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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30분 내 한국 해군 전멸?' 됐고, 지금 급한 건 KDDX야

포클랜드 같은 상황은 안 일어나지만 해상도발 대비 차세대 구축함 확보 노력해야

2019.01.30(Wed) 15:48:04

[비즈한국] 일본의 초계기 도발이 해를 넘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23일에 이르기까지 3회 이상의 저공 위협비행을 연속 시도했으면서도, 일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억지 주장을 계속하며 국내의 정치적 지지율 확보를 위한 거짓말과 무례를 일삼고 있다. 

 

일본의 해상 위법행위가 계속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것이 일본과 한국의 해상전력 격차와 한국 해군의 전력증강 논의다. 일부 언론들은 자극적인 내용으로 일본 해상자위대의 능력을 과장해가며 일본과의 군사갈등에서 우리가 반드시 패배한다는 왜곡된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일각에서 알려진 “30분 내 한국 해군 전멸” 운운이 그것이다.

 

일본 P-1이 저공 위협비행으로 포착한 광개토대왕함. 사진=일본 방위성


# 한국 해군 전멸 가능성 거의 없어

 

현대전에서 해군 전력의 격차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던 전쟁은 1982년의 포클랜드 분쟁이다. 아르헨티나 해군은 제2차 세계대전의 구형 미국제 순양함과 영국제 항공모함, 그리고 신형 독일제 잠수함과 영국제 구축함을 보유하고 있어 중남미에서는 상당한 해군 강국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세계 제3위의 해군력을 자랑하는 영국이었고, 아르헨티나 해군은 막강한 영국 해군의 공격을 피해 다니다가 제대로 된 해전도 하지 못하고 포클랜드 제도의 제공권을 뺏기자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해군도 아르헨티나 해군처럼 손쉽게 패배한다는 것이 “30분 내 전멸” 운운하는 자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일본 해상자위대의 함정 규모는 총 46만 톤이며, 한국 해군은 19만 톤으로 해상자위대의 규모가 두 배 이상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해상초계기도 일본은 100여 대, 한국은 16대 정도다. 

 

물론 이런 주장은 해전과 해상 분쟁의 형태와 조건, 양상에 전혀 무지한 상태로 이야기하는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일본 해상자위대의 전력은 우리보다 우세하지만, 일본이 해상자위대를 사용해서 독도를 빼앗거나 한국 해군을 전멸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국 해군은 교전이 일어나지 않는 갈등 상황에서 우리 배와 영해를 지킬 충분한 능력이 되고, 실제 해전이 일어난다고 해도 전면전 상황에서는 일본이 우리 해군을 압도할 수 없다. 그 근거는 이렇다.

 

# 포클랜드 분쟁 같은 상황 안 일어나

 

우선 포클랜드 분쟁과 같은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극히 드물다. 일본의 외교적 고립 때문이다. 섬나라인 일본은 러시아, 한국, 대만 및 중국과 모두 도서분쟁을 겪고 있어 한국 함정과 영토, 영해를 향해 해상 도발을 시도할 경우 일본 해상자위대의 모든 전력을 집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일본이 신기에 가까운 외교술을 펼쳐 중국과 러시아와 영토분쟁을 매듭짓거나, 한미 상호방위조약으로 엮인 미국을 일본 편으로 100% 끌어들일 수 있다면 일본은 자신이 가진 해군력으로 강하게 한국 해군을 압박할 수 있겠지만, 일명 ‘일본 패싱’ 현상이 몇 년째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런 가정은 비현실적이다.

 

한국 해군의 전력도 최근 20년간 급격한 발전과 성장을 거듭했다. 일본이 자랑하는 핵심 해군력 중 하나인 이지스 구축함은 일본이 6척을 보유했지만, 한국도 3척을 보유하고 있다. 잠수함 전력도 18척 대 20여 척으로 큰 차이가 없다. 물론 이것이 일본 해상자위대와의 함대결전에서 이길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소규모 해전 및 제한적 전투에서는 우리가 크게 움츠러들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우리 해군의 주력 전투함인 이순신급 구축함. 사진=김민석 제공


# 일본이 동해 남해 제공권 장악 못해

 

일본이 무력으로 자신들의 억지 주장을 관철시킬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지리적 특징과 공군력이다. 한국과 일본이 맞붙는 동해와 남해는 대양이 아닌 일종의 내해이기에, 포클랜드 전쟁 때 아르헨티나 해군이 항공모함을 운용하지 못하고, 아르헨티나 공군이 장거리 작전을 매우 어려워한 상황과는 다르다. 

 

한국 공군은 일본 항공자위대보다 노후한 기체가 더 많지만, F-15K 60여 대와 KF-16 60여 대가 해상 항공전에 참여할 경우 일본이 동해와 남해의 제공권을 장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최근 한국 공군이 전력화한 A330 MRTT 공중급유기는 한국 공군의 고질적 문제였던 원거리 작전능력의 부족을 상당히 완화시킬 수 있다(관련기사 [김대영의 밀덕] A330 MRTT 공중급유기 30일 전력화 "하늘 주유가 쉬워졌어요"). 

 

결국 일본의 초계기 도발에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어렵고 우리는 약하니, 일본에게 무조건 양보해야 한다거나 군사적 대응은 파국만을 부를 것이라는 주장은 호들갑에 가깝다. 

 

그렇다고 한국 해군이 초계기 도발이나 해상 분쟁에서 완벽히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해상에서 우리 주권을 위협하는 행동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플랫폼, 즉 전투함의 질적 향상과 양적 증강이 절실하다. 현대 해상전투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자랑하는 것은 전투기와 같은 항공전력이지만 이를 극대화하고 항공기가 하지 못하는 여러 임무를 맡을 수 있는 것이 전투함이기 때문이다.

 

KDDX(차세대 한국형 구축함)와 가장 유사한 스페인의 F110 프리깃함. 사진=Navantia


# 해상 대응 플랫폼, 전투함 부족은 문제

 

항공모함을 건조한다고 해도 항공모함을 호위할 전투함이 부족하면 실전에서 항구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잠수함이 아무리 많아도, 원자력 잠수함을 가지고 있어도, 전쟁이 터지지 않으면 분쟁 당사자들에게 의미 있는 압박을 가할 수 없다. 

 

해상초계기는 그 특성상 크고 비교적 느리기 때문에 전투기의 공격에 취약한데, 현재 운용 중인 그 어떤 전투기도 해상초계기를 장시간 엄호할 능력은 가지고 있지 않다. 인공위성이나 무인정찰기로 적 함선의 위치를 알 수는 있겠지만, 전투를 하지 않는 대치 상황에서 적의 함선을 몸으로 막고 실제로 견제할 수 있는 무기는 프리깃함, 구축함과 같은 주력 전투함뿐이다. 

 

잠수함이나 지대함 미사일, 전투기보다 다양한 무기를 탑재해서 상황에 따라 완전 격침에서 손상, 가벼운 경고사격까지 할 수 있는 것도 전투함만이 가지는 장점이다. 전투함은 공격만 할 수 있는 눈먼 맹수가 아니다. 전투함은 해상 무기체계 중 수중, 공중, 해상의 위협을 탐지할 수 있는 모든 장비를 갖춘 ISR(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 플랫폼이다. 이와 달리 해상초계기는 대부분 공중 표적의 감시가 불가능하고, 수중 표적도 소노부이를 사용해서 제한적으로 추적 가능하다. 

 

한국 해군이 이런 전투함의 유용성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KDDX로 불리는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 개발에 도전해왔다. 하지만 수상함 전력 증강에 부정적인 의견들 때문에 원활히 추진되어 오지 못했다. 바다 속에서 오랫동안 은밀히 작전하는 원자력 잠수함이나 원양에서 강력한 항공력을 제공하는 항공모함을 먼저 보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계획된 KDX-2A 미니 이지스함. 사진=김민석 제공


#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 KDDX

 

KDDX는 원래 2009년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KDX-2A라는 이름으로  2019년부터 전력화 될 계획이었으나, 이때는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을 보조하는 일명 ‘미니 이지스함’으로 계획되었다. 하지만 해군과 국방부는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을 추가 건조하는 것에 가닥을 잡고 약 10년간 KDDX 계획을 미뤘다. 

 

KDDX 계획의 본격 추진을 결정하게 된 것은 지난해 11월 개최된 제118회 방위산업 추진위원회였다. 2020년대 후반부터 6척의 KDDX를 건조하기로 확정되었는데, 거의 모든 부분을 국산화하고 특히 대공전 능력을 크게 강화하기로 했다.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인 L-SAM의 레이더와 미사일 기술을 활용해 항공기와 크루즈 미사일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 요격능력까지 갖춘 ‘한국형 미사일 방어’ 능력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상함의 문제점인 초수평선 탐색 능력, 즉 먼 거리에 있는 저공비행 적기나 함선을 탐지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KDDX의 개발과 함께 무인 복합형 전투회전익기와 무인전투 수상정을 KDDX에 탑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해당 장비들은 이미 상당 부분 탐색개발과 기술시연이 이루어져 이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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