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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포비아에 뜬 '성분 분석 앱' 분석해보니…

화장품 '화해' 식품 '엄선' 인기…제조업체 "관련법 따라 제조, 문제 없어" 전문가 "앱 맹신 위험"

2018.12.12(Wed) 17:49:48

[비즈한국] 최근 까다로운 소비자들 사이에서 ‘성분 해석 앱(애플리케이션)’이 화제다. 시중에 출시되는 제품에 첨가된 화학물질이 무엇인지, 또 이것의 위험도는 어떤지를 일목요연하게 알려주기 때문. 앱 이용자들은 ‘성분 알고 나니 못 먹겠다’며 뜨거운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분 분석 앱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성분 해석 앱이 주목받는 이유는 요즘 ‘케미포비아’ 때문이다. 케미포비아는 화학을 뜻하는 ‘케미컬(Chemical)’과 혐오를 의미하는 ‘포비아(Fobia)’​가 합쳐진 신조어로 화학 제품을 꺼리는 심리를 일컫는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이어 올해도 굵직한 유해물질 이슈가 터지면서 ‘케미포비아’​는 더욱 거세졌다. 지난 5월 한 침대의 매트리스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된 데 이어, 12월에는 자동차 핸들커버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되기도 했다.

 

성분 해석 앱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올해 들어 ‘케미포비아’가 확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진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대진침대 피해보상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모습. 사진=임준선 기자


# 화장품으로 시작해 식품 전반으로 확대

 

현재 인기 있는 대표적인 성분 해석 앱으로는 화장품 관련 ‘화해(화장품을 해석하다)’와 ‘코스미’, 식품 관련 ‘엄선(엄마들의 선택)’을 들 수 있다. 2013년 7월에 출시된 화해의 누적 다운로드 횟수는 600만 건에 달한다. 12월 12일 기준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인기 앱/게임’ 분야에서 1위 자리에 올라 있다. 비교적 최근에 출시된 식품 성분 해석 앱인 엄선의 경우도 마찬가지. 매월 2만 명이 유입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8월 첫선을 보인 코스미 또한 3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30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대표적인 성분 해석 앱인 ‘​화해​’​는 책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중 ‘​가장 피해야 할 20가지 성분’​, 식약처가 고시한 ‘​알레르기 유발물질’​ 등을 바탕으로 화장품 성분을 해석해 보여준다. 이 밖에 사용자를 겨냥한 세일 정보 등 다양한 콘텐츠도 다룬다. 평점과 제품 조회 수가 높은 상품은 앱을 통한 직구(직접 구매)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용자들이 남긴 후기를 바탕으로 자체 선정 시상식을 진행하는 등 영향력이 적지 않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화해 어워드에서 1위를 한 제품’이라고 마케팅을 하면 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식품 성분 해석 앱 ‘엄선’은 미국 비영리 환경단체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식약처(EFSA) 등의 식품첨가물 정보를 종합해 보여준다. 사진=엄선 앱 캡처

 

식품 성분을 해석해주는 ‘​엄선​’​은 11년간 식품 바이어로 일한 조기준 대표를 비롯해 세 명이 함께 개발한 앱이다. 엄선은 미국 비영리 환경단체인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식약처(EFSA) 등의 식품첨가물 정보를 종합해 보여준다. 아울러 ​내년부터 ​식약처 산하 기관인 한국식품관리인증원(해썹·HACCP)에서 자료를 받아 소비자에게 더 믿을 만한 성분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코스미’​는 최근 열풍을 일으킨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개발해 눈길을 끈다. 후기를 남긴 사용자들에게 직접적인 보상을 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했다. 후기를 작성한 이용자는 토큰을 받아 이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 앱을 개발한 스타트업 코스모체인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카카오 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성공했다. 3개월 동안 파일럿 서비스를 거친 코스미는 내년 1분기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건강기능식품, 화학제품 유해성분 분석 등 저마다 차별화를 꾀한 각종 성분 분석 앱이 출시돼 있다.

 

# 기업, 전문가 집단 “맹신은 금물”

 

성분 해석 앱의 사용자가 점차 많아지면서 화장품이나 식품을 생산·유통하는 기업들은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들 앱에서 제품 성분이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 판매량에 적잖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 업체 토니모리 관계자는 “앱에서 성분이 검증됐다는 제품은 인기를 끈다”며 “성분을 따지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그런 경향에 맞춰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기업 관계자들은 ​성분 해석 앱에서 위험하다고 하더라도 실제 제품은 법과 규칙에 따라 제조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사용 가능한 성분만을 관련 법령에서 규제하는 배합비율을 준수해 제품을 생산한다”며 “‘유통화장품안전관리기준’에 의거해 적합한 제품만을 판매하고 있다. 피부자극 테스트도 거쳤으니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고 밝혔다.

 

동원 관계자도 “식약처의 안전 규정을 따라 제조한 제품이다”며 “어려운 용어로 표기되고 또 위험하다고 나와 있어서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낄 것 같다. 말이 어려워서 그렇지, 쉽게 풀이하면 MSG나 식물 추출 원료”라고 설명했다.

 

화장품과 식품 성분 해석 앱은 미국의 비영리 환경단체 EWG​가 내놓은 유해성 등급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유해성 실험 존재 유무에 따라 등급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어 정확한 지표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진=EWG 홈페이지 캡처


전문가들도 성분 해석 앱을 맹신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성분 해석 앱에서 많이 사용되는 EWG 등급에 의문을 제기했다. EWG 등급은 미국 비영리 환경단체인 EWG가 화장품, 식품 등에 나름의 기준으로 등급을 분류한 것을 말한다. 현재 화해와 엄선에서는 제품 성분을 해석할 때 EWG​ 등급을 활용하고 있다.

 

박철원 기초의과학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EWG 등급이 낮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데 EWG 등급을 나누는 기준은 유해도 실험”이라며 “최신 성분의 경우 아직 실험하지 않아서 등급이 낮게 나오는데, 등급이 낮다고 이런 성분이 안전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지현 화장품비평가도 “EWG를 식품 분석이나 화장품에 대입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할 수 없다”며 “식품첨가물은 얼마나 많은 양을 얼마나 자주 먹느냐, 화장품은 얼마나 많은 양을 자주 바르느냐에 따라 위해 평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스타트업들 역시 기준이 완벽하지 않은 점을 인정하면서도 향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화해 관계자는 “EWG에서 발표한 성분 등급을 그대로 사용자에게 전달할 뿐”이라며 “EWG에 대해 평가를 하기는 어려운 만큼 양해를 부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조기준 엄선 대표는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 동의한다”면서 “하지만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연 코스모체인 홍보팀장도 “화장품 유해 성분 해석 앱을 참고해서 리뷰를 올리는 분들이 많다. 아무래도 비전문가들이다 보니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며 “향후 화장품 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함께 다룰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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