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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시민단체 위탁에서 서울시 직영으로…오세훈이 바꾼 '서울로 7017' 풍경

예산도 연 37억 원에서 22억 원으로…체험 프로그램 줄이고 유지보수 집중

2022.06.16(Thu) 15:38:25

[비즈한국] “세상에서 가장 긴 육교일 뿐”, “콘크리트 덩어리들”, “이용 편의성이 떨어진다”, “콘텐츠가 빈약하다”. 개장 당시 서울로 7017에 대한 평가다.

 

서울로 7017 모습. 사진=전다현 기자

 

2017년 5월 개장한 서울로는 따가운 눈초리 속에 조성됐다. 오래된 고가도로를 폐쇄하고 시민들에게 도심 속 산책길을 열어주겠다는 목표로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시작은 그리 순조롭지 않았다. 

 

서울시는 철도를 철거하고 공원을 조성한 뉴욕 하이라인을 모델로 2015년부터 서울로를 추진했다. 그러나 콘텐츠가 부족하고 콘크리트 재질이 아쉽다는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개장 5주년이 지난 현재, 서울로는 어떻게 이용되고 있을까.

 

#직장인들의 성지…점심시간 단골 ‘산책길’로 거듭나

 

서울로 7017은 손기정 체육공원이 있는 만리재로에서 회현역까지 연결된다. 중간 통로로 서울역, 퇴계로, 중림동, 남산 등으로 갈 수도 있다. 차량이 통행하던 고가도로를 개조해 최대 17m 높이의 공중정원을 조성했다. 645개의 원형화분과 2만 4805주(​228종)의 수목을 식재했다.

 

 

서울로 7017은 만리재로에서 회현역까지 약 1km가 연결돼 있다. 사진=서울특별시


서울로에는 계절이 있다. 3월이 되자마자 꽃이 펴 주민들에게 “가장 먼저 봄이 오는 곳”이라 알려졌다. 여름에는 나뭇잎이 무성하게 자라고, 가을에는 포도가 익는다. 서울로에 있는 무인카페는 겨울의 찬 바람을 막아주기도 한다. 

 

3월의 서울로 7017 모습. 사진=전다현 기자

 

비가 촉촉하게 내린 15일, 우산을 들고 서울로를 즐기는 시민들을 볼 수 있었다. 6월에 피는 각종 장미들과 무성한 나무들은 시민들의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도심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나무와 꽃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조깅하는 사람, 점심 후 산책하는 직장인들, 관광을 온 외국인 등 서울로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시민들은 꽃을 구경하며 웃음꽃을 피우거나 잠시 멈춰 난간 너머로 보이는 서울의 풍경을 감상했다. 신기한 식목이 있거나 활짝 핀 장미가 보이면 멈춰서 사진을 찍었다. 

 

6월의 서울로에는 다양한 종류의 장미가 피어있다. 사진=전다현 기자


사과나무를 보고 멈춰서 사진을 찍는 시민들. 비가 와도 서울로를 방문하는 시민들은 꽤 있었다. 사진=전다현 기자

 

“꽃이 많고 (식목) 이름이 하나하나 적혀 있으니 구경하기도 좋아요.” 서울로로 산책 나온 주민 A 씨의 말이다. 점심시간 전후인 11시부터 1시경에는 직장인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식사를 마치고 산책을 나온 경우였다. 인근 회사에 다니는 B 씨는 “풍경이나 길이 좋아 이곳으로 동료들과 자주 산책을 온다”고 말했다. 

 

점심에는 직장인들의 산책길이 되고, 밤에는 젊은이들의 인증샷 코스가 된다. 서울로 보안 관계자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주말이나 밤에 일부러 서울로를 보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만리재로에서 회현역까지는 약 1km로 왕복 25~30분이 소요된다. 서울로에는 엘리베이터 6개, 무인카페 등 편의시설 10개가 설치돼 있다. 무인카페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실내 공간으로, 커피나 책을 가져와 이용하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로에 있는 무인카페 모습.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사진=전다현 기자

 

#박원순에서 오세훈까지…앞으로의 서울로는?

 

서울로는 2019년 10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민간위탁으로 운영됐다. 서울로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민간위탁 당시의 단점을 보완해 올해부터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전에는 한 해 대략 37억 원 정도가 들었는데, 올해는 22억 원으로 예산을 잡았다”고 밝혔다. 예산이 준 만큼 보안관 수도 줄었다. 이전에는 31명의 보안관이 있었지만, 현재는 25명이다. 관리 인력도 77명에서 62명으로 줄었다. 

 

작년과 달리 올해 서울로에는 공사 중인 곳이 많다. 서울시는 안전을 위해 난간을 높이는 작업과 엘리베이터 등의 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때 서울로를 연장한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서울시는 연장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프로젝트 수 대표)는 “이전에는 서울시가 시민단체 등에 위탁을 많이 줬는데, 지금은 민간위탁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투명하지 않다는 기조다. 비단 서울로 7017뿐 아니라 많은 곳에서 시민단체 위탁이 종료되고 시에서 직영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서울로 조성을 주도한 고 박원순 전 시장에서 오세훈 시장으로 넘어오면서 서울시 정책 기조와 관리 방식이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프로그램 운영보다 산책로와 쉼터 조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프로그램보다는 그동안 설문조사를 했을 때 선호도가 높았던 휴식이나 통행에 집중해 특화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정란수 교수는 “서울로 7017은 단순히 시설을 만들어 놓고 관리운영만 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행사가 이뤄져야 한다. 직영으로 해 전문적인 사람들이 투입되면 좋겠지만, 행정의 영역과 행사 등 프로그램 운영은 다른 영역이라 앞으로 이런 것들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로에는 장미무대, 담쟁이극장, 방방놀이터, 족욕체험 쉼터 등이 설치돼 있어 각종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다. 현재는 대부분 운영하지 않는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로는 계절에 민감한 곳이다. 산책로로만 이용하기에는 여름이나 겨울에 이용객이 줄 수밖에 없고, 입지의 한계도 있다. 유지비용 관점에서 활용도가 있는지는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 충분한 평가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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