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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로또를…' 남북 접경지 기획부동산 주의보

펀드형, 공유지분 방식 등 '진화'…당하면 피해 회복 어려워 꼼꼼히 확인해야

2018.08.23(Thu) 17:36:05

[비즈한국] 올해 퇴직을 앞둔 A 씨(61)는 지난 8월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지인으로부터 강원도 땅에 함께 투자하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대기업이 투자할 땅 근처에 골프장과 대규모 리조트를 건립하는 개발계획이 최근 확정됐다는 설명이었다. 올해 초까지 강원도 부동산 시장을 휩쓸었던 ‘평창올림픽 특수’를 비껴간 땅이지만, 남북 정상회담 이후 접경지역이라 개발 호재가 있어 “가격이 무조건 오른다”는 말까지 이어지자, 그동안 퇴직금 처리를 두고 고심하던 A 씨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지인이 수상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개발될 땅이라며 숲이 무성한 위성사진을 보여주면서도 정확한 지번은 알려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공동투자라 신청금이 필요하다. 투자금 일부를 선입금하라”는 요구를 하자 지인에 대한 의심은 더 커졌다. 

 

A 씨는 “건네받은 위성사진을 토대로 지도를 대조해가며 땅 위치를 찾았다”며 “직접 찾아가보니 고압송전선 아래로 경사가 급하고 수풀만 빼곡했다. 사진에 나온 장소는 산지가 험해 갈 수도 없었다. 지역 부동산에 찾아가 물어보니 개발계획은 사실 무근이고, 가능성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 땅값도 지인이 제시한 금액이 100배가량 더 비쌌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기획부동산 사기 사례다. 기획부동산이란 일종의 공동 부동산 투자 방식이다. 개발 가능성이 없거나 가치가 낮은 땅을 싼 가격에 대량으로 매입한 뒤 ‘향후 엄청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좋은 물건’으로 부풀려 여러 명에게 비싼 값에 팔아 이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이처럼 쓸모없는 토지를 ‘금싸라기 땅’으로 속여 비싸게 팔아넘기는 기획부동산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뒤늦게 사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법적으로 구제 받기가 쉽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기획부동산 사기는 대부분 토지 거래에 집중된다. 최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쉽게 시세를 파악할 수 있는 주택이나 상가 등과 달리, 토지는 정확한 가격을 매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기라는 사실도 금방 드러나지 않는다. 통상 토지 개발이나 관련 정책 도입은 시간이 많이 필요한 만큼 투자자들이 ‘장기 투자’라고 믿으면서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상반기에 이어 최근 남북 접경지역 부동산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기획부동산 사기도 덩달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 ‘경제특구, 그린벨트 해제​ 투자 열풍 따라가는 기획부동산

 

기획부동산 의혹은 대규모 개발이 예상되거나 정부 규제가 풀린 곳에 집중된다. 최근엔 남북 접경지역에서 출몰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강원도 등이 대표적이다. 이 지역 부동산 시장은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 차례 들썩였는데, 광복절 때 대통령이 “접경지역에 통일 경제특구를 만들겠다”고 언급하면서 다시 투자 열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수도권과 가까운 파주시는 지난 4월 이후 역대 최대 거래량(4852건)을 기록했다. 그동안 토지 거래가 거의 없던 인근 지역 거래량 증가율도 두 자릿수다. 강원도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원도 지가 상승률(3.919%)은 서울 수도권을 제외하면 전남(3.902%), 제주(5.457%) 다음으로 높다. 특히 접경지역인 고성과 철원은 강원도 주요 부동산 시장인 속초와 양양 지가 상승률의 두 배를 기록했다.  

 

투자 열기가 끓어오르면서 고수익을 담보로 한 접경지역 기획부동산도 덩달아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철도 개통’이나 ‘제2의 개성공단’ 등을 언급하며 현재 3.3㎡(약 1평)당 10만 원대에 불과한 땅이 조만간 10배 이상 오른다고 홍보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 지역들은 현재까지 구체적인 사업 내용은커녕 개발계획조차 나오지 않았다. 개발 자체가 불가능한 곳도 있다. 파주의 경우, 접경지역 대부분은 소유자가 농사를 지어야만 하는 곳이다. 1996년 ​농지법 제정 이후 투기 및 미경작 농지 방지를 위해 이 지역 토지는 소유자 자경 원칙을 지켜야 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파주든 강원도든 접경지역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개발 가능성이나 투자 가치가 높은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구역으로 지정된 경기도에서도 기획부동산 의혹이 번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오는 2022년까지 수도권 인근 40곳의 그린벨트를 풀고 16만 가구가 들어설 신규 공공택지를 개발하기로 했다. 로드맵 발표 직후 해당 지역들은 ‘금싸라기 땅’이 됐는데, 최근엔 외곽지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경기도 지역 기획부동산은 일부 부동산 업체들이 그린벨트 내 토지를 싼 값에 대량 매입해 웃돈을 붙여 여러 필지로 쪼개 파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실제 시세보다 비싼 3.3㎡당 50만~70만 원선에 팔면서도 투자자들에게 소액 투자라고 강조하고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큰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 “한번 당하면 피해 원상복구 힘들어​ 투자자 주의해야

 

문제는 이러한 형태의 기획부동산 사기를 당해도 피해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시세보다 비싸게 샀다는 이유만으로는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거래 과정에서 기획부동산 업체나 개인이 부동산의 투자가치, 실현 가능성을 속였거나 잘못된 정보를 줬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통상 투자자의 판단으로 결정한 것으로 서류가 모두 작성된다. 이 경우 투자자가 사기라는 점을 입증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수법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과거엔 팔기로 한 땅과 다른 땅을 보여주는 방식의 고전적인 수법이 기승을 부렸다면, 최근엔 펀드형, 공유지분 등기 판매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경찰 관계자는 “공유지분 등기 판매 수법이 최근 대표적인 기획부동산 수법”이라며 “하나의 땅을 여러 명이 지분을 나눠 보유하면 전체 토지 중에 어느 곳이 자신의 소유인지 알 수가 없다. 소유를 확실하게 하려면 등기부등본에 이름이 오른 전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 농사를 짓든 건물을 세우든 마찬가지다.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적게는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게 땅을 팔기 때문에 뒤늦게 이 사실을 안 피해자들이 대부분 망연자실한다”고 말했다. 

 

앞서의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토지는 개발계획이 착수되기 전까지는 가능성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개발이 무산될 경우엔 샀던 가격의 절반 이상이 순식간에 떨어질 수 있어 위험성이 큰 투자”라며 “​​토지 투자는 잠깐 시장을 흔드는 단기 정보에 끌려가기보다 꼼꼼히 검토한 후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단 거래가 끝나면 피해를 완전히 회복하는 건 힘들다. 미리 사기 피해를 방지하는 게 중요하다. 기획부동산이 의심되면 직접 현장을 방문하거나 지자체 등을 통해 정보가 과장됐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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