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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불면증 환자가 만든 '모션베드' 몽가타 정태현, 김찬식 대표

자살유가족으로 경험한 불면증 계기 6년간 매달려 "좋은 수면 공간 제공하고파"

2018.08.28(Tue) 17:41:50

[비즈한국] 모두 안 된다고 했다. 대학생이 만든 스타트업이 침대를 제작한다니. 정태현 몽가타 공동대표(28)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작정 가구 공장을 찾아가 막일을 하며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웠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며 버텼다. 집념을 넘어 집착에 가까웠다. 2013년부터 6년간 매달린 끝에 움직이는 침대 ‘모션베드’를 만들어냈다.

 

“그땐 정말 미친 사람 같았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해서 무조건 들이댔어요. 도와달라는 말을 일에 달고 살았죠. 꼭 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어요.”

 

김찬식(왼쪽), 정태현 몽가타 공동대표. 6년간 모션베드 제작에 매달려 국내 가장 앞선 기술을 장착한 모션베드 ‘Afton’을 오는 9월 출시한다. 사진=최준필 기자

 

정 대표는 대학 시절 ‘자살유가족’이 됐다. 자살의 원인은 불면증으로 인한 스트레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충격과 죄책감으로 정 대표 또한 수면장애를 겪었다. 수면제를 2년간 복용할 정도로 심각했다. 그러나 더 많은 수면제를 목구멍에 털어 넣는다고 나아지지 않았다. 잠을 못 자니 점점 더 삶이 무기력해지고 우울증은 악화됐다. 악순환이었다.

 

“정말 폐인처럼 지냈어요. 학교 수업도 안 나갔죠. 2년을 그렇게 지냈더니 친한 친구가 따끔하게 충고했어요. ‘사람의 진가는 어려울 때 나타난다. 이 모습을 하늘에 계신 분이 좋아할까?’라고요. 그 뒤로 잠을 잘 잘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죠.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때 발견한 논문 하나. 스위스 제네바대학교에서 발표한 논문은 흔들림이 숙면에 도움을 준다는 실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신생아용 흔들 요람 작동 원리와 같았다. 정 대표는 제네바대학교에 동의를 구하고 논문을 바탕으로 침대 개발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직접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 각종 창업 경연대회에서 상을 타며 검증받았지만, 침대 제조 시장에 뛰어들 엄두는 나지 않았다. 국내 침대 시장은 사실상 독점시장인 데다, 제조업은 막대한 초기 자본이 필요한 사업이었다. 대신 모션베드 도안을 들고 침대 회사를 찾았다. 모두 거절이었다. 당시 모션베드는 찬밥 신세였다. 

 

정태현 대표는 2년간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고 잠들지 못할 만큼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렸다. 간절한 마음으로 침대 제작에 매달렸다. 수많은 행운이 겹쳐서 가능했다고. 사진=최준필 기자

 

“결국 직접 만들기로 했어요. 공장에 찾아가 ‘샘플’ 침대를 만드는 데에 500만 원 정도 들더라고요. 당연히 감당이 안 됐죠. 돈이 다 떨어져서 그만두려다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연세대 산학연 R&D사업 투자 공모를 했어요. 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프레젠테이션 때 제가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간절했던 거죠.”

 

6년간 스무 차례 이상 침대를 만든 끝에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왔다. 우리나라 최초로 매트리스를 좌우로 움직여 숙면을 유도하는 기술이 적용된 모션베드였다. 자는 동안 뒤척이는 움직임이나 코 고는 소리가 감지되면 머리나 다리를 들거나 낮춰 자세를 바꿔주는 기능도 탑재했다. 깨지 않도록 수면을 지켜주는 것이다. 매트리스에 설치된 센서는 수면 정보를 데이터화하고, 병원과 연계해 건강 상태 정보를 애플리케이션(앱)에 전송해준다.

 

처음엔 엉망이었다. 나무틀로 침대를 만들어 무겁고, 매트리스를 움직이는 모터 소음이 컸다. 침대라고 하기 민망했다. 정 대표 말을 빌리자면 ‘500만 원짜리 쓰레기’ 수준이었다. 침대를 침대답게 만들어줄 디자이너가 필요했다. 2014년 같은 학교 건축학 전공인 김찬식 공동대표(27)에게 손을 내밀었다. 처음 보는 사이였다. 김 대표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첫 작품은 침대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었다. 정태현 대표(왼쪽)는 디자인을 맡아줄 김찬식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군대 가기 전 잠깐 도와줄 생각으로 시작한 김 대표는 입대를 미루고 여기까지 왔다. 사진=최준필 기자

 

“그때 디자인 동아리를 하고 있었어요. 정 대표의 제안이 들어왔을 때 아무도 스타트업에 관심을 안 가졌죠. 저는 군대 가기 전에 쉬고 있을 때라 잠깐 도와주면 되겠지 싶어서 했는데 지금까지 왔어요. 다 돼 있고 디자인만 하면 된다고 했거든요. 근데 아직도 군대 못 갔어요.”

 

‘작품’이 완성되자 검증이 필요했다. 임상시험을 의뢰하기 위해 의과가 있는 대학은 모조리 찾아갔다. 최소 8000만 원에서 많게는 2억 원 이상 비용이 필요했다. 당시 자금으론 턱없이 부족했다. 낙담하고 있던 그때,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정 대표가 예비군 훈련을 갔을 때 훈련에 힘겨워하던 동료를 도왔다. 이 동료와 친해졌는데, 알고 보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수면건강센터 데이터관리 담당자였다.

 

“당시에 수면건강센터가 생기기 바로 직전이었는데, 예비군에서 만난 분이 센터에 얘기를 해준 거예요. 방문하라고 해서 가서 홍보하고 도와달라고 말했죠. 담당 교수님들이 저희 침대에 흥미를 느꼈는지, 비용은 거의 받지 않고 임상시험을 해줬어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행운이죠.”

 

임상시험 결과, 몽가타의 모션베드 브랜드 ‘Afton’은 일반 침대보다 수면 효율이 11% 높았다. 8시간을 잘 때 50여 분을 더 잔 효과를 얻는 셈이다. 임상시험까지 마친 몽가타는 ‘Afton’ 양산을 끝냈다. 오는 9월부터 판매하지만, 벌써 구매 문의가 쇄도하며 반응이 뜨겁다.

 

정태현, 김찬식 두 사람이 만든 모션베드는 일반 침대보다 수면 효율이 11% 높다. 8시간을 잘 때 50여 분을 더 자는 셈이다. 사진=최준필 기자

 

현재까지 유치한 누적 투자금액만 17억 원. 출시를 앞두고 대기업 투자 러브콜도 상당하다. 2017년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51만 5326명으로 3년 새 13% 증가했다. 잠 못 드는 한국 사회에서 모션베드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는 블루오션이다. 실제 지난해 300억 규모였던 국내 모션베드 시장은 올해 1100억 원, 내년 4700억 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수면 시장 규모는 2조 원, 세계 수면 시장 규모는 60조 원에 달한다. 미국에선 이미 침대 10개 중 4개가 모션베드다. 

 

“돈이 목표였으면 진즉 포기했을 거예요. 좋은 침대가 아닌 좋은 수면 공간을 제공하고 싶은 게 저희 목표예요. 사람이 인생의 3분의 1을 자는 데 쓰잖아요. 잠을 자는 시간만큼은 모두에게 행복하고, 온전히 나를 위해 쉴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더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요.”

 

성공한 국내 스타트업은 대부분 IT기술 기반 플랫폼 업체인 현재, 제조업에 뛰어들었던 스타트업은 하나같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몽가타는 제조업에서 살아남아 스타트업의 새 길을 열 수 있을까.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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