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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배워라" 중국 '특급 칭찬'에 딜레마 빠진 삼성

리커창, 삼성 반도체 공장 방문해 러브콜…무역갈등과 미국 관계 고려해야 해 '부담'

2019.10.24(Thu) 15:46:59

[비즈한국] “중국 기업이 삼성으로부터 배우지 못하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의 평가다. 중국 기업들이 자국을 넘어 세계로 향하기 위해선 삼성전자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환구시보’는 삼성전자가 중국 휴대전화 공장을 폐쇄한 것을 두고는 “품위 있게 폐쇄하며 중국 네티즌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삼성은 중국에서 패자가 아니다”라는 우호적 평가도 내놨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14일 삼성전자 중국 시안공장을 찾았다. 리 총리가 외국 기업 공장을 찾은 것은 드문 일. 그러나 삼성으로선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진=중국정부망

 

최근 중국 관가와 언론이 이례적으로 삼성을 띄우고 있다. 그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문제로 촉발된 양국 갈등과 글로벌 정보통신(IT) 시장에서 벌어진 양국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을 고려하면 단순 인사치레로는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의 견제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이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강화해 첨단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계산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증권사 관계자는 “중국은 세계에서 D램을 가장 많이 수입한다. 이를 일차적으로 국산화 한 뒤 시장지배력을 확보하면 수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다만 미중 무역 분쟁 여파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5년 이상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데, 한국 기업과의 연대로 이를 극복하려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은 삼성전자와 거리를 좁히려는 모습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14일 삼성전자 중국 시안공장을 찾아 “우리는 삼성을 포함해 각국 하이테크 기업의 중국 투자 확대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가 외국 기업 공장을 찾은 것은 드문 일이다.

 

시안공장은 삼성전자가 2014년 5월 준공한 삼성전자의 해외 유일 메모리 반도체 공장이다. 삼성전자는 시안공장에 이미 108억 700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15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투자를 늘린 것은 중국의 IT 산업 성장으로 반도체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해서다.

 

현재 중국은 반도체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미국과의 무역분쟁으로 화웨이 등 핵심 기업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인텔·마이크론 등 미국산 반도체 및 부품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대만 등 제3국으로부터의 공급이 중요해졌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시안 반도체 공장을 늘린 것은 중국 IT 기업들의 조달에 큰 도움이 된다. 공장 설립에 따른 고용 창출과 세금 납부는 덤이다. 삼성전자의 투자와 더불어 기술 협력을 통해 자국 수요를 충당하는 한편 기술 발전을 이루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삼성전자 등 해외 여러 기업에 손을 뻗을 정도로 상황이 절박하다. 미국은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으로서는 사실상 중국제조 2025가 막힌 상황이다. 해외와의 안정적 공급과 기술력 공유가 절실해졌다. 이에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를 파트너로 세우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국내 기업에게 중국은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거대한 시장 규모를 보고 진출했지만 결과적으로 기술과 시장을 뺏기고 쫓겨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은 자국 기업을 키우기 위해 그간 중국 진출 해외 기업의 지분율 한도를 49%로 제한하고 자국 기업으로의 기술 공유를 의무화했다. 한국 롯데 등을 비롯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인건비가 저렴하고 시장이 거대한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진출했다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철수한 사례가 적지 않다. 

 

스마트폰의 경우도 삼성전자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함과 동시에 기술을 이전 받아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이 결과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애플에 밀렸고,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화웨이·샤오미·오보·비포 등 현지 중저가 브랜드에 추월 당했다. 시장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 현지 업체들이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오프라인 판매망을 놓칠까 우왕좌왕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국내 대기업에서 중국 사업을 담당한 한 관계자는 “중국은 진출하지 않을 수 없고, 진출하면 이익을 거둘 수 없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이 제조 공장을 인근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 등지로 옮기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이런 분위기는 더욱 가속화했다. 이들 국가의 제조업 경쟁력 확보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글로벌 생산 거점인 중국으로서는 타격이 심대하다. 고용이 감소함은 물론 중국 부품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사슬에서 빠지기 시작한 점은 성장성을 어둡게 한다. 올 3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에 그친 것도 이런 영향에서다. 

 

이에 리커창 총리는 “해외 기업에 지식재산권을 엄격히 보호하고 중국의 모든 국내외 기업을 동일하게 대우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으로서는 기술력이 뛰어나고 세계적으로 공급사슬에 안착해 있으며, 안정적 생산력을 가진 기업과 파트너십 구축이 필요해졌다. 다만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 실패에서 나타나듯 미국·일본과의 연대는 어려운 입장이라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에 러브콜을 날리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중국에서 반도체 설비를 납품하는 국내 중견기업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도 패키징 등 후공정 기술력은 상당 수준 올랐지만, 전공정 경쟁력은 한국에 아직 한참 부족하다”며 “기술 제휴를 전제로 한 합작 회사 설립이나 지분 투자 등을 희망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리커창 총리는 삼성전자 공장 방문 때 “수년간 삼성과 중국의 협력은 첨단기술 협력이 고부가가치를 끌어낸 것을 증명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삼성전자·마이크로소프트(MS)·델·퀄컴 등을 불러 “미국 정부의 압박에 보조를 맞추면 영구적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으로서는 중국의 강온 전략을 무작정 수용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미국과의 관계 때문이다. 

 

미국은 글로벌 공급 사슬에서 중국을 배제하길 바라며, 동맹국들도 이 방향에 동참하길 요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제너럴모터스(GM)가 중국 공장을 철수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미국 기업의 중국 사업장 폐쇄를 언급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삼성전자가 중국 휴대폰 공장을 철수한 데 대해 21일 “세계 제조업 센터였던 중국이 몰락하는 것을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제조업이 추락한다면 삼성전자로서는 더더욱 중국과 손을 잡기 거북하다.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으로서는 5세대(5G) 이동통신과 클라우드 확대에 나선 미국과의 관계도 염두에 둬야 한다. 중국의 러브콜에 심한 부담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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