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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태조 이성계 '조선의 꿈' 품은 전주 경기전과 오목대

임진왜란에도 살아남은 유일한 어진 보관…'큰 꿈' 내비쳤던 오목대와 한옥마을도 볼 만

2021.02.16(Tue) 16:49:10

[비즈한국]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어진(왕의 초상화)는 누구나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고궁박물관에도 있고, 교과서에도 실려 있으니. 하지만 ‘진품’을 보기 위해선 이곳으로 가야 한다. ‘조선 왕조의 본향’인 전라북도 전주의 경기전. 태종 10년(1410년) 태조의 어진을 모시기 위해 지어진 이곳은 지금도 옛 모습 그대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전라북도 전주의 경기전 어진박물관에 걸려 있는 태조 이성계의 어진. 왼쪽의 좀 더 젊은 모습은 일제강점기에 찍었던 태조의 어진 사진을 바탕으로 복원한 것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태조 어진이 전주에 있는 까닭

 

조선은 역대 국왕의 어진을 여러 장 그려서 보관했다. 어진은 살아 있는 왕을 보면서 직접 그리거나(도사), 전하는 이야기를 듣고 추측해서 그리거나(추사), 이전의 어진을 보고 따라 그렸다(도사). 이렇게 제작한 어진은 궁궐의 선원전에 모셨는데, 특히 조선의 문을 연 태조의 어진은 여러 장 그려 전국 각지에 모시고 제사를 지내도록 했다. 옛 왕조의 수도였던 개성과 평양, 경주, 그리고 태조가 태어난 함경도 영흥, 마지막으로 태조의 본관인 전주 등에 어진을 모신 사당을 만들었다. 그중 전주의 사당은 ‘경기전(慶基殿)’이라고 이름 지었다. ‘경사스러움이 터를 잡은 곳’이란 뜻이다. 

 

하지만 임진왜란 때 경기전을 제외한 4곳이 모두 불에 타고, 정유재란 때는 경기전마저 소실되었다. 다행히 어진은 무사하여 광해군 때 경기전만 복원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거듭되는 전란에 수모를 겪은 것은 태조 어진만이 아니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어진이 남아 있는 왕은 태조를 포함해 7명에 불과하다. 추존왕인 원종, 절반쯤 불에 탄 철종, 도사본의 밑그림이 최근에 발견된 세조까지 포함해서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태조의 어진이 남은 건 불행 중 다행이다. 

 

태조의 어진을 보관한 경기전 정전. 하지만 여기에 모신 어진은 모사작이고, 진짜는 어진박물관에서 보관하며 1년에 한 번, 11월에만 일반에 공개한다. 사진=구완회 제공

 

이렇게 소중한 태조의 어진을 보관한 경기전 앞에 서면 큼직한 하마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부터는 말에서 내려 걸어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다. 정문인 외삼문을 지나 신성한 곳임을 상징하는 홍살문과 내삼문을 지나면 어진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정전이 나온다. 하지만 이곳의 어진도 모사품이다. 진짜는 정전 뒤 별도로 마련한 어진박물관에서 보관하며 1년에 한 번, 11월에만 일반에 공개한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여기서는 태조 어진의 정교한 모사작뿐 아니라 젊은 시절 태조의 어진과 함께 다른 왕들의 어진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태조의 또 다른 어진은 일제강점기에 찍어 놓았던 사진을 바탕으로 복원한 것이다. 경기전에 남아 있는 어진의 수염이 희고 주름이 많은 것과는 달리 검은 수염에 한결 젊은 모습이다. 

 

#오목대에서 바라본 한옥마을 풍경

 

태조와 관련된 역사유적은 경기전 말고도 여럿이다. 그 중에서도 경기전에서 걸어서 10분 남짓 거리에 있는 오목대는 꼭 같이 둘러볼 만하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있는 오목대로 오르는 길에 전주 한옥마을이 한눈에 볼 수 있어 좋다. 널찍한 누각인 오목대는 고려 말 이성계가 남원에서 왜구를 크게 물리치고 돌아가는 길에 들러 잔치를 벌인 곳이다. 

 

경기전에서 걸어서 10분 남짓 거리에 있는 오목대는 고려 말 이성계가 남원에서 왜구를 크게 물리치고 돌아가는 길에 들러 잔치를 벌인 곳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기서 이성계는 전주 이씨 친척들을 모아놓고 잔치를 베풀면서 ‘대풍가’를 읊었다고 한다. 이는 한나라를 세운 유방이 자신의 고향인 패현에서 불렀다는 노래다. 이때가 위화도 회군 8년 전. 아직은 고려의 장수에 불과했으나, 장차 새로운 나라를 세울 뜻을 밝힌 셈이다. ​

 

오목대 앞에는 여기가 태조가 머문 곳임을 알리는 비석이 있는데, 여기에 새긴 글씨는 1900년 고종이 직접 쓴 것이라고 한다. 나라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리던 시기에 태조의 빛나는 승리를 기억하며 마음을 다졌던 것이리라. 

 

오목대를 내려온 뒤에는 한눈에 보았던 한옥마을을 구석구석 걸어보는 것도 좋다. 일제강점기 때 세력을 키우는 일본인들을 견제하기 위해 조성되었다는 한옥마을 곳곳에는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해마다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다는 한옥마을이지만 요즘은 코로나 탓에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있는 오목대로 오르는 길에는 전주 한옥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메모>


경기전 

△위치: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태조로 44

△문의: 063-231-0090

△이용시간: 09:00~18:00, 1월 1일 휴관 

 

오목대 

△위치: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교동 산1-11

△문의: 063-232-2255

△이용시간: 24시간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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