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글로벌

[유럽스타트업열전] 폭우, 폭염…기후위기 시대에 날씨를 예측한다

IoT와 블록체인 결합해 국지적 날씨 예측, 기상 이변 피해갈 AI 기반 해상 자율 항법 제공도

2022.08.15(Mon) 17:37:06

[비즈한국]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게 확실하다 싶은 날들이었다. 지난주 수도권에는 한 달에 나누어서 올 비가 하룻밤 사이에 내리면서 큰 재산 피해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어서 비구름이 남쪽으로 이어져 충청도 지역에 심한 폭우가 왔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록적인 가뭄에 시달리던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불과 며칠 만에 카지노 천장이 무너질 정도로 거센 비가 와서 물바다로 변했다. 캘리포니아주 센트럴밸리 지역에선 섭씨 42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이어져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예보가 있었다. 미국 전역이 급작스러운 기상 이변으로 인한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집중호우로 인해 지난 11일 오전 침수된 서울 서초구 한강반포공원. 사진=박정훈 기자

 

올여름 런던 등 유럽을 덮친 폭염, 한국의 이번 폭우, 미국의 폭우와 폭염은 이런 기상이변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핀란드 기상연구소는 지난 8월 11일 기후변화의 대표적 징후인 북극 온난화가 예측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지난 40년 동안 북극 지역 온도가 지구 평균온도와 비교해 2~3배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관측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핀란드 기상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기존 관측에 비해 거의 4배나 빠른 속도로 북극 지역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 심지어 노르웨이와 러시아 북쪽에 있는 바렌츠해 등 일부 지역은 지구 평균보다 무려 7배나 빠른 속도로 기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북극 빙하가 빠르게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전 세계 기상 이변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스타트업에도 이 주제는 무척 중요해졌다. 자신들의 산업 분야와 직접 연관성이 없더라도 ‘기후 위기’, ‘지속 가능성’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워 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일종의 트렌드처럼 보인다. 표면적으로만 기후 위기에 관심 있어 보이는 스타트업도 있지만, 기후 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솔루션을 내놓는 스타트업도 있다. 특히 기상분석과 예측이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스타트업은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환영받고 있다. 

 

#하이퍼 로컬 기상 네트워크 구축, 그리스 스타트업 ‘엑스 마키나’

 

한국의 이번 폭우는 서울, 그것도 주로 동작, 강남, 서초 지역에 집중됐다. 같은 날 같은 시간 기상 정보를 듣더라도 지역에 따라 대비가 달라야 하는 이유다. 그리스 스타트업 엑스 마키나(Ex Machina)는 ‘하이퍼 로컬’ 기상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이런 국지성 호우 등을 대비하는 데 효과적이다. 하이퍼 로컬이란 아주 좁은 범위의 특정 지역을 의미한다. 한 국가나 한 도시 정도의 기상 예측을 국가 기상청에서 하더라도 구나 동 단위의 지역에서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엑스 마키나(Ex Machina)라는 이름부터 흥미롭다. 라틴어로 ‘기계로부터 온(from machine)’ 이라는 뜻이다. 영화나 연극에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라는 기법이 있다. ‘기계로부터 온 신’이라는 말로, 꼬이고 꼬인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없을 때 마지막에 신이 짠 하고 등장해서 단번에 해결하는 것이다. 사면초가의 기후 위기 상황을 엑스 마키나 솔루션이 한 방에 해결해 줄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엑스 마키나는 IoT와 블록체인을 결합하여 사용자가 날씨 정보를 공유하면 WXM 암호화폐로 대가를 지급한다. WXM은 엑스 마키나가 자체 구축한 WeatherXM 암호화폐다. 기상 예측과 분석에는 데이터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지역 사용자들의 참여로 데이터를 모으는 게 핵심이다. 사용자는 데이터를 제공하고 이를 암호화폐로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 중심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의미에서 웹3.0(web 3.0)을 직접 실현하는 실험의 장으로서 역할을 한다. 

 

엑스 마키나의 암호화폐 WXM 웹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초소형 날씨 데이터 마이닝 스테이션. 사진=weatherxm.com

 

엑스 마키나는 이 데이터를 사용하여 농업, 에너지, 스포츠 및 해양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특정 지역의 일기 예보’를 제공한다. ‘웨더 온 디맨드(weather on demand)’라는 그들의 모토는 요구가 있을 때면 특정 동네의 특정 시간 날씨 정보를 즉각 제공한다는 솔루션을 아주 잘 설명한다. 

 

엑스 마키나는 2015년 설립해 EU의 지역개발 펀드의 지원을 받아 성장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바람의 방향과 바람량을 예측하여 풍력발전소에 제공하는 등 에너지 분야에 집중했으나, 이후 농업, 해양 및 관광 산업에 사용하도록 범위를 넓혔다. 특히 피라미드 모양의 초소형 기상 관측소 모델을 개발해, 필요한 곳에 온디맨드로 설치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를 직접 개발했다. 

 

엑스 마키나의 초소형 기상 관측소 ‘날씨 피라미드’. 사진=exm.gr

 

그뿐만 아니라 산업별로 기상관측 및 분석 데이터를 제공하는 맞춤형 IoT 서비스도 한다. 양식업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양식장의 산소, 질소, 온도 데이터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하이퍼 로컬 기상 분석을 활용해 홍수, 기상 이변 등에 미리 대처할 수 있게 한다. 

 

현재 아테네국제공항이 엑스 마키나의 솔루션을 이용해서 환경 및 소음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엑스 마키나는 그리스 전역 200개 이상의 대형 상업용 건물에 소비 에너지 및 실내 환경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스마트 빌딩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리스 주요 하천과 강을 모니터링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수질 및 홍수 경보 시스템도 개발했다. 

 

공공 데이터뿐만 아니라 암호화폐를 직접 구축해서 민간 데이터까지 끌어모으는 엑스 마키나의 솔루션이 과연 지구와 사용자 모두를 이롭게 할 수 있을지 주의 깊게 지켜볼 일이다. 

 

#해상 자율 항법 제공, 독일 스타트업 ‘딥 블루 글로브’

 

기후 변화로 인해 허리케인과 같은 극한 상황이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항해 전에 선원들은 해상 상태, 표면 바람 및 조수 상황과 같은 다양한 데이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기존에는 해양 일기 예보를 국가기관이나 국립 기상청에서 얻었지만, 더 정확한 정보를 얻으려는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기술 수준도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 

 

정확한 해양 일기 예보를 위해 많은 스타트업이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원격 감지 및 기상 분석 시스템을 위성 기반 기상 매핑 시스템에 결합하는 분야는 매우 활발하게 발전했다. 그 덕분에 실시간 해양 기상 모니터링이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독일 스타트업 ‘딥 블루 글로브(Deep Blue Globe)’는 2018년 다름슈타트에서 시작했다. 딥 블루 글로브는 AI 기반 해상 자율 항법 솔루션 포세이돈(POSEIDON)을 개발했다. 포세이돈을 활용하면 항로 교통 및 기상 상태 데이터를 사용해 기상이변 및 위험 지역을 피할 수 있다. 

 

딥 블루 글로브의 AI 기반 해상 자율 항법 솔루션 포세이돈. 사진=deepblueglobe.eu


또 다른 솔루션 원웨이브(ONEWAVE)는 기존 쓰나미 조기 경보 시스템(TEWS)과 함께 코페르니쿠스 위성 데이터를 사용해 먼바다의 파도 정보를 실시간, 연중무휴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선원들은 해일 경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운송 경로를 최적화할 수 있다. 원웨이브는 쓰나미 발생에서 경고 보고까지 단 10분밖에 걸리지 않는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딥 블루 글로브의 쓰나미 모니터링 시스템 원웨이브. 사진=deepblueglobe.eu

 

딥 블루 글로브도 EU의 지역개발 펀드의 지원을 받았으며, 유럽우주국(eesa), 독일 정부의 스타트업 창업 지원기금인 인베스트(INVEST), 유럽기상위성개발기구(EUMETSAT) 등 다양한 공공의 지원을 받아 성장했다. 

 

기후 위기의 문제는 이제 한 지역이나 국가의 문제가 아니다. 전 지구적으로 협력해서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미국의 산불, 유럽의 폭염은 지금까지 먼 나라 일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피해 그 자체는 국가적·지역적 문제일지라도 이를 해결하는 기술은 지역을 넘어선 협력이 필요할 수 있다. 이것이 유럽 스타트업의 기술 발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유럽스타트업열전] '에너지는 적게, 더 시원하게' 냉방의 미래를 연구합니다
· [유럽스타트업열전] 반려동물 스타트업엔 '경기 침체'가 없다
· [유럽스타트업열전] '노 플라스틱, 노 레더, 노 그린워싱' 지속 가능 패션을 실험하다
· [유럽스타트업열전] "소 방귀와 트림을 잡아라" 기후변화 막는 축산 스타트업
· [유럽스타트업열전] 잘나가는 유럽 스타트업에도 '임금 체불'이 있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