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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외계 생명체? 물은 답은 알고 있다!

외계 생명체를 찾는 천문학자들은 왜 물에 집착할까? 그건 지구인의 편견일까?

2021.07.12(Mon) 10:49:47

[비즈한국] 피, 땀, 눈물. 이 셋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액체 상태의 물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생명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물은 생명활동에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지구 밖 외계 생명체를 찾는 천문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많은 천문학자들은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지를 외계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본다. 

 

일부 사람들은 이에 의문을 품는다. “왜 반드시 물이 있어야만 하는가? 그건 결국 지구의 생명체만 보고 생각한 편협한 기준 아닌가? 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전혀 다른 환경의 외계 생명체도 있지 않겠는가?”라고. 당연히 이 넓은 우주에 지구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화해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체를 상상해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상상일 뿐이고, 천문학자들이 물에 ‘집착’하는 데에는 분명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

 

천문학자들은 생명체가 존재하려면 왜 반드시 물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걸까? 어떤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살펴보자.

 

#물은 가장 구하기 쉬운 재료

 

기본적으로 생명활동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액체 상태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고체와 기체만으로는 생명활동을 하기 어렵다. 고체는 너무 속도가 느려서 효율적인 생명활동이 어렵다. 기체는 가벼워서 움직이는 속도가 빠르기는 하지만 밀도가 너무 작아서 역시 효율적인 생명활동에는 유리하지 않다. 영양소를 녹여서 몸 곳곳으로 빠르게 운반하고, 노폐물을 녹여서 몸 바깥으로 빠르게 배출할 수 있는 용매 역할을 할 액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고체 혹은 기체로 구성된 생명체가 있을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상상에만 의존한 그런 꼬리물기로는 의미 있는 과학적 논의를 진행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액체 중에서도 왜 하필 물이어야 할까? 

 

우선 물은 우주에서 아주 흔하다. 화성에서, 달에서 물을 찾으려고 그렇게 애쓰는데 물이 우주에서 흔하다고?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물 분자는 단순히 수소 두 개와 산소 하나가 결합한 것으로 수소와 산소는 우주에서 아주 흔하다. 

 

우주를 구성하는 다양한 화학 성분의 함량을 비교한 그래프. 수소와 헬륨이 압도적으로 많다. 나머지 중에서는 그나마 산소가 가장 많다. 이미지=Science notes

 

우주에서 가장 흔한 성분은 무려 전체의 75퍼센트를 차지하는 가장 가볍고 가장 단순한 수소다. 그다음으로 많은 성분이 수소 다음으로 가볍고 단순한 헬륨으로 나머지 25퍼센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주기율표에서 원자번호 1번과 2번에 해당하는 수소와 헬륨을 제외한 나머지 원소들은 다 합해봤자 겨우 1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 극미량이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화학 성분을 수소, 헬륨, 그리고 나머지(중원소 또는 금속 원소)로 구분한다. 

 

그런데 이 나머지, 중원소에 해당하는 성분들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산소다. 결국 물은 우주에서 가장 첫 번째로 흔한 수소와 세 번째로 흔한 산소로 이루어진 물질이다. (다만 둘의 격차가 좀 넘사벽이기는 하다.) 두 번째로 많은 헬륨은 다른 성분과 화학 반응을 하지 않는 비활성 성분이다. 결국 물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성분 중에서 화학 반응이 가능한 가장 흔한 두 성분, 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졌다. 지구 생명체에게 물은 우주에서 가장 흔한 구하기 쉬운 재료이므로 지극히 당연한 선택이었으리라. 

 

#물은 높은 온도에서도 액체로 존재한다

 

게다가 물은 아주 넓은 온도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액체로 존재하는 굉장히 드문 재료다. 대부분의 물질은 굉장히 낮은 온도에서만, 또는 아주 좁은 온도 범위 사이에서만 아주 잠깐 액체로 존재한다. 주변에서 대부분의 물질은 상온에서 고체 아니면 기체로만 존재한다. 하지만 물은 무려 0도에서 100도 사이의 아주 넓은 범위에서 액체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 액체 질소, 액체 산소는 실험실에서나 만들 수 있는 엄청난 극저온의 환경에서만 존재한다. 상온에 꺼내는 순간 순식간에 기화해 다 날아가버린다. 

 

물은 섭씨 100도의 높은 온도에서까지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물처럼 아주 넓은 상온의 범위에서 액체로 존재하는 성분은 흔치 않다. 이미지=Jody Dole


물 외에 상온에서 액체로 존재하는 것으로 식용유, 알코올 등을 꼽을 수 있지만, 대부분 수소와 산소가 아닌 수소와 탄소로 구성된 화합물이다. 그런데 우주의 중원소에서 탄소는 산소보다 더 양이 적다. 따라서 굳이 산소보다 더 드문 탄소와 수소가 결합된 액체를 선택하는 건 경제적이지 못하다. 

 

보통 액체가 끓기 시작하는 끓는점 온도는 그 물질의 분자량에 따라 결정된다. 분자량이 더 큰 무거운 분자일수록 더 높은 온도에서 끓는다. 그런데 물은 이 규칙을 벗어난다. 물의 분자량은 18이다(산소 16+수소 1×2=18). 물은 100도의 높은 온도까지 올라가야 끓기 시작한다. 그런데 물보다 분자량이 거의 두 배 더 크고 무거운 메탄올(CH3OH)는 물보다 더 낮은 65도에서 이미 기체가 되어버린다. 예를 들어 온도가 70도가 되면 물은 여전히 액체로 남아 있지만 메탄올은 진작 다 날아가버린다. 놀랍게도 물은 자신보다 두 배나 더 무거운 성분에 비해서 더 높은 온도에서도 끓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특징이다. 온도가 더 높을수록 화학 반응이 더 활발하게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높은 온도에서도 안정적인 액체로 버틸 수 있는 물은 다른 성분에 비해서 더 효율적으로 화학 반응의 용매로 활용될 수 있다. 

 

바닥이 젖어 미끄러우니 조심! 바닥에 물(분자)이 쏟아져 있다. 이처럼 물 분자는 약간 굽은 형태다.


물은 어떻게 작은 분자량에도 높은 온도에서 증발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물 분자의 결합력이 다른 성분에 비해서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물은 산소 원자 양 옆에 수소 원자가 하나씩 붙어 있는 구조다. 얼핏 생각하면 세 원자가 일직선으로 나란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약 104.5도 각도로 구부러져 있다. 

 

#물은 극성을 띤다

 

산소는 약간 음의 전하를, 수소는 약간 양의 전하를 띤다. 만약 산소 양 옆에 일직선으로 수소가 하나씩 붙어 있었다면 이러한 전하의 차이는 서로 상쇄되어 극성을 띠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약간 구부러진 형태이기 때문에 전하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비대칭한 분포를 갖게 되어 극성을 띠는 것이다. 이 극성 덕분에 물 분자는 유독 다른 성분에 비해서 서로 더 끈끈하게 붙어 있다. 게다가 물 분자의 수소끼리 서로 끌어당기는 수소 결합력도 아주 강력하다. 그래서 물은 다른 성분에 비해서 유독 높은 온도에서도 쉽게 날아가지 않고 오랫동안 액체로 버틸 수 있다. 

 

물 분자의 극성은 재밌는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다. 풍선을 수건으로 비벼서 정전기를 일으킨 다음 수도꼭지에 물을 틀어서 그 주변에 대보자. 정전기에 이끌려서 수도꼭지 물줄기가 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Passport Academy

 

게다가 물 분자의 극성은 전하를 띠고 있는 전해질을 비롯해 많은 성분을 쉽게 녹일 수 있게 한다. 영양소와 노폐물 등 생명활동에 필요한 재료들은 잘게 쪼개지면서 전하, 극성을 띠는 알갱이로 바뀌게 된다. 다른 대부분의 액체 용매들은 이런 극성 분자들을 쉽게 녹이지 못한다. 하지만 물은 강한 극성 덕분에 다양한 성분을 높은 농도까지 쉽게 녹이면서 활발한 화학반응이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정리하자면, 우선 물은 우주에서 가장 흔하고 구하기 쉬운 재료(수소, 산소)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약간 구부러진 형태로 극성을 띠고 있다. 그 덕분에 아주 높은 온도에서도 액체로 존재할 수 있고, 다양한 물질을 쉽게 녹일 수 있는 최고의 용매다. 우주에서 물이 특별한 이유다.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서 발견된 액체 상태의 메탄 호수와 비교해보자. SF의 상상력을 동원해 메탄 호수에서 살아가는 신비로운 생명체를 그려볼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메탄은 극성을 띠지 않기 때문에 생명활동과 화학 반응의 무대가 되기 어렵다. 액체 메탄만 가지고는 효율적으로 영양분과 노폐물을 녹여서 운반하기 어렵다. 

 

#물을 대체할 수 있는 용매가 있을까

 

그래서 여전히 많은 천문학자들이 물을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 중 하나로 여기는 것이다. 물론 물이 필요하지 않은, 오히려 물이 없어야 살 수 있는 생명체도 있지 않을까 상상하는 것은 재밌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는 인간의 위대한 상상력 안에서만 존재하는 사고실험일 뿐, 경제적이고 생물학적인 고민에 근거한 의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천문학자들은 외계행성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지가 생명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본다. 이것은 단순히 지구만 보고 고집하는 편협한 기준이 아니라 나름대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다. 그리고 실제 지구처럼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는 행성은 아주 많다. 이미지=NASA

 

이 글을 통해 천문학자들이 물을 포기하지 못하는 건 단순히 지구인의 편견이 아니라는 점을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물론 앞으로도 내가 쓰는 외계 생명체 탐색과 관련된 글에는 계속 똑같은 댓글이 달리겠지만). 

 

물이 왜 가치 있는가, 그리고 외계 생명체를 찾으려면 왜 먼저 물이 존재하는 곳을 찾아야 할까에 대해 나는 “지구 생명체가 그러하기 때문이다”라는 식의 이유는 제시하지 않았다. 복잡한 생명활동을 위해서는 화학 반응이 가능해야 하고, 우주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 넓은 온도 범위에서 액체로 존재하는 재료여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하고 기본적인 경제적 관점의 근거를 제시했다. 

 

여기까지 와서도 “화학 반응을 하지 않아도, 우주에서 극히 드문 재료라 하더라도, 액체가 아닌 고체와 기체만으로 생명 활동을 하는 존재가 있을 수 있다! 비물질적인 정신, 영혼으로 존재하는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 어쩌면 목성 같은 행성 자체가 생명일 수도 있지 않냐!”라고 반박한다면, 안타깝지만 그들의 끝없는 상상력을 만족시켜줄 수는 없다. 이는 양성자 하나, 전자 하나조차 새로운 관점에서 생명체로 봐야 한다는 수준의, 아예 생명체라는 단어의 과학적 정의를 파괴해버리는 주장이다. 그들이 찾는 게 정말 외계 ‘생명체’이기는 한지 되묻고 싶다. 그러한 딴지는 SF 소설의 소재는 될지언정, 외계 생명체 탐색에 필요한 근거 있는 과학적 고민은 될 수 없다. 물에 대한 천문학자들의 집착은 단언컨대 지극히 합리적인 편견이라 할 수 있다. 

 

참고

https://www.nasa.gov/vision/universe/solarsystem/Water:_Molecule_of_Life.html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water-lust-why-all-the-ex/

https://sitn.hms.harvard.edu/flash/2019/water-beyond-earth-the-search-for-the-life-sustaining-liquid/

http://www.yes24.com/Product/Goods/64319420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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