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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2017년 태양계에 외계인의 물체가 찾아왔었다?

수수께끼의 방문객 오무아무아, UFO도 혜성도 아닌 전혀 새로운 물체일 가능성

2021.03.15(Mon) 09:49:08

비즈한국] 2012년 천문학자들은 새로운 혜성을 하나 발견했다. 당시 조만간 태양에 아주 바짝 붙어서 역대급 우주 쇼를 보여줄 것이라 기대하던 아이손 혜성이었다. 천문학자들은 아이손 혜성을 쭉 모니터링했고, 2013년 4월 빠르게 태양계 안쪽으로 날아오는 아이손 혜성의 모습을 허블 우주망원경으로도 포착했다. 

 

그런데 허블 망원경이 포착한 아이손은 뭔가 이상했다. 밝은 점이 하나가 아니라 세 개가 있었다. 일부 우주 팬들은 포토샵 등 다양한 사진 분석 툴을 활용해서 허블이 찍은 아이손의 모습을 분석했다. 사진의 밝기와 콘트라스트 등을 조절해보니 사진 속 뿌옇게 퍼져있던 아이손의 형체 속에서 선명하고 가느다란 빛의 형체가 드러났다! 중앙의 짧은 빛을 중심으로 양 옆에 대각선으로 기다란 빛 두 개가 뻗어 있는 모습이었다. 마치 SF 영화에서 등장하는 삼각형 모양의 우주선 조명 불빛 같았다. SF 덕후들 사이에서 이 아이손 혜성이 실은 외계인이 타고 있는 UFO일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태양에 역대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대담한 궤도를 그린다는 독특한 점도 아이손 혜성이 보통 혜성은 아닐 것이란 의심에 힘을 실어주었다. 

 

위는 허블 우주 망원경이 찍은 아이손 혜성의 원본 사진(raw image). 빠르게 움직이는 혜성을 여러 필터로 번갈아가면서 노출 촬영을 한 결과 빛이 흘러내린 잔상이 생기면서 이런 UFO 같은 모습이 만들어졌다. 허블 우주 망원경이 찍은 사진을 잘 조절하면 삼각형 모양의 UFO, 전투기를 연상시키는 형체가 나타난다(아래). 이미지=NASA, ESA, and the Hubble Heritage Team(STScI/AURA)


아쉽게도 아이손 혜성은 외계인이 타고온 UFO는 아니었다. 2013년 11월 아이손 혜성은 근일점을 통과하면서 뜨거운 열을 버티지 못하고 순식간에 녹아버렸고 작은 파편만 남긴 채 사라졌다. 만약 정말로 아이손 혜성에 외계인이 타고 있었다면 그 외계인도 끔찍하고 화끈한 최후를 맞이하며 태양계에 놀러온 것을 후회했을 것이다. 이미지=ESA/NASA

 

그런데 아이손 혜성이 지나가고 4년이 지난 2017년 다시 한 번 태양계로 수상한 방문객이 찾아왔다. 바로 태양계 바깥에서 날아온 최초의 낯선 방문객, 오무아무아다. 오무아무아가 그린 궤적을 보면 놀랍게도 이 천체는 태양계 바깥 다른 세계에서 날아온 것이 분명하다. 아쉽게도 오무아무아가 처음 발견된 2017년 10월에는 이미 근일점을 지나 다시 태양계 바깥으로 멀어져가는 중이었다. 

 

수상한 천체의 존재를 뒤늦게 알게 된 천문학자들이 부랴부랴 온갖 망원경을 동원해 오무아무아를 관측했지만 우리가 이 천체를 볼 수 있는 건 겨우 열흘 남짓뿐이었다. 수수께끼만 남긴 채 빠르게 떠나가는 오무아무아의 흐릿한 뒷모습을 아쉬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짧은 열흘 남짓의 시간 동안 오무아무아가 보여준 모습들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심지어 일부 천문학자들은 이 녀석이 자연적으로 생긴 돌멩이, 얼음 덩어리 천체가 아니라 어떤 미지의 존재가 실수로, 또는 의도적으로 우리 태양계로 날려보낸 인공 물체일지 모른다는 놀라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최근 하버드대학의 천문학자 아비 로엡(Avi Loeb)은 다양한 근거를 통해 오무아무아가 인공 물체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주장을 강하게 내놓으면서 많은 화제를 일으켰다. 하지만 아쉽게도 많은 국내외 언론에서는 “하버드대학”의 천문학자가 놀라운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에만 주목할 뿐, 정작 대체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어떤 관측 자료를 근거로 오무아무아의 인공 물체 가설에 힘을 싣고 있는지에 대해선 자세한 설명을 담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비 로엡 교수가 직접 연구한 오무아무아에 관한 연구 결과를 묶어서 소개한 그의 저서 ‘Extraterrestrial: the first sign of intelligent life beyond earth’와 오무아무아 연구 논문을 직접 살펴봤다. 그리고 처음엔 “에이 그래도 설마 외계 인공 물체겠어?” 하며 의심 가득했던 내 마음은 어느샌가 아비 로엡의 논리에 푹 빠져 설득되었다. 

 

아비 로엡은 오무아무아가 단순한 소행성, 혜성, 심지어 외계인들이 보낸 탐사선도 아닌 전혀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2017년 태양계로 날아왔다가 곧바로 떠나버린 오무아무아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오무아무아는 매끈한 금속 원반일지 모른다

 

2017년 10월 25일에서 27일, 이틀 사이에 천문학자들은 오무아무아의 밝기를 관측했다. 흥미롭게도 오무아무아는 약 여덟 시간의 일정한 주기로 밝기가 어두워졌다가 밝아졌다가를 반복하는 밝기 변화 패턴을 보였다. 

 

이렇게 일정한 주기로 밝기가 변화한 것은 태양 빛을 반사하는 오무아무아가 일정한 주기로 회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 오무아무아가 행성처럼 어느 방향에서 봐도 똑같이 보이는 둥근 공 모양이 아니라, 한쪽으로 길게 찌그러진 기다란 시가 담배 모양이거나, 납작한 원반의 모양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둥글지 않은, 크게 찌그러진 모양을 가진 무언가 여덟 시간을 주기로 빙글 빙글 돌면서 태양 빛을 반사하는 면적이 변하기 때문에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화한다는 뜻이다. 

 

여러 지상 망원경으로 관측한 오무아무아의 밝기 변화 그래프. 일정한 주기로 밝기가 변하고 있다. 이미지=Karen J. Meech et al. 2017


오무아무아가 보인 밝기 변화 패턴을 보면, 약 1 대 8 비율로 찌그러진 긴 막대 모양이거나, 두께와 지름이 약 1 대 6 비율인 원반 모양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우주에서 발견되는 울퉁불퉁하고 작은 소행성이나 혜성들은 아무리 크게 찌그러져도 1 대 3보다 작은 비율로 찌그러져 있다. 대부분 전반적으로 거의 둥근 공 모양에서 조금씩 각지고 찌그러졌을 뿐, 오무아무아처럼 크게 찌그러진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가 우주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대부분의 소행성, 혜성들이 못생긴 주먹밥, 감자 같은 느낌이라면, 오무아무아는 훨씬 길게 찌그러진 김밥 또는 완전히 납작하고 둥글게 눌려있는 호떡 같은 모양인 셈이다. 

 

원반 형체를 하고 있는 오무아무아의 상상도. 사실 많은 언론에서는 기다란 막대 모양의 오무아무아 상상도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천문학자들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기다란 막대 모양보다는 납작한 원반 형체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아비 로엡은 언론에서 막대 모양의 오무아무아 이미지를 더 많이 사용하면서 오무아무아가 원반이 아니라 막대 모양일 것이란 고정관념을 심는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미지=NASA/ESA/STScI


오무아무아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 천문학자들은 태양계 바깥 멀리서 날아온 혜성 같은 천체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보통 혜성에서 보이는 긴 가스 먼지 꼬리가 보이지 않았다. 천문학자들은 오무아무아가 정말 혜성인지 아닌지를 확인해보기 위해, 스피처 적외선 망원경으로 관측했다. 놀랍게도 오무아무아에서는 아무런 적외선도 관측되지 않았다. 

 

오무아무아는 태양 근처를 스쳐지나가면서 엄청난 열로 달궈졌을 것이고, 그 열에 의해 적외선을 방출했어야 한다. 그런데 스피처 망원경은 유의미한 적외선을 관측하지 못했다. 이것은 오무아무아에서 열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 크기가 굉장히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천문학자들은 오무아무아가 아무리 커봤자 100여 미터 정도의 축구장 한두 개 크기밖에 안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오무아무아는 그렇게 작은 크기임에도 상당히 많은 태양 빛을 반사하며 가시광 영역에서 꽤 밝게 보였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 흥미로운 가능성이 있다. 바로 오무아무아가 매끈한 금속처럼 빛을 굉장히 잘 반사하는 물질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다. 일반적인 소행성처럼 어두운 암석이 아니라, 마치 우주선처럼 매끈하게 코팅된 금속이라면 작은 크기더라도 태양빛을 밝게 반사하면서 지구의 하늘에서 밝게 목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상 망원경으로 촬영한 오무아무아의 모습이 파란 원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미지=ESO/K. Meech et al.


오무아무아의 놀라운 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근일점을 지나 태양계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오무아무아는 또 다른 수상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주에 있는 모든 물체는 중력을 통해 움직인다. 그래서 우리는 태양의 중력 효과만 고려해서 천체들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잘 예측할 수 있다. 오무아무아가 먼 우주에서 날아온 돌멩이에 불과했다면, 오무아무아 역시 태양 중력에 의해서만 움직여야 한다. 

 

#태양 빛을 받아 속도를 높인 오무아무아, 그리고 스타샷 프로젝트 

 

그런데 놀랍게도 오무아무아는 순전히 태양 중력만 고려했을 때 예측되는 궤적을 벗어나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리면서 태양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로켓이 엔진을 내뿜으면서 속도를 높이듯, 어떤 알 수 없는 메커니즘으로 추진력을 얻으면서 태양계를 벗어났다. 

 

태양계를 떠도는 혜성들 중 일부가 강렬한 태양 빛에 의해 순식간에 증발하면서 가스 기체를 내뿜으며 속도와 궤도가 변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당시 오무아무아가 보여준 정도의 강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전체 질량의 10퍼센트 이상의 엄청난 양을 순식간에 가스로 날려보내야만 가능하다. 이런 상당량의 물질이 태양 빛에 녹아 순식간에 증발했다면 분명 지구에서도 관측되는 뚜렷한 긴 가스 꼬리를 그렸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관측에서도 이런 가스 꼬리의 흔적은 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오무아무아를 더 빠르게 밀어낸 추진력의 정체는 무엇일까? 

 

오무아무아가 태양계를 탈출하면서 그린 궤적을 보면, 태양에서 멀어지면서 그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서 추진력이 점차 약해진 것을 알 수 있다. 돌멩이가 아닌 아주 매끈한 금속 같은 소재로 만들어진 납작한 원반 형태, 그리고 태양에서 멀어지면서 점차 약해지는 추진력. 흥미롭게도 아비 로엡은 오무아무아의 이러한 모습에서 마침 오무아무아가 발견되기 직전까지 자신이 몸담았던 거대한 우주 탐사 프로젝트를 떠올렸다. 태양 빛의 광압, 빛의 압력을 바람 삼아 우주를 항해하는 거대한 우주 돛단배, 브레이크 스루 스타샷 프로젝트다. 거대하고 얇은 금속 돛을 펼치고, 태양에서 멀어지며 태양 빛이 어두워짐에 따라 추진력이 약해진다는 것까지, 놀랍게도 오무아무아가 보여준 특징은 스타샷과 비슷하다. 

 

스타샷은 거대한 금속 돛을 펼치고 태양빛 또는 지구에서 쏘는 강한 레이저 빛의 광압을 통해 우주를 항해하는 아이디어다. 스타샷은 이러한 방식으로 태양계 바깥 가장 가까운 프록시마 센투우리 항성계로 탐사선을 보내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이미지=Bert Willemsen


오무아무아가 정말 외계에서 날아온 어떤 인공 물체라면, 누군가 일부러 태양계로 날려보낸 탐사선이었을까? 아니면 의도치 않게 태양계로 날아온 우주 쓰레기 파편이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재밌는 분석이 있다. 

 

#의도적으로 날려보낸 탐사선일까, 우연히 찾아온 우주 쓰레기일까

 

오무아무아가 태양계로 찾아오기 전 원래 어떤 속도로 우주 공간을 떠돌고 있었는지를 추적해보면 더욱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은하의 별들은 중심의 거대 블랙홀을 중심으로 각자 조금씩 다른 속도로 맴돌고 있다. 우리 태양 역시 함께 섞여서 맴돌고 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태양 주변의 별들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계산하기 위해 우리 은하 속 태양 주변 별들의 모든 움직임을 평균 낸 좌표계 상에서 별들의 움직임을 비교하기도 한다. 이렇게 정의한 좌표계를 국부 정지 좌표계(Local standard of rest, LSR)라고 한다. 

 

국부 정지 좌표계는 별들의 운동을 더 편하게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태양 주변 별들의 평균 속도로 움직이는 가상의 좌표계다. 이미지=Burro Case Education


각자 조금씩 다른 속도로 빠르게 달리는 고속도로의 자동차들을 더 잘 보기 위해서, 모든 자동차들의 중간에 해당하는 평균 속도로 움직이는 드론으로 고속도로를 내려다보는 것과 비슷하다. 모든 자동차들의 평균 속도로 움직이는 드론으로 도로를 내려다보면, 실제로는 각 자동차가 평균 속도보다 좀 더 빠르거나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부 정지 좌표계(LSR) 상에서 태양 주변 별들의 움직임을 보면, 태양을 포함한 대부분의 별들은 이 좌표계보다 더 앞서거나 뒤처지는 특정한 고유 속도를 갖고 있다. 

 

그런데 재밌게도 오무아무아는 국부 정지 좌표계에 대해 속도가 거의 0, 즉 정지한 상태로 떠돌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오무아무아는 원래 어떤 특정한 별과 함께 움직이는 어떤 별에 붙잡힌 천체였다기보다, 공교롭게도 태양 주변 모든 별들의 딱 평균 속도에 해당하는 바로 그 속도로 우주 공간을 움직이고 있었다. 태양 주변의 그 수많은 별들 중에서 정확하게 국부 정지 좌표계에 대해 정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별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우리 은하 별들의 딱 중간 속도에 맞춰서 움직이도록 만들어놓은 굉장히 인위적인 물체로 느껴진다. 일부러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의 평균 속도에 맞춰서 움직이도록 띄워놓은 드론처럼 말이다. 

 

이를 근거로 아비 로엡은 한 가지 재밌는 상상을 던진다. 만약 우리가 알지 못하는 태양계 바깥 우리 은하 곳곳에 고도로 발전된 외계 문명들이 별과 별 사이를 맘껏 여행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아쉽게도 아직 인류는 그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있지만, 다른 외계인들은 우리 은하 곳곳에 뻗어 있는 우주 고속도로 망을 타고 우주를 여행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우주 고속도로망 곳곳에 표지판이나 신호등, 과속 단속 카메라 같을 걸 띄워놓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우주 표지판, 우주 단속 카메라가 모든 별들에 대해 계속 같은 곳에 고정되어 놓인 것처럼 하려면 별들의 평균적인 속도에 해당하는 국부 정지 좌표계에 맞춰서 띄우는 것이 좋다. 바다 위에 띄워둔 부표처럼 우리 은하 곳곳에 이런 작은 인공 물체들이 떠있을지 모른다. 

 

인간은 모르는 우주 저 멀리 외계인들이 돌아다니는 우주 고속도로가 있다면? 곳곳에 우주 표지판과 신호등이 깔려 있지 않을까? 이미지=Alienphysique


만약 이렇게 우리 은하 곳곳에 걸려 있던 우주 고속도로 표지판 중 하나가 우연히 고장나서 궤도를 벗어나 태양계로 날아온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재밌게도 도로 표지판 역시 보통 납작하고 매끈한 금속판이 아닌가! 마침 오무아무아의 예측되는 모양과 너무나 비슷하다. 어쩌면 오무아무아는 외계인들이 일부러 태양계를 탐사하려고 날려보낸 스타샷, 솔라세일 같은 탐사선이 아니라, 그냥 우연히 고장난 우주 고속도로 표지판 하나가 우주를 떠돌다가 태양계로 떨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를 설레게 한 오무아무아를 떠나보내며 

 

아쉽게도 짧은 시간 동안 지구의 망원경으로 바라본 어렴풋한 작은 점의 모습만 가지고는 정말로 오무아무아가 돌멩이였는지, 우주선이었는지, 우주 표지판이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일부 천문학자들은 지금이라도 솔라 세일 탐사선들을 띄워 오무아무아를 뒤쫓아 정확한 사진을 촬영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프로젝트 리라(Project Lyra)’라고 불리는 이 계획에 따르면 2021년 새로운 탐사선을 띄워 올려서 태양 빛의 광압과 목성, 토성의 중력을 활용한 플라이바이를 통해 오무아무아을 뒤쫓아 간다. 오무아무아를 직접 관측하고 방문할 탐사선을 쏠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5~10년밖에 안 남았다. 

 

오무아무아로 작은 솔라세일 탐사선들을 날려 보내는 프로젝트 리라는 지구를 떠나 30년 후에 오무아무아를 뒤쫓아가는 계획이다. 아쉽게도 현재까지는 프로젝트 리라가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오무아무아가 외계인들이 보낸 인공 물체였을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유일한 방법이고, 실현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미지=Maciej Rebisz


잼 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에서 주인공 트루먼은 하늘에서 떨어진 조명 장치를 발견한다. 조명 장치에는 ‘시리우스’라는 라벨이 붙어 있는데, 트루먼이 사는 거대한 세트장에서 밤하늘의 별 ‘시리우스’ 역할을 하던 조명이 떨어진 것이었다. 트루먼이 듣는 라디오 방송에선 비행기 장비가 떨어지는 추락 사고가 난 것이라고 둘러댔지만, 트루먼이 발견한 ‘시리우스’ 조명 장치는 사실 그를 감싸고 있는 거대한 방송 세트장의 존재에 대한 의미심장한 복선이었다. 

 

트루먼의 집 앞에 이해할 수 없는 ‘시리우스’ 조명이 돌연 추락한던 것처럼, 어쩌면 우리 태양계에도 외계인들의 인공 물체가 의도치 않게 찾아왔던 건 아닐까?


2017년 태양계로 날아왔다가 빠르게 다시 멀어져간 오무아무아는 우리 인류에게 태양계 바깥에 또 다른 존재가 살고 있음을 은근슬쩍 암시한 엄청난 복선이었을까? 인류에게 존재를 숨기고 살던 외계인들이 실수로 태양계로 떨어뜨리고 부랴부랴 다시 회수한 것은 아닐까? 정말로 오무아무아가 외계에서 보낸 인공물체였다면, 영화 속 트루먼처럼 우리는 2017년의 발견을 발판 삼아 비좁은 태양계 세트장의 문을 열고 태양계 바깥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언젠가 외계인들이 보낸 인공 물체가 태양계로 다시 한번 찾아온다면 그땐 놓치지 않고 환영의 인사를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참고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aae67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515-5172/aa9bdc/meta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1088/0004-637X/704/1/733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0-018-0398-z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1538-3881/aae88f/meta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ab370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18-0254-4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ae977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aeda8

https://breakthroughinitiatives.org/concept/3

https://i4is.org/what-we-do/technical/project-lyra/

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25020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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