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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우주 쓰레기 치우는 '승리호' 현실화 가능성은?

점차 현실적인 위협이 돼가는 우주 쓰레기 문제, 극복할 방법이 있을까

2021.03.08(Mon) 10:31:36

[비즈한국] 사람이 붐비는 곳이면 어디나 쓰레기통이 금방 찬다. 너저분하게 음료수 캔과 비닐봉지가 나뒹군다. 인류는 그런 부끄러운 흔적을 지구 바깥 대기권 위 우주 공간에까지 남기고 있다. 그 시작은 1957년 10월 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가 최초의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린 것이다. 이 인공위성은 은빛으로 빛나는 작은 공 끝에 여러 가닥의 안테나가 뻗어 있는 (지금 보면) 단순한 형태다. 

 

인공위성 자체는 사실 엄청 거대하지는 않은 전자 기기다. 그러나 그 작은 화물을 우주 궤도에 올리려면 우리를 강하게 붙잡는 지구의 중력을 벗어날 아주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는 발사체가 필요하다. 단번에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는 빠른 속도를 내기는 아주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로켓은 여러 단계로 나누어서 발사한다. 보통은 2단에서 3단 정도의 로켓을 사용한다. 1단 로켓의 가장 아랫 부분 엔진에서 연료를 순식간에 태우며 적당한 높이까지 로켓을 밀어 올린다. 그리고 1단 로켓에서 연료를 다 쓰면 텅 빈 연료 탱크와 1단 로켓 부분을 분리해 버린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 로켓의 연료를 또 태우고 또 연료를 다 쓰고 필요없어진 부분을 떼어내며 계속 중량을 줄이고 위로 올라간다. 

 

최근 스페이스X에서 진행한 유인우주선 스타십의 착륙 테스트 비행 영상. 건물 30층 높이의 거대한 깡통 같이 생긴 이 로켓은 가까운 미래에 사람을 태우고 화성으로 날아갈 목적으로 제작되고 있는 유인 우주선이다. 최근 착륙에는 성공했지만 아쉽게도 착륙 직후 폭발하면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스페이스X에서는 일회용으로 소비하는 우주 발사체를 다시 착륙시켜 재활용하는 방식을 통해 우주 쓰레기 문제와 비싼 우주 개발 비용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처럼 몇 년간 힘들게 만들고 개발한 거대한 로켓의 상당 부분은 사실 작고 가벼운 인공위성을 올리는 단 몇 분 동안 쓰이고 버려진다. 엄청 거대한 일회용품 쓰레기가 되는 셈이다. 로켓은 대망의 발사 당일 우주 공간에 버려지기 위해 만들어진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다. 

 

1957년 러시아의 첫 인공위성 이후 지금까지 발사된 많은 인공위성들, 실패한 로켓 조각 파편들은 그대로 버려진 채 지구 주변을 떠돌아다니고 있다. 태평양 한가운데에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섬처럼, 지구를 떠나 우주로 진입하는 대기권 길목에도 엄청난 쓰레기 조각들이 떠다닌다. 

 

이런 우주 쓰레기는 새롭게 궤도에 올라간 인공위성들에게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부딪혀 고장나거나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 궤도에 올라 우주에 버려진 억울한 마음으로 신입 위성들의 데뷔를 방해하는 노장 위성들이 텃세라도 부리는 듯 말이다. 인류가 쓸 수 있는 활용 가능한 우주 공간이 마냥 무한하지는 않은 셈이다. 주차장이 차듯, 인류가 유의미한 인공위성을 놓을 수 있는 우주의 빈자리도 점차 채워지고 있다.

 

NASA의 우주인 앤드루 모건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사용한 알파 자기장 분광기(AMS) 장비를 떼어내고 우주 쓰레기로 버리는 모습.

 

지상 레이더로 추적할 수 있는 우주 쓰레기들을 분석해보면 야구공보다 더 큰 물체는 2만 개가 넘는다. 그보다 더 작은 구슬 정도의 우주 쓰레기까지 고려하면 50만 개, 그리고 손톱보다 더 작은 미세한 파편까지 포함하면 1억 개가 넘는다. 1억 조각이 넘는 크고 작은 쓰레기로 지구가 뒤덮여 있는 셈이다. 우리가 고개를 들어 지구 주변 우주 어디를 보더라도 시야에 가장 먼저 걸리는 건 지구 주변을 돌고 있는 쓰레기 조각일 것이다. 다만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을 뿐. 

 

지구의 대기권은 지구의 중력에 붙잡힌 대기 분자들이 모여 있는 구역이다. 땅에서 높이 올라가며 지구와 멀어질수록 대기를 붙잡는 지구의 중력도 작아진다. 따라서 위로 올라갈수록 대기의 밀도도 옅어진다. 보통 인공위성을 올리는 ‘항공 우주’의 영역은 고도 100km 이상이다. 이 정도로 높이 올라가면 거의 대기가 없어서 공기의 부력으로 비행하는 일반적인 비행기는 날지 못한다. 그래서 로켓 추진으로 올라가는 로켓이 필요하다. 이 영역은 말 그대로 ‘숨 막히는’ 세상이다. 

 

지구 주변을 떠도는 인공위성과 그 파편들의 분포 지도. 파편의 크기를 실제보다 크게 확대해 잘 보이게 했다. 이미지=ESA

 

거의 진공에 가까운 우주 공간에서는 빠르게 날아다니는 우주 쓰레기 파편들을 멈추게 할 공기 저항이 거의 없다. 그래서 우주 공간에서 작은 부스러기들은 초당 7km 정도의 빠른 속도로 돌아다닌다. 발사된 총알보다 무려 수 배 이상 빠른 속도다. 쓰레기 조각들이 총알보다 더 빠르게 우주를 날아다니는 셈이다. 실제로 우주를 비행하던 우주선 창문에 작은 부스러기가 날아오면서 창문에 금이 가거나 우주복에 상처가 생기는 등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 일이 있다. 1986년 우주 공간에서 폭발한 아리안 로켓의 잔해는 그로부터 무려 10년이 지난 뒤 궤도에 올라간 프랑스 인공위성 세리즈의 안테나를 부러뜨렸다. 한 뼘만 더 빗나갔다면 인공위성의 몸체에 그대로 충돌해 더 치명적인 사태가 벌어질 뻔했다. 

 

우리 머리 위에 이렇게 많은 우주 쓰레기 파편들이 맴돌고 있다면, 인공위성을 넘어 우리의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아무리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높은 우주 공간이라고 해도 옅은 대기권은 존재한다. 연료가 다 소진되고 더 이상 운용되지 않는 고철 인공위성 대부분은 서서히 시간이 지나면서 옅은 지구 대기권을 스치고 지나가며 조금씩 공기 마찰을 받는다. 마찰이 강해질수록 고철 인공위성의 속도는 느려지고, 궤도가 작아져 지구와 더 가까운 쪽으로 내려오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고도가 낮아진 고철 인공위성은 더 강한 공기 마찰을 받게 되고 속도도 더 느려진다. 그래서 오랜 시간 꾸준히 사용해야 하는 인공위성은 고도가 너무 많이 내려오지 않도록 수시로 연료를 조금씩 뿜어내며 공기 마찰에 의해 낮아진 궤도를 원래 높이로 다시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해주어야 한다. 

 

국제 우주 정거장 창문에 아주 미세한 우주 쓰레기 파편이 부딪히면서 작은 상처가 생겼다. 사진=NASA


대부분의 우주 쓰레기들은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지구 안쪽으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다행히 그 과정에서 별똥별처럼 뜨겁게 불타 버린다. 이것이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인 우주 쓰레기 청소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자칫하면 남은 조각들이 우리가 사는 집 마당에 추락할지도 모른다. 물론 전체 표면의 70퍼센트가 바다인 지구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확률은 아주 희박하지만, 우주 쓰레기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현실적인 위협이 된다면 조만간 집 앞에 인공위성이 추락하는 상황을 대비한 ‘우주 보험’ 상품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위협적인 우주 쓰레기 파편이 우리 집 앞에 떨어지기 전에 미리 우주 궤도에서 청소하는 방법을 없을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우주선을 타고 우주에 올라가 우주인들이 하나하나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방법이다. 

 

영화 ‘승리호’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만화 ‘플라네테스’에서는 미래 인류가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우주 쓰레기 청소 전문팀을 파견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사실 이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방 청소를 하듯 우주 쓰레기를 하나하나 주워서 정리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부스러기 하나하나가 총알보다 더 빠르게 우주 공간을 돌고 있기 때문에 다치지 않고 파편을 주워담기 위해서는 청소부 우주인도 그만큼 빠른 속도로 뒤쫓아 상대속도를 0으로 만들고 나서 주워담아야 한다.

 

애니메이션 ‘플라네테스’의 한 장면. 청소부 우주인들이 직접 우주 궤도에 올라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따라서 이 방법은 당장 실현하기 어렵다. 또 경제적이지 않고 위험하기만 하다. 너무 작아서 추적하기 어려운 우주 쓰레기 파편까지 고려하면 우주 청소부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 이런 부상과 어려운 작업 난이도를 극복하고 쓰레기를 한데 모아 뭉쳐놓는다고 해도 그 쓰레기 덩어리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 역시 아직 마땅치 않다. 오히려 작은 실수만으로도 애써 모아놓은 쓰레기 뭉치가 다시 흩어지면서 더 많은 우주 쓰레기를 만드는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 쓰레기를 치우러 갔다가 오히려 더 많은 쓰레기만 남기고 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거대한 자석을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논의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우주 쓰레기는 인공위성, 로켓 등 금속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거대한 자석을 장착한 청소 위성을 적당한 궤도에 올리면 쓰레기들을 비교적 쉽고 안전하게 수거할 수 있다. 게임 속 ‘소닉’이 자석 아이템을 먹고 주변의 동전을 끌어당기며 돌아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전기가 흐를 때만 자석의 성질을 갖는 전자석을 활용하면 더 효율적으로 자석 쓰레기 청소 위성을 운용할 수 있다. 

 

전자석으로 특정 궤도에 모여 있는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고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 전자석의 전원을 꺼서 쓰레기를 모아 버리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방 청소를 하기 귀찮아서 일단 쓰레기들을 한데 모아 멀리 치워놓는 것 같이 느껴질지 모르지만, 당장의 해결책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빠르게 움직이는 우주 쓰레기들과 자석이 직접 부딪히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그래서 이를 보완해서 주변 고철을 강력하게 끌어당기는 거대한 자석을 궤도에 올리고, 쓰레기가 적당히 모여서 무거워지면 그 덩어리 자체를 바다에 추락시켜 폐기하거나 대기권에서 태워버리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거대한 그물을 발사하는 청소 위성을 통해 궤도 조정 기능을 상실한 우주 쓰레기들을 수거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미지=NASA/ESA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우주 쓰레기 청소만을 목적으로 하는 전용 위성을 띄우는 방법도 있다. 빗자루 역할을 하는 인공위성이 우주 쓰레기가 가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지나가게 한다. 그리고 강한 연료를 분사해 우주 쓰레기를 밀어내서 한 장소로 모은다. 인공위성이나 부품 자체가 직접 부딪히지 않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청소 과정에서 도리어 파편이 더 늘어나는 케슬러 신드롬이 벌어질 가능성은 많이 낮아진다. 여기에 빗자루 인공위성 여러 대가 함께 활동하면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 방식을 탄도 가스(Ballistic Gas) 우주 쓰레기 청소 방식이라고 한다. 우주 쓰레기들을 특정 지역에 모아둘 경우 추가로 발사하는 인공위성들은 그 지역만 비켜가도록 궤도를 조정하면 비교적 안전하게 우주 개발을 이어나갈 수 있다. 이처럼 우주 쓰레기를 안전하게 짱박아 둘 수 있는 특정 궤도를 묘지 궤도(Graveyard orbit)라고 한다. 말 그대로 우주 공간의 특정 지역에 쓰레기를 ‘묻어두는’ 셈이다. 

 

이 외에 굳이 우주에 올라가지 않고 지상에서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식도 최근 많이 논의된다.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또 다른 청소 인공위성을 우주로 올리면 결국 그 청소 위성이 올라가면서 또 다른 쓰레기를 우주 궤도에 남기는 아이러니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새로운 발사체를 띄우지 않고 지상에서 쓰레기를 청소하는 방식이 고민되고 있다. 강한 빛 줄기, 레이저를 지상에서 발사해 그 빛으로 우주 쓰레기를 요격하면 그 요격 대상은 강한 빛의 압력, 광압을 받게 된다. 레이저로 우주 쓰레기를 직접 조준해서 비춰주면 이 광압을 활용해 우주 쓰레기의 궤도를 더 멀리 치워버리거나 아니면 아예 강한 광압으로 순식간에 녹여버리는 일도 가능하다. 이처럼 다양한 현실적인 수준에서 우주 쓰레기를 처치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자국의 우주 쓰레기를 지상 레이저로 요격해 없애버리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지=NASA


인류가 지구를 벗어나고 궤도에 인공위성을 올린 지도 벌써 반세기가 넘었다. 지구뿐 아니라 태양계 곳곳에서 많은 탐사선이 돌아다녔고, 탐사선들이 고장나거나 연료가 다 떨어지면 현장에 그대로 버려진 채 은퇴식을 가졌다. 계속해서 태양계 천체 곳곳에 인류의 탐사 로봇들이 버려진다면, 먼 미래 누군가 태양계를 방문했을 때 우리 태양계는 인류가 남긴 로봇들의 잔해로 가득한 폐차장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호기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는 주변 우주 공간을 쓰레기들로 계속 채우게 될 것이다. 

 

우주는 우리의 일상과 ​마냥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다.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그리고 우주로의 위협 역시 점차 우리의 일상의 영역으로 넘어오게 될 것이다. 새로 산 옷이나 깨끗이 세차한 자동차 위에 새똥이 떨어지는 것처럼, ​머지않은 미래 우리 동네에 인공위성 파편이 떨어지는 일이 드물지 않게 벌어질지도 모른다. 지구의 하늘을 더 빼곡하게 채워나갈 인공위성과 우주 쓰레기들의 위협 속에서 인류는 지상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까? 영화 ‘승리호’처럼 영웅 개인의 희생이 아닌, 체계적으로 지구를 보호하고 우주를 경제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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