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또 발생했다. SPC그룹은 과거에도 몇 차례 근로자가 작업장에서 사망해 논란이 됐다. 2022년 평택시 SPL 제빵공장에서, 2023년에는 성남시 샤니 제빵공장에서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안타까운 사고는 재발했다. 허영인 회장은 이번 시화공장 사고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허 회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경기 시흥시 소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근로자는 컨베이어 벨트가 잘 돌아가도록 윤활유를 뿌리는 일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끼여 사망했다.
김범수 SPC삼립 대표이사는 사고 직후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현재 관계 당국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어 “사고 직후부터 공장 가동을 즉각 중단했고,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직원들의 심리 안정을 위해서도 노력할 예정”이라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사건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21일 시화공장을 방문한 후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김범수 대표도 참석해 “안전한 산업 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사고가 발생해 매우 송구스럽다”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SPC그룹 총수인 허영인 회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과거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지난 2022년 10월 SPL의 제빵공장에서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허 회장은 기자회견에 참석해 사죄의 뜻을 밝혔다. 허 회장은 이 자리에서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거듭 사과 드린다”며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며 평소 직원들에게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고 말했다.
허영인 회장은 현재 SPC삼립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경영에는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고, 2월에는 말레이시아 제빵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이에 허 회장이 도의적 차원에서라도 SPC삼립 사고와 관련해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1일 간담회에서 “허영인 회장은 단 한 번도 책임지지 않았다”며 “허영인 회장까지 책임 여부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최근 허영인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사고 당시 공장이 이른바 ‘풀가동’ 때 컨베이어 벨트가 삐걱대 몸을 깊숙이 넣어 윤활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고 한다”며 “이를 고려하면 이번 사고는 예견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영인 회장이 고발된 이상 도의적인 책임을 넘어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중대재해처벌법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5월 20일 소셜미디어(SNS)에 시화공장 사고를 언급하며 “정부는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며 “무엇보다 반복된 산재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같은 날 경기도 의정부시 유세에서 “먹고 살자고 일하러 갔다가 되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사업자들이 잘못하면 처벌 받는다는 마음을 먹게 해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몇 년 시행해보니 사망자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다만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 허영인 회장이 처벌을 면할 가능성도 있다. 김문수 후보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후보는 5월 15일 중소기업중앙회 조찬 강연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제가 결정권자가 되면 이런 악법이 여러분을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하도록 고치겠다”고 발언했다.
일각에서는 허영인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이 허영인 회장의 고발건을 조사하게 되면 허 회장으로서는 경영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허 회장의 후계자에 재계 시선이 쏠린다. 허 회장은 슬하에 장남 허진수 SPC그룹 사장, 차남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등 아들 둘을 두고 있다. SPC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파리크라상의 주주는 △허영인 회장(76) 63.31% △허진수 사장(48) 20.33% △허희수 부사장(47) 12.82% △허 회장의 아내 이미향 씨(71) 3.54% 등으로 구성된다.
아직까지는 허영인 회장이 지분을 과반 이상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차기 SPC그룹 회장을 점치기는 어렵다. 장남 허진수 사장이 지분율에서 앞서지만 차남 허희수 부사장도 SPC그룹에서 일정 역할을 맡고 있다.
다만 허희수 부사장의 경우 과거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2018년 액상대마를 밀반입해 흡입한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SPC그룹은 당시 허희수 부사장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시키겠다고 했지만 이후 경영에 복귀했고 현재 비알코리아, 섹타나인 등의 계열사 경영을 맡고 있다. 비즈한국은 SPC그룹에 허영인 회장 측 입장을 문의했지만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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