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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회사채 만기 '사상 최대' 제약업계 준비됐나

코로나19로 대면영업 중단돼 매출 타격, 중소제약사 더 열악…"EU 중소기업 지원팩터 참고할 만"

2020.03.26(Thu) 13:41:17

[비즈한국] 4월 역대 최대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임박하면서 회사채를 갚거나 만기를 연장해야 하는 제약업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부분 제약사는 차환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매출 하락으로 고민이 적잖다.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하는 중소제약사의 분위기는 더욱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일각에서는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 외에 근본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올해 만기인 국내 회사채는 총 50조 8727억 원인데 이 중 다음 달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은 6조 5495억 원이다. 1991년 이래 4월 만기 물량 중 가장 큰 규모다. 회사채 만기가 다가오면 기업들은 주로 새로 채권을 발행해 만기 회사채를 갚는 차환 방식을 택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금융시장에서 채권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차환하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 회사채 만기를 연장하지 못하는 기업은 당장 현금을 마련해 채권을 회수해야 한다.

 

4월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제약사 및 의약품 유통업체는 차환에 별다른 문제는 없지만 대면 영업 중단으로 인한 매출 하락으로 고민이 깊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이 폐쇄된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고성준 기자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4월 중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382개인데 제약사 및 의약품 유통업체 채권은 약 10개다. 한미약품이 2015년 4월 발행한 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가 오는 13일 만기이고, 경동약품이 2018년 4월 ​7억 원 규모로 ​발행한 회사채도 다음 달 26일 만기가 돌아온다. 뉴메디팜(9억 6000만 원), 부산팜(3억 원), 삼인약품(3억 7000만 원), 송정약품(7억 원), 이니스트팜(5억 6000만 원), 제이오팜(8억 원), 조은약품(12억 원) 등이 만기를 앞두고 있다.

 

이들 기업의 회사채는 한미약품을 제외하고는 전부 사모사채다. 사모사채는 50인 미만 소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채권인데, 주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이 작은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때 활용한다. 사모사채는 유가증권신고서 제출이나 신용 평가, 기업 실사 등의 과정이 불필요하다. 다만 광범위하게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채권을 발행하는 공모사채보다 유동성이 크게 떨어져 발행금리가 높게 형성된다.

 

현재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고 자금난을 겪는 기업이 많아지며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의 압박이 상당하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제약사는 대체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한미약품은 지난해 5월에 750억 원과 1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덕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사채가 많아 미리 대출 및 사채를 해뒀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에 만기 되는 채권을 상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영업이 힘들어지며 매출 하락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동약품 관계자는 “금액이 너무 커서 한꺼번에 준비하기 부담이 돼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자금을 마련하기) 힘들어지기는 했지만 채권 상환에는 무리가 없을 듯하다”며 “다만 매출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영업도 기피하는 데다 병원을 찾는 사람도 줄어들어 처방 건수가 많이 줄었다”고 밝혔다.

 

중소제약사는 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다. 금리가 인하되고 예대마진이 축소된 상황에서 은행은 재무 구조가 탄탄한 대기업에 돈을 빌려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에서 0.75%로 인하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대면 영업이 위축되는 상황은 국내 대형 제약사는 물론 중소 제약사에 극심한 매출 타격을 안긴다. 특히 획기적인 약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여건이 안 되는 중소 제약사는 신약이 아닌 제네릭 의약품(복제약)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때 방문 영업이 주된 역할을 한다. 제약사의 접대비 지출액수가 줄어드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대면 영업은 실적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신약후보물질이 많이 없거나 개발 능력이 되지 않는 제약사는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관련 호재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제약업계에서는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하는 중소 제약사의 상황은 더 열악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 경우 결국 대출밖에 대안이 없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으리란 예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도 금리가 인하되고 예대마진(대출 금리와 예·​적금 금리 차이)이 축소된 상황에서, 위험치가 높은 기업에 대출해주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은행은 불확실성이 높은 중소기업보다는 재무 구조가 탄탄한 대기업에 돈을 빌려주기를 원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2014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유럽연합(EU) 국가들을 대상으로 도입된 중소기업 지원팩터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계산할 때 분모인 위험가중자산에 0.7619를 곱하는 방법이다. 이를 이용하면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출할 때 요구되는 자본금을 24% 정도 절감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은행의 위험부담에 따라 요구되는 자본금을 줄여 중소기업 대상 대출을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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