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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빨리 안 끝난다' 장기전 준비하는 기업들

타격 큰 스타트업계, 비대면 신사업 등 계획…전문가 "코로나 이후 시장 변화 대비해야"

2020.03.24(Tue) 14:09:41

[비즈한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이 긴 호흡의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재택근무와 방역 강화 등 기존 대응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다음 상황을 준비하는 것. 비대면 신사업을 모색하는 곳도 생겨난 가운데 장기전을 위한 채비를 갖추는 기업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을철에 2차 유행이 올 수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오는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이 긴 호흡의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한산한 명동 거리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이종현 기자


#스타트업, 질병·예방 키워드로 신사업 준비 중

 

장기전 체제에 대비하는 대표적인 업계는 스타트업 쪽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스타트업 사정은 대기업보다 열악했다. 똑같은 위기가 닥쳐도 규모가 작고 경험이 적은 기업이 더 휘청거리기 마련이다. 오프라인 사업을 핵심으로 삼던 곳은 매출이 ‘0’에 수렴할 정도고, 자금 조달 창구인 벤처투자 업계는 보수적으로 돌아섰다. 보통 기업 주주총회가 마무리되는 3월 말~4월 초에 투자 유치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졌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투자사들은 기업 엑시트를 통해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지금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 상장이 철회되며 좋은 기업의 가치도 낮게 평가받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제 흐름이 나아질 때까지는 두고 보려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과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어떤 조건이라도 투자가 들어오면 받는 게 이득”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보수적인 벤처투자 시장 속에서 스타트업계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타격을 상수로 놓고 ‘신사업’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생겨난다. 취미 클래스를 제공하는 취미 플랫폼 밍글즈가 대표적이다. 밍글즈는 TV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외국인 셀럽이나 외국인 전문가들이 여행을 가이드해주는 상품을 ​여행상품 중개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과 기획 중이었으나 코로나 사태로 지연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을 기회로 삼아 비대면 온라인 서비스를 빠르게 기획해 하루 빨리 출시하려는 작업에 착수했다.

 

보수적인 벤처투자 시장 속에서 스타트업계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타격을 상수로 놓고 ‘신사업’을 계획하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의 한산한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아예 새로운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기업도 여럿이다. 증강현실(AR) 덴탈케어 서비스를 선보이는 키튼플래닛은 질병 예방 관리와 관련한 새로운 사업을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사태 이후 재편될 시장의 움직임을 미리 감지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 미국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원격의료 시장이 더욱 활발해져 다우 지수가 30% 이상 폭락하는 동안 원격의료 회사인 텔라닥 주가는 20% 이상 상승했다.

 

최종호 키튼플래닛 대표는 “‘예방’이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병원에 안 가는 사람은 늘었는데 2월 독감 발현율이 지난해보다 절반으로 줄었다는 데 착안했다”며 “추후 IR(투자사 대상 홍보활동)을 하는 기업들은 ‘바뀐 시장 분위기에 어떻게 대처할 거냐’라는 질문을 들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당장 신사업을 내놓지는 않더라도 준비를 하는 기업이 많다”고 얘기했다. 전창열 청년창업네트워크 프리즘 대표도 “코로나발(發)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 언택트 서비스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도모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외에도 장기전 체제로 전환한 기업은 많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달 27일부터 시작한 자율 재택근무를 약 한 달 만에 중단하고 부문별 협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국내 기업 총수들은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 이후 근본적인 시장·​소비자·​유통채널·​상품 등의 산업 변화에 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장단기에 걸쳐 핵심 업무에 집중하고 부수적인 업무는 줄여나가는 등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코로나 치료제·백신도 아직…정부, 100조 원 기업긴급구호자금 결정

 

지난 17일 코스피가 급락해 1600선이 붕괴되며 1591.20으로 장을 마감한 모습. 23일에는 전일(20일) 종가 대비 5.34% 하락한 1482.46으로 마감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더 긴 호흡으로 대응책을 내놓는 기업은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질 조짐이 보여서다.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외과 전문의)은 SNS를 통해 “코로나19 상승세가 4월 초를 거치면서 정점을 찍고 내려오길 기대하지만 감염병 사태는 내년이나 내후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 유행에 따른 해외유입이 새로운 감염원이 되고 산발적 지역감염 양상은 지속될 것”이라며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의 끝을 예상하고 전략을 짜면 안 된다. 감염병 시대의 ‘뉴노멀(New Normal)’을 준비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면 낫겠지만 이 역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해 이른 시일 내에 상용화되기는 쉽지 않다. 현재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 예상되는 약은 미국 길리어드가 개발한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다. 중국과 미국, 우리나라에서 렘데시비르에 대한 임상3상이 진행 중이다. 다만 방지환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 센터장은 “이 약도 치료 효과가 바로 드러날 정도로 드라마틱하지는 않아 임상시험 결과를 봐야 한다”고 23일 ‘코로나19 팬데믹과 중앙임상위원회의 역할’ 관련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백신은 연내 상용화가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의견이 상당하다.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에 들어가겠다고 공언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15곳 대부분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가령 코미팜은 항암제로 개발 중이던 신약 후보물질 ‘파나픽스’를 코로나19 폐렴 진단 환자 100명에 적용하는 임상시험 계획 승인을 신청했다고 지난달 26일 밝혔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이 한 번 보류돼 임상시험에 발을 떼지도 못했다. 코미팜 관계자는 “자료를 다시 보완해 제출했고 식약처에서 검토하는 상황이다. 승인된 이후 유효한 데이터가 나오면 약을 바로 공급할 수 있다”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공적 자금이 더욱 필요하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 사태로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위해 100조 원 규모의 기업구호긴급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회의. 사진=청와대 제공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정부의 공적 자금이 더욱 필요하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장기전에 이미 돌입한 기업들도 많지만 별다른 대비책이 없는 기업도 적잖기 때문이다. 항공·여행업계가 대표적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정부 지원 외에 항공사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미국 항공업계는 정부에 60조 원(500억 달러)을 요청한 상태다. 정부 지원금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도 “여행 수요가 줄어드는 부분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별다른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에서도 신용보증기금과 기업보증기금을 이용해 긴급자금지원을 늘려 달라는 요구가 나온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 사태로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위해 100조 원 규모의 기업구호긴급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위해 50조 원가량의 금융지원을 단행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대기업까지 지원 범위와 규모를 늘렸다. 이날 문 대통령은 다음주 있을 3차 비상경제회의에서는 코로나19 관련 재난 긴급생활비 지급 범위나 규모를 논의할 것을 예고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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