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인공지능(AI) 분야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정부도 2조 원 규모의 AI컴퓨팅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민간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두 차례 유찰 끝에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은 공모 요건을 대폭 완화해 조만간 재개될 예정이다. 지난 1, 2차 공모에서 단 한 곳의 민간 기업도 응찰하지 않은 점은 정부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초기 투자 부담과 경영 자율성 제약, 불투명한 수익 구조 등이 주요 걸림돌로 꼽힌다. 공모가 잇따라 무산된 배경과 개선 과제를 짚어본다.

#두 차례 유찰 후 재시동
참여 기업을 찾지 못해 표류하던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운용 사업이 다시 시동을 건다.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 AI컴퓨팅센터 공모 요건을 조정해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앞서 올 1월 발표한 실행계획을 토대로 세부 기준을 검토 중이다.
이 사업은 첨단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집적한 AI 데이터센터를 지어 국가 차원의 AI 인프라를 확보하는 계획이다. 기술 자립과 연산 자원 접근성 확대, 국산 반도체 시장 활성화, 공공·민간 협력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최대 2조 5000억 원을 투자해 2027년까지 1엑사플롭스(EF) 이상 성능을 갖춘 AI 데이터센터를 비수도권에 설립,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조달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학계에서 쉽게 활용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GPU는 AI 학습과 연산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이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대형 국책 사업으로 추진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범용성에 중점을 둔 기존 데이터센터와 달리 AI 데이터센터는 집적도와 효율성이 높은 컴퓨팅 환경은 물론, 고성능 전력·냉각·네트워크를 갖춰 연산에 최적화된 인프라를 제공한다.
운영은 민관 합작 특수목적법인(SPC)이 맡는다. 김경만 과기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국장)은 지난달 국회 ‘K-AI 커뮤니티 서밋 2025’에서 “한국은 GPU가 너무 부족한 상태다. 가장 오랜 기간 고민해 추진하는 방안이 바로 국가 AI컴퓨팅센터를 SPC(특수목적법인) 형식으로 만들고, 민간 투자를 통해 GPU를 확보하는 계획”이라며 “2027년 11월 정도 돼야 물리적인 데이터센터가 만들어진다. 현재 1차 추경을 통해 1만 장 정도를 확보하기 위한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6~7월 심사를 거쳐 8월 말 민간 사업자를 최종 선정, 10월까지 SPC 설립이 완료돼야 했지만 5월과 6월 진행된 두 차례 공모가 무산되면서 센터 개소 시점은 2028년 무렵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지분·바이백’ 조항 손본다, 구조적 과제 지적도
당초 정부 지분은 51%로 계획됐지만 SPC 지분 구조가 저조한 민간 참여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만큼 3차 공모에서는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과기부는 신설 법인의 정부 지분율을 기존 51%에서 49% 이하로 낮추는 쪽으로 지배구조를 손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국장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유찰 이유가 민간의 자율성 저해에 일부 있다는 지적을 알고 완화 작업을 관계 부처와 계속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바이백 조항은 기업에게는 손실을 떠안는 재무 리스크로 작용할 부담이 있다. 기업 재무전략 부문 관계자는 “이미 투자를 많이 한 상태에서 바이백 의무가 발생하면 긴급 자금 압박이 올 수 있다”며 “민관 사업은 특히 수익성이 불확실할 여지가 큰데, 공공의 이익이 중시돼 투자 회수율이 낮거나 예상보다 수익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바이백이 행사될 때 기업이 시장가보다 훨씬 비싸게 주식을 매입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 자체로 재무계획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가 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 바이백 조항도 완화하는 방향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경망처리장치(NPU) 위주인 국산 AI 반도체를 2030년까지 컴퓨팅센터 구성 반도체의 최대 50%까지 확충한다는 기존 조건도 삭제 가능성이 거론된다.
재추진하는 공모 사업이 민간 참여를 이끌어낼지 주목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조건 완화나 지분 구조 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국가 AI컴퓨팅센터 사업이 고전하는 배경에는 단순히 조건이 불리해서라기보다, 애초에 당장 추진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의 데이터센터·고성능 컴퓨팅 운영 경험이 제한적이고, 정부가 설정한 사업 모델·운영 구조와 민간 기업, 연구 현장 사이의 간극도 무시하기 어렵다는 것.
백은경 이화여대 인공지능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데이터센터나 컴퓨팅센터와 관련된 시스템·인프라 등 기반 기술과 인력이 부족하다. AI 분야에서도 수익과 성과로 바로 이어지는 응용 연구는 활발한 반면, 시스템 기술은 장기 투자가 필요하고 어렵다는 점에서 연구 인력이 많지 않다. 기반 기술 관련 취약성은 국가 AI컴퓨팅센터 운영과도 직결된다”며 “결국 기반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자 발굴 등 장기적 관점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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