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노후 단지가 밀집해 재건축 기대감을 모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부동산 시장이 활력을 잃고 가라앉고 있다. 과도한 분담금 탓에 재건축 사업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투자자들의 관심도 멀어진 모습이다. 여기에 다가오는 7월 대출규제까지 예고되면서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인근 부동산 사무소. 인근 중개업자들은 “투자자 문의가 뚝 끊겼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노원구에서 가장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 중 한 곳인 상계주공5단지의 경우 시공사 찾기에 난항을 겪으면서다.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후 분담금 갈등 속 계약을 해지했던 단지는 지난달 28일 시공사 입찰 마감 결과 응찰한 건설사가 없어 유찰됐다.
상계주공 인근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A씨는 “지금 재건축 속도가 가장 빠른 단지인 5단지도 입주까지 몇 년은 기다려야 한다”며 “상계주공5단지 시공사 선정이 불발되자 지역 내에서 재건축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고 말했다.
#노후 단지 밀집한 노원구, 낮은 사업성에 재건축 사업 난항
노후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노원 지역은 정비사업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를 받아왔다. 통계청 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노원구 내 준공 후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총 9만 559가구에 달한다.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수치다.
하지만 서울 외곽 지역 특성상 대지 지분이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일반 분양 가격이 저렴하면서 고질적으로 사업성이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 돼왔다. 게다가 2021년 이후 공사비 상승 등 여파로 분담금 부담이 커지면서 일대 주요 재건축 사업의 추진 동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상계주공 5단지의 경우 전용 31㎡ 소유자가 전용 59㎡를 받기 위해선 4억 원대의 분담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직까지 시공사 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재건축 단지인 도봉구 쌍문한양 2·3·4차는 재건축 분담금이 조합원 가구당 3억 5000만 원에서 4억 원까지 추산되면서 재건축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노원구 공인중개사 B씨는 “실제로 강북 지역에서 수억 원대 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는 수요자는 많지 않다”며 “인근에서 최근 재건축을 끝낸 단지가 2020년 준공한 포레나 노원뿐이라 사업성 등을 비교할 단지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가 무기한 연기된 점도 수요자들의 분담금 우려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발생한 이익이 조합원 1인당 8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의 최대 50%를 환수하는 제도로, 윤석열 정부는 해당 제도 폐지를 추진했으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줄어든 재건축 기대감에 노도강 재건축 단지 하락거래 속출
이처럼 재건축 사업성 확보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노도강 지역의 다른 재건축 단지들의 매수세도 가라앉은 분위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재건축 주요 단지인 월계동 미미삼(미륭·미성·삼호3차)의 삼호3차 전용 59㎡는 지난달 27일 7억 8000만 원에 거래돼, 직전 거래가보다 4900만 원 떨어졌다. 이는 최고가 9억 8000만 원과 비교하면 약 79% 수준에 그친다.
도봉구 창동 '상아1차' 전용 58㎡는 지난달 7일 3억 5000만원에 매매계약서를 썼다. 직전거래인 5억 6500만 원에서 두달만에 2억 1500만 원이 빠졌다.
주요 단지 거래가 침체되자 노도강 지역 전반적인 집값도 약세를 보이는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셋째 주(19일 기준) 노원·도봉·강북은 모두 보합(0.00%)을 나타내며 서울 자치구 중 유일하게 상승세를 기록하지 못했다.

#7월 3단계 DSR시행, 서울 외곽 지역 침체 장기화 우려
이 가운데 금융당국이 오는 7월부터 수도권에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대출비중이 높은 노도강 지역의 매수세가 한동안 더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의 금리상승 위험 등에 따라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 한도를 낮추는 제도다. 스트레스 금리가 부과되면 실제 대출 금리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원리금 규모가 늘어나는 효과가 나 대출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이번에 3단계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되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기존 대비 1000~3000만 원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도봉구 창동 공인중개사 C씨는 “지난해 하반기 대출규제 이후 거래 문의가 뚝 끊겼었다”며 “강북 지역은 실거주자 중심에 갭투자 등 대출 수요가 많기 때문에 규제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도가 줄어들기 전 대출을 미리 받는 '막차 수요'에 대한 기대감도 그리 크지 않은 분위기다. C씨는 “최근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는 가운데 대선 끝날 때까진 가격 반등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애초에 거래가 발생하지 않는데, 막차 수요가 막 생기기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출 규제 시행으로 강남을 중심으로 한 서울 핵심지와 외곽 지역 간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가오는 대출 규제는 서울 외곽의 대출을 많이 받는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과 매수 자금이 여유로운 강남권 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아파트 구매 시 대출을 받는 사람이 많은 노도강 지역은 중심지에 비해 규제 여파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승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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