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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증명] 설화수 설득한 설화맥주, 한국 진출 소원 풀었다

저명상표 희석화 방지 위해 광범위 출원에 막혀…별도 조건 내건 계약 존재할 듯

2021.11.03(Wed) 09:26:31

[비즈한국] 지식재산권은 상표·특허·​디자인 같은 산업재산권과 문학·​음악·​미술 작품 등에 관한 저작권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4차 산업의 부상으로 중요성은 커졌지만 여전히 전문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지식재산권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 혹은 개인이 자신의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와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최신 트렌드를 소개한다.

 

설화맥주는 칭따오와 함께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다. 가격이 저렴하고 양이 많은 데다 칭다오에 비해 톡 쏘는 맛이 있고 탄산이 많아 한국사람에게도 꽤 인기가 있다. 하지만 설화맥주는 한국에서 판매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 설화맥주를 사서 개인적으로 소비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한국으로 설화맥주를 수입하거나 한국에서 생산해 팔게 되면 아모레퍼시픽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 즉 한국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가진 상표권으로 인해 설화맥주의 수입이나 생산이 불가했다.

 

설화맥주는 칭다오와 함께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다. 설화맥주 제조사이자 맥주계 세계 1위인 중국 주류회사 화윤설화는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해 아모레퍼시픽의 상표 ‘설화’와 긴시간 분쟁을 벌였다. 사진=설화맥주 홈페이지

 

아모레퍼시픽은 왜 화장품과 무관한 맥주에 대해서까지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상표출원은 현재 판매하거나 앞으로 판매할 제품 또는 현재 제공하거나 향후 제공하게 될 서비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기업이 이를 넘어 향후에도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적은 제품이나 서비스까지 상표를 확보해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이나 제공하는 영업이외의 분야에까지 상표권을 확보해 두는 것은 자본이 충분한 대기업에게는 흔한 일이다. BTS는 상품이나 서비스업 전 영역에 상표를 확보하고 있으며, 신생야구단인 SSG 랜더스도 야구와 무관한 화장품, 안마기, 일반금속, 가발, 밀키트 제품 등에까지 상표권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이처럼 비유사한 영역에까지 상표권을 확보해 두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저명상표 희석화 때문이다. 저명상표 희석화란 타인의 저명상표를 비경쟁적 또는 부정적 이미지 상품에 사용함으로써 상표의 고객흡입력 내지 판매력을 훼손하는 행위를 말한다. 

 

저명상표권자의 상표권의 내용과 서로 다른 상품이나 영업행위에 대한 상표 사용은 직접적인 상표 침해행위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상표권자의 제품이나 영업행위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분야라 할지라도 저명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의 사용을 그대로 두게 된다면 저명상표주가 많은 노력과 비용을 투입하여 구축한 저명상표에 대한 이미지, 광고선전력, 고객흡입력 등이 분산되어 희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본이 뒷받침되는 대기업들은 가능한 많은 영역에 저명상표를 등록시켜 둔다. 

 

기업이 향후에도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적은 제품이나 서비스에까지 상표를 확보해 두는 이유 중 하나는 저명상표 희석화 때문이다. 사진=특허청 특허정보사이트 키프리스

 

아모레퍼시픽도 마찬가지이다. 화장품 회사에서 향후 맥주를 팔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다만 설화맥주가 한국에 진입하여 널리 팔리게 된다면, 아모레퍼시픽이 구축한 설화수에 대한 이미지가 분산되고 식별력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맥주까지 확보하여 이러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던 것이다. 그동안 설화맥주 측은 한국진출을 위해 상표출원도 여러 번 시도했고 아모레퍼시픽과도 협의를 논의했지만, 결국 상표등록도 실패했고 한국진출도 요원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근 중국 설화맥주 측은 2021년 6월 1일 아모레퍼시픽으로부터 상표권을 양수해 오는 데 성공하였다. 설화맥주 측의 상표권 획득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설득 그리고 비용면에서도 매우 높은 금액에 상표권의 양수가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설화맥주 측에 설화(한자) 상표를 양도하면서 상표 사용에 대한 별도의 요구 조건을 걸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가 갖는 저명성에 대한 희석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아모레퍼시픽 상표와 명확하게 구분되면서 중국에서 사용 중인 상표 그대로 사용하도록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아모레퍼시픽의 상표권으로 인하여 한국 판매가 금지되었던 설화맥주가 드디어 한국 진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상표권의 중요성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이제 상표권까지 확보하게 된 설화맥주가 한국에서 얼마큼 인기를 얻게 될지, 한국에서도 중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칭다오의 아성을 넘보게 될지 기대해본다.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변리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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