 최대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글을 올리며 화제가 됐다. 그러나 브라이트 미국 보건복지부 전직 국장은 “사전에 과학적인 검증을 받지 않은 이 약물들을 유리한 계약을 통해 수익으로 전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지난 5일 AP통신에 밝혀 논란이 가중됐다.

 

이 일이 아니더라도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클로로퀸은 부작용 논란에 휩싸여 있다. 지난 4월 24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아지트로마이신을 함께 복용하면 심장 및 신장 질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중 미국 재향 군인 36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클로로퀸을 복용한 환자는 약을 먹지 않은 환자보다 사망률이 더 높았다. 같은 달 15일 프랑스 연구에서도 약을 먹은 8명의 환자가 비정상적인 심장 박동을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함께 렘데시비르도 거론했다. 렘데시비르는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 당시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치료제로 개발한 주사제다. 렘데시비르는 지난 1일 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첫 번째 약이 됐다. FDA는 미국국립보건원의 초기 임상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부작용보다 치료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평균 회복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렘데시비르 홍보에 열을 올렸다. 지난해 6월 한미 확대정상회담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공식 치료제가 될 경우 미국 제약사인 길리어드는 그야말로 돈 방석에 앉게 된다. 그러나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지난달 23일 세계보건기구(WHO)에 게시된 코로나19 환자 237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논문 초안에 따르면, 렘데시비르는 환자 상태를 개선하지 못했고 부작용 때문에 시험이 조기 종료됐다. 투약 환자 사망률도 14%에 가까웠고, 투약 환자 11.6%에서 부작용이 발견됐다고 전해진다.

 

#개똥쑥까지 홍보…자국 위주 홍보보다 국제사회 공조 필요

 

일본 정부는 아비간의 치료 효과를 홍보하고 있다. 아비간은 일본 후지필름 자회사 도야마화학이 개발한 항바이러스제로 당초 신종플루 치료제로 개발됐다. 아베 일본 총리는 지난 16일 G7 정상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아비간의 코로나19 치료효과가 기대된다”며 “희망하는 나라에 무상으로 공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2000여 명에게 아비간이 처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비간도 부작용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아비간은 입덧 방지약인 탈리도마이드와 비슷한 부작용이 있다고 밝혔는데, 탈리도마이드는 기형아 출산 부작용으로 판매가 금지된 약물이다. 아비간 역시 혈중 요산 수치를 높여 초기 배아가 사망하거나 임산부가 기형아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약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노인들은 임신 가능성이 거의 없어 이달 중 일본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정식 승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중의학을 들고 나왔다. 중국 보건당국은 중의학이 코로나19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미국 국립보건원 임상정보 제공 사이트 ‘클리니컬 트라이얼(ClinicalTrials.gov)’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한약을 비롯해 감초와 뜸, 부항과 관련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가령 중국의 한 병원에서는 중증 코로나19에 대한 보조 치료제로 뜸과 부항을 포함한 중국의 전통 의술(TCM)이 효능이 있는지 살펴보는 연구에 돌입했다. 6일에는 감초 추출 물질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을 중국 베이징대학 연구팀이 바이오 아카이브에 공개했다.

 

5월 6일 기준 코로나19 관련 전 세계 임상시험 현황. 사진=클리니컬트라이얼


아프리카에서는 개똥쑥이 인기를 끌고 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안드리 라조엘리나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은 자국산 개똥쑥에서 추출한 음료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를 보였다며 홍보하고 나섰다. 이에 지난 3일 존 마구풀리 탄자니아 대통령과 브라자빌 콩고 대통령도 이 음료의 수입을 약속했다. 그러나 WHO는 이들 음료의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이집트에서는 조현병 치료제로 코로나19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도 세계 최초로 시작됐다.

 

이러한 행태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국과 관련이 있는 의약품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나아가 대외신인도를 제고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백재중 녹색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은 “자국 제약사에서 치료제가 나오면 그 국가는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홍보하는 듯하다”며 “그러나 이렇게 중구난방이라는 것은 확실한 효과를 보이는 약이 없다는 얘기다. 언급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준현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국가마다 우후죽순으로 약제 개발을 하기보다는 국제사회 차원에서 공동으로 지식과 기술을 공유하면서 적합한 개발 방법을 찾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어떤 나라의 민간 제약사가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면 어쩔 수 없이 독점 가격이 형성된다. 이처럼 민간 주도 개발은 특허권 등 독점적 권한을 인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 기술사용과 관련한 권리도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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