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4월 불거진 새벽배송 전문기업 팀프레시의 운송료 미정산 사태가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투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팀프레시는 운송료 지급 일정을 계속 미루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달 내 팀프레시가 기업 운영과 관련해 중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150억 원 미정산 운송료, 7개월째 지급 미뤄
4월 1일 팀프레시는 고객사에 공문을 보내 “1일 계획됐던 투자금 납입 일정이 지연되면서 기사들의 운행 거부가 예상돼 전체적인 배송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새벽배송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자금난으로 인해 올 초부터 기사들에게 운송료를 제때 지급하지 못한 끝에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팀프레시로부터 운송료를 받지 못한 기사는 약 350명에 이른다. 미정산 금액은 1~2월 두 달 치 운송료로, 기사 1인당 800만~1500만 원 규모다. 전체 액수는 약 1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배송기사는 “4월부터 새벽배송이 중단됐고, 그 이전 운행분 운송료를 제대로 정산받지 못했다”며 “3월은 일당 형태로 일부 지급됐지만 1~2월분은 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기사가 같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팀프레시는 2월부터 배송기사들에게 정산 일정을 통보했다가 미루는 일을 반복하며 지급을 지연해왔다. 한 기사는 “며칠 안에 지급하겠다는 말을 수차례 들었지만 결국 7개월째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사는 “받을 방법이 있기는 한지 모르겠다. 해결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 답답할 따름”이라고 호소했다.
일부 기사들은 팀프레시를 상대로 운송료 지급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까지 받아냈다. 하지만 팀프레시는 자금 부족을 이유로 판결 이행을 미루는 상황이다. 기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에 하도급법상 분쟁 조정을 신청했고, 공정위 역시 운송료 지급을 명령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현실적으로 효력은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받아야 할 임금·퇴직금·재해보상금 등은 법적으로 ‘임금채권’으로 보호된다. 하지만 배송기사들이 요구하는 운송료는 임금이 아닌 ‘운송 용역 대가’로 분류돼 일반 민사상 채권에 불과하다. 법적 보호 장치가 미약하고, 형사 고소 등도 적용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한 팀프레시 배송기사는 “임금채권은 기업이 도산해도 최우선 변제 대상이 된다. 운송료는 임금채권이 아니어서 그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후순위 채권으로 밀려 못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임금채권 제외 운송료, 배송기사들 한숨만
팀프레시는 B2B(기업 간 거래) 기반 새벽배송 대행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물류 기업이다. 현대그린푸드, 파리바게뜨, NS홈쇼핑, 오아시스 등 6000여 개 화주사를 고객사로 확보하며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했다. 2018년 창업 첫해에는 27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2024년 5444억 원까지 성장했다. 2021년 예비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매출 성장과 달리 적자는 지속적으로 불어났다. 영업손실은 2020년 110억 원에서 2021년 224억 원, 2022년 481억 원으로 확대됐다. 2023년에는 541억 원, 지난해에는 781억 원까지 적자 폭이 늘었다.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도 투자 환경이 활발하던 시기에는 성장세를 인정받아 자금 유치가 순조롭게 진행됐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확보한 누적 투자금만 2000억 원을 넘어선다. 하지만 투자 시장이 위축되면서 신규 투자유치는 사실상 끊겼고, 그 여파로 심각한 자금난에 직면하게 됐다.
투자유치가 막히자 팀프레시는 6월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7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6월 둘째 주로 투자금 납입 일정이 확정됐다고 밝혔지만, 실제 자금은 들어오지 않았다. 신규 CB 전환가가 기존 기업가치의 20분의 1 수준으로 낮게 책정되면서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우려가 제기됐고, 투자사들이 반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주요 투자사인 우리프라이빗에쿼티(우리PE)는 팀프레시의 신규 CB 발행을 저지하기 위해 법원에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6월 12일 해당 신청이 취하됐고 팀프레시는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재까지도 실제 투자금은 유치되지 못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CB 발행에 합의했다는 얘기는 들었으나 투자사 측이 여러 이유를 들어 납입을 계속 미루는 상황이라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팀프레시는 이달 말까지 향후 거취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한 배송기사는 “팀프레시가 최근 기사들에게 9월 말까지 결론을 내리겠다고 전했다”며 “투자를 이어갈지, 중단할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비즈한국은 운송료 미정산 지연과 관련한 회사 측 입장을 확인하고자 팀프레시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대표 연락처는 수신이 차단된 상태였고, 관계자들 역시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팀프레시 배송기사들은 미정산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한 배송기사는 “운송료를 전혀 지급하지 않은 것도 아니어서 사기 혐의로 고소하기도 어렵다”며 “기사들이 취할 수 있는 대응 수단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 매우 답답하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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