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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기술] 송은이·김숙·유재석이 고달픔을 이겨낸 꾸준함에 대하여

400회 '비밀보장'서 무명 시절 치열하게 콩트 짜던 시절 회고…나약함을 극복하는 힘은 '꾸준한 루틴'

2023.03.07(Tue) 10:48:33

[비즈한국] 인기 팟캐스트 프로그램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이하 ‘비밀보장’)이 최근 400회를 맞이했다. 무려 8년에 걸쳐 방송 명맥을 이어온 ‘비밀보장’은 진행자들이 누리꾼들에게서 받은 고민을 자신의 지인들이나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전화해서 상담을 요청하여 해결안을 내주는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8년 전, 방송가에서 불러주는 이들이 없어 스스로 자신들이 출연할 방송을 기획한 송은이, 김숙에게 제2의 전성기를 안겨준 효자 프로그램이 다름 아닌 ‘비밀보장’이기도 하다.

 

사진=VIVO TV ‘비밀보장’ 화면 캡처

 

입담 좋은 두 사람의 만담과 그들의 지인들로 구성된 초대 손님들의 다양한 출연으로 긴 시간 인기를 모은 ‘비밀보장‘. 8년째 장수해 400회를 맞는 축하 자리에 송은이와 김숙은 초대손님으로 이들에게 늘 조언과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방송인 유재석을 초대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끈끈한 우정을 자랑하는 친구이자 선후배 사이인 세 사람은 ‘비밀보장’ 방송 초반부터 엄청난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일명 ‘유재석 탈골방송’을 예고하며 녹화 6시간 방송을 예고하는 김숙, 송은이의 차진 입담 압박에 유재석은 2시간이 넘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무조건 퇴근하겠다는 일침이 이어지며, 방송 초반부터 오디오가 비는 틈 없는 유쾌한 방송이 시작된다.

 

일반 청취자들이 유재석에게 궁금한 것들을 묻고 답하는 시간, 청취자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고 선택해 주는 코너까지, 각각의 코너들이 다채롭고 흥미로웠다. 그러나 이 중 귀를 사로잡았던 스토리는 따로 있었다. 청취자 중 한 명이 이들 세 명이 20대였던 시절, 함께 코너를 짜고 연기를 했던 ‘남편은 베짱이’ 콩트를 했던 시절의 썰을 풀어달라는 질문에 답하는 이들 세 명의 소회에 귀가 쫑긋해졌다.

 

제일 먼저 유재석은 다음과 같이 그 시절에 대해 말했다. “어찌 보면 서로 고달픈 시기였어요. 특히 제가 여기 두 사람을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들어도 많이 몰아치면서 연습시켰거든요. 코너에 나갈 콩트를 짜고 연습하는데 아침 10시에 모이면 새벽 2~3시에 헤어지는 걸 주 4~5일 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스케줄이었지요. 그런데 그때 저는 나에겐 이거밖에 없다. 무조건 올인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기 때문에 콩트 내용이 재미가 있어도 녹화 들어가기 직전까지 집요할 정도로 연습에 연습을 더했던 것 같아요. 내 인생에 그렇게 열심히 살아본 적이 있나 싶게 살았어요. 정말 치열하게 했습니다.”

 

그러자 김숙은 “리허설만 한 100번은 했던 거 같아요. 그러니 녹화할 때는 절대 틀린 적이 없었던 기억이에요.” 김숙의 이 말에 뒤이어 유재석은 “이렇게 우리 세 명이 지금 같은 좋은 날이 오게 될 줄 몰랐어요. 그 프로그램을 하던 당시에는 미래가 없었고 하루하루가 정말 불안한 시기였거든요.”

 

그러자 송은이가 조금은 나직한 어조로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 나갔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내공이 생긴 거 같아요. 우리가 엉덩이 붙이고 그때 지구력 있게 해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라고 생각해요.”

 

한 때 무명이었고, 함께 콩트를 짜는 그 프로그램이 세상의 전부라 여겼던 세 사람의 20대 시절 이야기를 들으니, 순간 울컥함이 방송을 듣는 내게도 툭 치고 들어왔다. 최고의 방송인이라 추앙받는 유재석에게도, 최근 사옥까지 장만해 매니지먼트사와 콘텐츠 제작 회사를 이끄는 송은이 대표에게도, 몇 명 안 되는 KBS 연예대상 여성 수상자인 김숙에게도 미래가 암울하고 불안한 시기가 있었다. 허나 이들이 보통의 사람들과 달랐던 지점은 그들이 걸어온 길을 포기하지 않고 지독할 정도의 꾸준함으로 지금의 자리를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사실 인간의 의지는 생각보다 나약하다. 바쁘고 힘든 순간 속에서 더욱 스스로를 붙들어 주는 것은 정신력도 아니고, 열정이나 의지도 아닌 ‘꾸준한 루틴’이라고 생각한다. 유재석이 스스로 지금의 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지독하게 꾸준히 노력해 온 것들, 방송국에서 자신들을 아무도 찾아주지 않자 스스로 ‘비밀보장’ 같은 방송 콘텐츠를 무려 8년째 만들어 내면서 이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게 된 송은이, 김숙을 봐도 그러하다.

 

결국 성공을 이끄는 것은 단순한 열정, 최선의 힘이 아닌 꾸준함이 힘이고 답이다. 마치 이런 생각에 힘을 더해주듯 최근 인기리에 방영을 마친 JTBC 드라마 ‘대행사’ 마지막 회에서도 다음과 같은 명대사가 등장한다. 강한나 상무(손나은 분)를 돕고자 하는 고아인(이보영 분)이 난제에 부딪히자 찾아간 조문호 대표(박지일 분)는 다음과 같은 말을 고아인에게 들려준다.

 

“상무님 길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길을 새로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는 고아인의 대답에 조 대표는 뒤이어 말을 잇는다. “그건 일 못하는 애들 얘기고요. 길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 그냥 하던 일을 계속하시면 되는 겁니다. 그러다가 성공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걸 길이라고 부르는 법이니까.”

 

유재석과 송은이, 김숙이 과거 함께 ‘베짱이 남편’의 콩트를 짜며 내공을 키웠던 그 루틴대로 그들은 그냥 하던 일을 계속 해왔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오 것일 게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길이 보이지 않아 암울하고 불안한가. 그렇다면 불안에 떨고, 감정에 스트레스받는 시간에 당신이 해오던 일을 ‘루틴’처럼 꾸준하게 지속하는데 에너지를 쏟아보는 건 어떠한가.

 

그렇게 하던 일을 긴 산책을 하듯 꾸준히 하다 보면, 분명 다른 사람들도 당신이 걸어온 자취를 ‘길’이라고 부르는 날이 올 것이다. 매일, 조금씩, 무심하게. 당신이 꾸준히 걷고 있는 그 길이 진짜 ‘길’이 되는 날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바즐’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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