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의약품 도매업체인 유니온약품이 종합병원 측에 유령법인 지분을 취득하도록 해 배당금 등의 명목으로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은 종합병원 3곳에 의약품을 공급하면서 약 50억 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건넸다. 유령법인을 통한 리베이트 제공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의약품 유통 구조와 약가제도 전반에 대한 근본적 개선 필요성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회사 건물에 유령법인 세워 리베이트 제공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는 18일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과 장호성 단국대병원 이사장 등 총 8명을 배임수재·증재, 의료법·약사법 위반, 입찰방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안 회장은 실체가 없는 유령법인을 설립해 종합병원 이사장의 가족 등에게 지분을 취득하게 한 뒤, 배당금 명목으로 약 34억 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또 안 회장은 이사장 가족을 유령법인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급여를 지급하고, 법인 명의의 골프장 회원권과 법인카드 등을 사적으로 사용하게 했다. 리베이트 수수를 정상적인 거래로 위장하기 위해 장 이사장과 그의 부친인 장충식 명예 이사장에게 7억 원 상당을 고문료 명목으로 지급하고 차용·고문 계약을 체결한 혐의도 받는다. 장 이사장은 다른 의약품 도매업체들로부터도 12억 5000만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수수하고 입찰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측은 “과거 제약사, 의약품 유통업계에서는 의약품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병원 등에 현금, 상품권, 선물 등을 제공했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유통업체가 처벌을 회피하기 위해 유령법인을 설립했다”며 “병원 이사장 일가는 갑을 관계를 악용해 거액의 리베이트를 수수하고, 입찰 결과를 조작해 특정 업체를 낙찰시켜 경쟁입찰을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제네릭 약가 세계 최고 수준…약가 제도 개선해야
의약품 도매업체와 의료기관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국정감사와 2021년 감사에서도 병원이 지분을 가진 도매업체의 수익률이 다른 업체보다 높다는 점이 지적되며, 수의계약의 정당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경쟁입찰이 도입됐지만, 일부 병원 관계자들이 리베이트를 받으며 입찰 시나리오를 사전에 작성해 결과를 조작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같은 구조는 결국 약가제도 개선 필요성으로 이어진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제네릭 약가 구조는 리베이트만으로도 막대한 이윤을 보장해 신약 개발보다 리베이트 영업에 집중하게 만든다”며 “정부 입찰제, 개별 약가협상, 참조 가격제 등 공급자 간 가격 경쟁을 촉진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참조 가격제는 효능이 같은 의약품군에 일정 금액까지만 보험에서 보상하고, 그 이상은 환자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2000년을 전후해 고가약 처방으로 인한 국민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논의됐지만, 제약산업 경쟁력 저하와 의료 질 하락을 우려해 도입되지 못했다.
한편 ‘OECD 보건통계 2025’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의약품 판매액은 OECD 평균보다 47% 높아, 회원국 중 벨기에와 독일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구체적으로 2023년 한국의 1인당 의약품 판매액은 968.9달러 PPP(각국의 물가수준을 반영한 구매력평가환율, Purchasing Power Parity)로, OECD 평균(658.1달러)보다 310.8달러 높았다.
김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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