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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허블 상수, 중력 상수는 '상수'가 아니었어?!

관측 결과, 초기 우주와 최근 우주의 팽창률 달라…중력 상수도 미세하게 커진 듯

2019.10.28(Mon) 12:11:35

[비즈한국] 우주를 작동하게 하는 과학 법칙은 공평할까? 빅뱅과 함께 우주가 만들어진 이후 지금까지 모든 순간, 모든 장소에서 과학 법칙은 동일하게 작용하고 있을까? 

 

사실 우리는 이것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 먼 과거의 우주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확인할 수도 없고, 우리 은하 바깥 먼 다른 은하계에서 다른 방식으로 과학 법칙이 작동하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우리가 지구 주변 언저리에서 실험을 통해 확인한 우리 시대의 과학 법칙이 전 우주에, 전 시대에 걸쳐 동일하게 작동하기를 바라고 기대할 뿐이다.

 

지금껏 그 누구도 안드로메다은하를 방문해 직접 다양한 실험을 해본 과학자는 없다. 즉 아주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정말 우리 은하계에서 파악한 과학 법칙이 안드로메다은하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지를 직접 ‘확인’한 이는 없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Adam Evans

 

만일 안드로메다은하에서 우리 지구와 전혀 다른 중력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면, 우리는 과연 우리 은하에서 발전시킨 우리 주변의 중력 법칙을 그대로 적용해서 안드로메다은하를 연구하고 이해할 수 있겠는가? 아마 그렇게 파악한 안드로메다은하의 특징은 실제와는 전혀 다를 것이다.

 

우주론적 원리(Cosmological Principle)은 우주 어디를 보더라도 다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균질성과 어느 방향으로 보더라도 동일하게 보인다는 등방성을 가정한다. 이 균질성과 등방성은 단순히 우주의 ‘생김새’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우주에 적용되는 모든 물리 법칙 역시 전 우주에 걸쳐 등방하고 균질하게, 즉 우주의 모든 시간과 공간을 아울러 공평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가정이자 과학적인 기대다. 

 

#상수는 정말 그대로일까

 

우주를 돌아가게 하는 다양한 물리 법칙을 묘사하는 과학 공식에는 여러 알파벳 기호로 표현되는 물리 상수(Physical Constant)가 등장한다. 상수(Constant)란 말 그대로 항상 일정한 값을 유지하는 숫자를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우주의 진공 상태에서 가장 빠른 동시에 늘 초속 약 30만 km라는 일정한 값을 유지하는 빛의 속도가 있다. 이외에도 원자를 구성하는 전자와 원자의 질량비도 일정한 값을 유지하는 물리 상수다.

 

우주에 존재하는 다양한 물리 상수를 이용해 만들어진 ‘이과 너드’ 시계다. 각 알파벳 기호들은 특정한 물리 상수를 의미한다. 각 물리 상수는 모두 고유한 수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해 이 시계의 시간을 읽을 수 있다. 사진=Kate Wharmby

 

물리 상수가 왜 하필 이런 값을 가지는지 정확한 이유는 찾기 어렵다. 그저 하필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가 이런 물리 상수로 돌아갈 뿐. 마치 태초부터 우주가 지금처럼 가장 조화롭고 아름다운 형태로 만들어지게끔 다양한 물리 상수가 특별한 값으로 미세 조정되어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과연 물리 상수들이 정말 전 우주에 걸쳐 지금까지 한 번도 변함없이 일정한 수치를 유지해왔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 은하 바깥 다른 먼 우주에서는 다른 값으로 존재하거나 또는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실제로 오랫동안 상수라 생각했던 다양한 물리 상수가 결국 우주의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변수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사례도 많다. 

 

대표적으로, 우주 시공간의 팽창률을 의미하는 ‘허블 상수’가 있다. 천문학자 허블과 르메트르는 우리 은하 주변에서 관측되는 외부 은하들의 움직임과 거리를 비교했다. 그 결과 흥미롭게도 거리가 더 멀리 떨어진 은하일수록 전반적으로 더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후퇴 속도를 보였다. 이는 우주 시공간 자체가 균일하게 팽창하면서 우리 은하에서 봤을 때 주변의 다른 외부 은하들이 점점 멀어지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팽창이 전 우주에 걸쳐 균일하게 벌어지기 때문에, 거리가 더 멀리 떨어진 은하일수록 그 거리에 비례해서 더 빠르게 후퇴하는 듯 보인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은하 주변 외부 은하들의 거리와 후퇴 속도를 비교한 그래프. 아주 깔끔하고 일정한 기울기를 가진 직선 그래프 형태이다. 이런 모습을 근거로 허블은 우주 시공간의 팽창률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어 왔을 것이라 추측했고 그 일정한 팽창률을 ‘허블 상수’라고 정의했다. 이미지=https://www.pnas.org/content/101/1/8

 

당시 천문학자들은 각 은하의 후퇴 속도를 각 은하까지의 거리로 나눠 그 값을 우주 시공간의 팽창률로 정의하고 ‘허블 상수 H’라고 불렀다. 우주 시공간의 팽창률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일정하게 유지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따라서 우주의 팽창률도 또 다른 근본적인 물리 상수로 여겨졌다.

 

하지만 훨씬 더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은하들까지의 거리와 그들의 후퇴 속도를 더 세밀하게 관측하고, 우주 전역에 퍼져 있는 우주 배경 복사를 통해 태초의 우주가 진화한 양상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게 되면서, 우주 시공간의 팽창률은 우주가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변해왔음이 밝혀졌다. 실제 우주는 태초에 아주 급격한 급팽창을 겪었고 그 후 서서히 팽창률이 더뎌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팽창률이 빨라지며 가속 팽창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주변의 좁은 우주에 속한 은하들의 움직임만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오늘날의 팽창률, 지금 현재 이 순간의 허블 상수뿐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허블 상수 H는 항상 일정한 상수가 아니라, 우주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H(t) 변수인 것이다. 

 

실제로 우주의 팽창률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았다. 초기 우주에서 급팽창을 겪은 이후 다시 서서히 느려졌으며 최근 다시 가속 팽창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우주가 나이를 먹는 동안 우주의 팽창률(그래프의 기울기)은 늘 변해왔다. 단지 우리가 지금 이 순간의 기울기, 즉 오늘의 팽창률만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이미지=Modified by Helen Klus, http://www.thestargarden.co.uk/Big-bang.html, original image by BenRG. Public domain

 

#뉴턴도 아인슈타인도 의심하지 못한 중력 상수

 

우주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흔한 중력이라는 힘에도 대표적인 물리 상수가 포함되어 있다. 보통 영어 알파벳 대문자 G로 표현하는 ‘중력 상수’다. 

 

우주에 존재하는, 질량을 가진 모든 물질은 그 질량에 해당하는 만큼의 인력이 있으며 주변 물질을 끌어당긴다. 뉴턴은 이러한 힘을 모든 물체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 즉 만유인력 또는 중력이라고 정의했다. 뉴턴은 수학적으로 아주 멋지게 중력을 기술하는 데 성공했고, 그가 수학적으로 묘사한 중력 법칙을 이용해 그보다 앞서 관측되었던 다양한 태양계 천체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뉴턴이 완성한 중력 법칙은 다음 핼리 혜성이 언제 찾아올지를 정확히 예측했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태양계 외곽의 새로운 행성도 정확하게 예측했다.

 

하지만 뉴턴은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기계론적인 관점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중력이 대체 왜 우주에 존재하게 되었는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는 관심이 없었다. 뉴턴은 그런 질문은 과학자의 책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과학은 그저 중력이라는 힘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만 기술하면 충분할 뿐, 그런 힘이 대체 왜 자연에 존재하게 되었는지 하는 사유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근본적인 질문에 아인슈타인은 그럴듯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이 우주에 실제로 존재하는 힘이 아니라 그저 우주 시공간이 왜곡된 곡률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 상대성 이론은 뉴턴의 방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미해결 과제를 시원하게 설명했고, 이후 무거운 천체 주변에서 발생하는 중력 렌즈 현상이나 최근에 검출된 중력파 등 다양한 현상을 통해 검증되고 있다. 

 

하지만 뉴턴과 아인슈타인도 중력을 기술하는 데 쓰이는 중력 상수는 당연히 일정한 수치를 유지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여전히 중력이라는 힘이 어떤 미립자를 매개로 해서 작동하는지 등 더 근원적인 부분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지만, 중력은 빅뱅 직후부터 우주를 작동할 수 있게 해준 가장 기본적인 자연의 상호작용 중 하나로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항상 일정한 법칙에 따라 작동한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우주의 기본적 힘들의 매개 방식을 새롭게 설명하기 시작한 초끈 이론에 따르면, 중력 상수 역시 우주적 시간 규모에서는 아주 느리지만 분명하게 값이 변하는 변수였을 가능성이 있다. 상수인 줄 알았지만 우주의 나이에 따라 변하는 허블 변수처럼, 중력 상수 G 역시 실은 우주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서서히 변화하는 G(t), 시간에 따른 변수일 수도 있다! 

 

별의 크기는 뜨거운 중심의 열에 의해 별이 팽창하려고 하는 압력과 별의 육중한 질량에 의한 중력으로 안으로 수축하려는 두 힘이 주고받는 힘의 경쟁 속에서 결정된다. 그림에서는 파란 화살표가 중력을, 빨간 화살표가 압력을 의미한다. 중력과 압력이 평형을 이루는 순간을 정역학 평형 상태라고 부른다. 만약 중력의 효과가 더 강해지면 별은 더 작은 크기로 만들어진다. 중력의 효과가 더 작아지면 별의 크기는 다시 커진다.

 

#중력 상수도 달라졌을 가능성 관측

 

만약 중력 상수가 상수가 아닌 시간에 따른 변수라면, 별이나 블랙홀과 같은 우주에 있는 모든 천체의 진화 양상 역시 우주의 나이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먼 과거, 빅뱅 직후 우주가 갓 만들어졌던 초창기에는 지금보다 중력 상수가 더 작았다면 중력의 효과도 더 약했을 것이다. 만약 이런 시기에 가스 구름이 뭉쳐서 별이 만들어졌다면, 중력이 더 약하게 작용해 별이 더 크게 만들어진다. 그 결과 별은 더 밝고 강한 광도로 빛을 내며 더 활발하게 연료를 태울 수 있다. 결국 더 빠른 속도로 별 중심의 연료를 소모해가면서 별 표면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맥동 양상이나 별 중심에 핵융합 반응의 결과로 만들어지는 화학 성분이 달라질 수 있다. 

 

케플러 우주 망원경의 아주 민감한 장비를 활용해 별의 미세한 맥동을 관측할 수 있다. 위 그래프는 이 관측을 통해 맥동의 존재가 확인된 별들의 맥동 주파수를 분석한 결과다. 이번 연구에서 활용된 별 KIC 7970740은 가장 오른쪽 그래프에 나타나 있다. 이미지=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1538-4357/835/2/172

 

따라서 먼 과거 초기 우주부터 살아온 아주 나이가 많은 별과 최근의 우주에서 태어난 아주 어린 별을 비교했을 때 이런 사소한 차이를 보인다면, 먼 과거와 오늘날의 우주에서 별의 진화 양상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물리 상수에 변화가 있었을지 모른다는 간접적 증거가 될 수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나이 약 130억 년에 버금가는 아주 긴 세월을 산 별 KIC 7970740을 활용했다. 이 별은 질량이 태양과 비슷한 주계열성이며 나이가 약 110억 년에 이르는 아주 나이 많은 별이다. 즉 우주가 고작 20억 살밖에 되지 않았던 아주 초창기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오늘날의 비슷한 별과 비교해 초창기 우주와 오늘날 우주의 물리적 환경 차이를 살펴볼 수 있다.[1]

 

다양한 중력 상수를 가정했을 때 별의 광도와 표면 온도가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비교한 그래프. 검은 점은 중력 상수가 다양한 상황에서 별이 처음 진화를 시작하는 시작점을 나타내며 파란 선은 중력 상수가 지금보다 더 작은 경우, 주황 선은 더 큰 경우를 나타낸다. 아주 작은 차이에도 중력 상수의 차이로 인해 별의 진화 양상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케플러 우주 망원경을 활용해 별 KIC 7970740를 관측해 그 별 표면의 미세한 맥동, 즉 반복적인 수축과 팽창의 양상을 관측했다. 그리고 그 관측된 결과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을 찾기 위해 시뮬레이션 결과와 비교했다. 이러한 별 표면의 떨림을 의미하는 항성진을 분석한 결과, 이 별이 형성되던 초창기 우주에서는 오늘날에 비해 중력 상수가 미세하게 더 작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우주가 나이를 먹으면서 중력 상수가 조금씩 커진 것으로 보인다. 

 

중력 상수가 커진 속도는 대략 (2.1±2.9)×10^-12/년 정도다. 1조 년마다 약 2배씩 더 커진다는 뜻이다. 우주 나이가 이제 겨우 137억 년 정도이므로 이 속도는 아주 미미한 성장이라고 볼 수 있지만, 중력 상수조차 실은 상수가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변수였을지 모른다는 새로운 가능성이 실제 관측을 통해 제기된 것이다![2] 

 

물론 중력이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우주에 존재하게 되었는지, 무엇을 매개로 해서 중력이 먼 우주적 거리를 가로질러 작용하는 힘이 되었는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정확히 중력이 어떤 메커니즘에 따라 시간이 흐르면서 효율이 변해왔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 확인된 중력 상수의 미세한 변화 징후 역시 또 다른 별들을 이용해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정말로 추후 관측을 통해 이번에 확인된 중력 상수, 아니 중력 변수의 변화 양상이 재검증된다면 우주 진화 역사의 많은 부분에 적지 않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주의 역사는 먼 과거에도 우주는 지금과 똑같은 물리 법칙에 따라 돌아갔을 것이란 대전제 아래서 쓰였기 때문이다. 

 

과연 중력 상수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변수일까? 아니면 우리가 오랫동안 기대했던 것처럼 절대 변하지 않는 상수일까? 거의 다 완성했다고 생각했던 중력이라는 거대한 퍼즐을 다시 처음부터 그려나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이미지=NASA/Jenny Mottar

 

매번 과학의 역사는 우리가 지금까지 곧 완성될 큰 그림이라고 생각하며 채워갔던 거대한 화폭도 결국 더 거대한 큰 그림을 채우기 위해 필요한 작은 퍼즐 조각 하나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1] https://www.aanda.org/articles/aa/abs/2017/08/aa30460-17/aa30460-17.html

[2] https://ui.adsabs.harvard.edu/abs/arXiv:1909.06378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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