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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135억 년 전 우주 최초로 탄생한 은하를 찾았다?!

지나치게 밝은 적외선 관측…질량 가벼웠던 우주 최초 별 '종족 3'로 이루어진 은하일 가능성

2022.04.18(Mon) 10:33:27

[비즈한국] 지난 칼럼에서 허블 우주 망원경을 통해 역사상 가장 먼 우주에서 포착된 별 '에렌델'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런데 단 며칠 만에 또 다시 천문학계에 새로운 신기록이 세워졌다. 이번엔 역대 가장 먼 우주에 존재하는 은하 후보를 새롭게 발견했다. 이번 발견이 사실이라면 이 은하는 무려 지금으로부터 135억 년 전, 빅뱅 이후 겨우 3억 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갓 탄생한 우주의 첫 번째 은하일지도 모른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나 머나먼 거리에 있는 이 은하가 지나치게 밝게 빛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초기 은하의 눈부신 모습은 놀라운 비밀을 품고 있다. 

 

또 다시 갱신된 천문학계의 신기록. HD1 은하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앞서 2016년 허블 우주 망원경은 큰곰자리 방향의 하늘에서 놀라운 은하를 발견했다. 당시만 해도 역사상 가장 먼 우주에서 발견된 은하 GN-z11이다. z11은 이 은하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그 거리를 의미한다. 천문학에서 z는 적색편이(Redshift)를 의미한다. 우주가 통째로 균일하게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먼 거리에 놓인 별과 은하에서 날아오는 빛은 우리에게 날아오는 동안 팽창하는 시공간과 함께 빛의 파장도 늘어난다. 이렇게 우주 팽창으로 인해 멀리서 날아오는 빛의 파장이 더 늘어나는 현상을 ‘우주론적 적색편이’라고 한다.

 

거리가 더 멀수록 빛이 날아오는 동안 더 오랫동안 우주 팽창을 겪게 되기 때문에 지구에 도달하는 빛의 파장이 늘어나는 정도도 더 커진다. 따라서 별과 은하의 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해서 그 빛의 파장이 얼만큼 길게 늘어났는지만 파악하면 아주 먼 거리에 놓인 별과 은하까지의 거리로 쉽게 환산할 수 있다. 

 

적색편이의 정도가 11이나 된다는 건 이 은하가 무려 지금으로부터 134억 년 전, 빅뱅 직후 겨우 4억 년 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의 초기 우주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거리로는 320억 광년이나 된다. 당시 허블과 스피처 우주 망원경으로 함께 관측한 GN-z11 은하는 크기가 우리 은하의 4분의 1 정도로 작다. 이 은하 속 별만의 질량을 다 합해도 우리 은하 질량의 겨우 1퍼센트에 불과하다. 이제 막 빚어진 최초의 아기 은하이기 때문에 그 덩치가 작은 것이다. 

 

하지만 이 은하가 보여준 성장 속도는 엄청났다. 새롭게 별들이 태어나는 정도가 지금의 우리 은하에 비해 20배나 더 높다. 갓 태어난 어린아이의 성장 속도가 성인에 비해 훨씬 빠른 것과 같다. 이처럼 초기 우주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은하들은 오늘날의 은하들에 비해 훨씬 폭발적으로 새로운 별들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폭발적인 ‘출성률’을 보이는 별들을 ‘스타버스트(Starburst)’ 은하라고 부른다. 

 

최근까지 천문학자들은 은하 GN-z11이야말로 허블 망원경을 비롯한 21세기 현대 천문학의 기술로 볼 수 있는 가장 머나먼, 관측이 허용하는 최대 거리 한계에 놓인 은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가장 먼 거리에서 발견된 은하였던 GN-z11 은하를 허블 망원경으로 포착한 모습. 사진=NASA, ESA, P. Oesch(Yale University), G. Brammer(STScI), P. van Dokkum(Yale University), and G. Illingworth(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Cruz)

 

최근 천문학자들은 이보다 더 머나먼 우주 끝자락의 은하들을 찾기 위한 새로운 관측을 시도했다. 아주 먼 우주의 빛은 너무나 길게 파장이 늘어난 채 지구에 도착하게 된다. 따라서 은하의 빛은 가시광이 아닌 훨씬 파장이 긴 적외선 영역으로 치우쳐 지구로 들어온다. 그래서 허블로 볼 수 있는 먼 은하에는 한계가 있다. 허블은 적외선이 아닌 가시광선과 근자외선 영역으로만 우주를 보기 때문이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총 네 가지 망원경으로 적외선 관측을 수행했다. 하와이 마우나케아에 위치한 일본의 스바루 망원경과 영국 적외선 망원경(UKIRT, United Kingdom Infrared Telescope), 칠레 파라날 천문대에 있는 가시광 및 적외선 서베이 망원경(VISTA, Visible and Infrared Survey Telescope for Astronomy), 그리고 스피처 적외선 우주 망원경. 네 망원경이 각각 관측한 시간을 합하면 총 1200시간에 달한다. 이 방대한 서베이를 통해 천문학자들은 적외선 영역에서 빛나는 천체 70만 개를 포착했다. 그리고 이 수많은 천체의 빛을 분석해 각 빛의 파장이 얼마나 길게 늘어났는지 각각의 적색편이를 모두 분석했다. 

 

70만 개의 천체 중 눈에 띄게 아주 높은 적색편이 정도를 보이는 흥미로운 후보 두 개를 발견했다. 하나는 HD1 은하로 이 천체는 13.3의 적색편이를 보인다. 또 다른 하나는 HD2 은하로 살짝 더 가까운 거리에 놓여 약간 더 작은 12.3 정도의 적색편이를 보인다. 모두 적색편이 11 정도를 보인 GN-z11보다 더 멀리 있는 은하다. 특히 둘 중 더 멀리 있는 적색편이 13.3의 HD1 은하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135억 년 전, 빅뱅 이후 고작 3억 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의 은하다. 이 발견이 사실이라면 앞서 2016년 발견된 GN-z11보다 1억 년이나 더 앞선 역대 가장 먼 과거 우주의 은하가 되는 것이다. 

 

새롭게 발견된 HD1 은하 후보. 사진=Wikimedia commons/Harikane et al.

 

천문학자들은 이 발견이 사실인지를 검증하기 위해서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거대 전파 망원경을 동원해 이 수상한 천체들을 다시 관측했다. 그리고 역시 99.99%의 높은 신뢰도로 13을 넘는 아주 큰 적색편이를 확인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완벽하게 검증되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천문학에서는 99.999%의 신뢰도를 넘어야만 통계적으로 의심의 여지 없이 완벽하게 유의미한 신호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천문학자들의 잣대가 얼마나 엄격한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에 우주로 올라간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으로 추가 관측이 이뤄진다면 비로소 99.999%의 만족할 만한 높은 신뢰도로 이 천체의 먼 거리를 최종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워낙 먼 거리에 있는 탓에 이 은하에서 날아온 빛의 파장이 너무 길게 늘어나서 지구에서 봤을 때는 적외선 영역에서 관측되지만, 파장이 길게 늘어나기 전의 원래 빛이 주로 어느 파장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을지를 복원해보면 이 은하가 실은 아주 강한 자외선 빛을 내뿜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천문학자들을 당황스럽게 만든 문제가 생겼다. 이 은하가 밝아도 너무 밝은 자외선을 내뿜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우선 하나는 앞서 발견된 GN-z11처럼 폭발적으로 새로운 별들이 왕성하게 태어나고 있는 스타버스트 은하일 가능성이다. 다만 HD1은 너무나 밝기 때문에 GN-z11에 비해서도 거의 10배 가까이 더 왕성하게 별들이 태어나야만 이 밝은 자외선 밝기를 설명할 수 있다. 이 정도면 매년 태양과 같은 별이 100개씩 태어나는 수준이다. 정말 폭발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현존하는 항성 진화 모델에선 이렇게나 이른 초기 우주에 이렇게 왕성하게 새로운 별들이 태어나는 은하를 설명하는 건 불가능하다. 

 

또 다른 가능성은 은하 중심에 아주 아주 거대하고 격렬하게 에너지를 토해내고 있는 블랙홀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은하 중심의 아주 좁은 영역에 숨은 블랙홀이 막대한 에너지를 토해내며 아주 밝게 포착되는 퀘이사일 수 있다. 하지만 HD1 은하가 정말 퀘이사라면, 이 은하의 지나치게 밝은 자외선 빛을 설명하기 위해선 그 중심에 숨어 있는 초거대 블랙홀의 질량이 무려 태양 질량의 1억 배나 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존하는 우주 진화 모델에 따르면, 이렇게나 이른 초기 우주에 이런 거대한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블랙홀들이 반죽되어 성장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른 시점이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우주 진화 모델에 따르면, 빅뱅 이후 한참 시간이 지난 이후에야 서서히 작은 블랙홀들이 서로 합체하면서 이런 거대한 블랙홀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나 먼, 빅뱅 직후의 초기 우주에서 눈부시게 밝은 자외선 빛을 내뿜고 있는 이 수상한 은하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한 가지 흥미로운 해답이 존재한다. 이 은하의 별들이 모두 우주 역사상 처음 태어난 첫 번째 세대 별, 종족 III(Population III)라면 가능하다. 

 

현재 우주에는 크게 두 종족의 별이 있다. 태양처럼 비교적 최근에 태어난 종족 I, 태양보다 훨씬 이전에 100억 년 전에 태어난 구상성단과 같은 나이 많은 종족 II.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종족 II 별보다 더 앞서 빅뱅 직후의 깜깜했던 우주를 처음 밝게 비춘 더 이른 세대의 별들이 존재했을 거라 추측한다. 이 전설 속 우주 최초의 별들을 종족 III 별이라고 한다. 

 

우주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종족 III 별을 표현한 그림. 아직 우주에 무거원 중원소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 탄생했으므로 별 전체가 오직 수소와 헬륨으로만 이루어졌을 것이다. 이미지=NAOJ

 

특히 종족 III 별은 오늘날의 별에 비해 질량이 훨씬 더 무거웠다. 태양 질량의 최대 1000배 가까이나. 너무 질량이 무거웠던 탓에 종족 III 별들은 지금의 별들에 비해 훨씬 눈부시게 밝게 빛났다. 천문학자들은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HD1 은하의 말도 안 되게 눈부신 자외선 빛이 전설 속 종족 III 별들로 이루어진 은하이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간 가상의 천체로만 여겨왔던 종족 III 별의 실체를 드디어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너무 지나치게 밝게 빛났던 종족 III 별들은 순식간에 연료를 모두 태워버렸다. 그래서 불과 200만~500만 년 만에 거대한 초신성 폭발과 함께 금방 사라져버렸다. 100억 년 가까운 긴 수명을 갖고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빛나고 있는 우리 태양에 비하면 너무나 짧은 삶을 살고 사라진 셈이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머나먼 초기 우주에 종족 III 별들이 존재했어도 관측을 통해 실체를 확인하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오랫동안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주 첫 번째 세대의 별로 의심되는 천체를 이번에 발견한 것이다! 

 

오른쪽​에서부터 왼쪽​으로 우주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 앞서 발견된 GN-z11 은하와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HD1 은하의 상대적인 거리가 함께 표현되어 있다. 이미지=NASA/EST/P. Oesch/Yale University

 

지난 글에서 소개한 역대 가장 먼 우주에서 발견된 별 ‘에렌델’과 함께 이번에 새로 발견된 은하 HD1과 HD2는 올 여름부터 본격적인 관측을 준비하고 있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으로 꼭 다시 봐야 할 흥미로운 대상이 될 것이다. 그곳에선 빅뱅 이후 처음으로 별이 탄생하는 역사적 순간이 고스란히 펼쳐지고 있는 것일까? 아직은 그저 흐릿한 작은 얼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곳을 제임스 웹의 거대한 눈으로 바라본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간 단 하나의 점도 찍지 못한 채 텅 빈 암흑으로 남겨두었던 우주 끝자락 금단의 영역에 서서히 새로운 지도를 그려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HD1 은하는 아직은 우리가 지도로 그릴 수 있는 우주의 가장 먼 가장자리에 있다. 머지않아 우리가 더 머나먼 우주 지도를 그려나가게 된다면, 이 은하는 인류가 발견한 초기 우주 은하들 중 가장 가까운 은하로 바뀌게 될 것이다. 

 

참고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2MNRAS.tmpL..36P/abstract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1538-4357/ac53a9/pdf

https://www.almaobservatory.org/en/press-releases/astronomers-detect-most-distant-galaxy-candidate-yet/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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