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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비자 수수료 '100배' 인상, 한미 비자협상 새 변수 되나

저비용 고학력 외국인 취업 제한 취지…빅테크 "일단 미국에 체류하라"

2025.09.20(Sat) 16:43:40

[비즈한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문직 비자’로 불리는 H-1B 비자 수수료를 1인당 연간 10만 달러(약 1억 4000만 원)로 대폭 증액하기로 했다. 기존 신청 수수료인 1000달러(약 140만 원)의 100배 수준이다. 외국 인력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판단에 따라, 기업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해당 비자를 활용하는 것을 제한하겠다는 의도다.

최근 조지아주 한국 기업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직원 구금 사태 이후 한·미 양측이 비자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전문직 비자의 문턱을 높인 이번 조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H-1B 비자 수수료를 연간 10만 달러로 대폭 증액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최소 100만 달러를 미국 정부에 기부하면 영주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골드 카드’​ 관련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사진=트루스소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H-1B 비자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하며 “우리는 훌륭한 노동자가 필요하다. 이 조치는 그 결과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전문 직종에 적용되는 비자다. 미국 기업이 학사 학위 이상을 가진 외국인 전문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한 취업 비자인데, 연간 총 8만 5000건(기본 6만 5000건·미국 석사 이상 학위자 2만 건)이 추첨으로 배정된다. 기본 3년 체류가 허용되며 연장 및 영주권 신청도 가능하다.

이번에 증액된 수수료 10만 달러는 1인당 1년 치 금액이다. 체류 기간 동안 매년 같은 금액의 수수료를 내고 갱신해야 한다. 연간 10만 달러씩 최대 6년까지 가능하다. 이 비자의 최대 체류 기간인 6년을 채우기 위해서는 개인이나 고용 기업이 총 60만 달러(약 8억 4000만 원)를 부담해야 한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포고문 서명식에서 “갱신 때나 처음에 회사는 해당 인물이 정부에 10만 달러를 지급할 만큼 회사와 미국에 가치 있는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이민정책의 핵심이다. 미국인을 고용하고, (미국에) 들어오는 사람이 최상위 인재인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며 “무료로 발급된 비자로 아무나 이 나라에 들어오게 하는 어리석은 관행을 멈춰야 한다. 대통령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 미국을 위해 가치 있는 사람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비자 문제에서도 자국 이익을 철저히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진=ICE 홈페이지


#인도·중국 국적 높은 비중…미국인 ‘기술 일자리’ 보호 명분 

 

트럼프 행정부는 빅테크 기업이나 다른 대기업이 외국인 노동자를 교육해왔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비자 제도가 남용돼 미국인들의 임금 상승을 억누르고 기술 분야 일자리를 위협하며, 결과적으로 국가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이다. 추첨 방식이지만 일부 기업이 대량 신청을 통해 제도를 악용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포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비자 프로그램이 임시 근로자를 유치해 고숙련 업무를 수행하도록 마련됐으나 ‘보완’의 효과보다 자국 근로자를 대체하고 저임금·저숙련 노동력으로 교체하는 데 일부 악용돼 왔다고 주장했다.

H-1B 비자는 인도인과 중국인 비중이 높다. 지난해 해당 비자의 전체 승인 건 중 71%가 인도 국적이었고 중국이 11.7%였다. 앞으로 기업이 기존 급여에 더해 정부에 연간 10만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면 비용 부담이 커져 해외 인력 채용을 주저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새 행정명령은 오는 21일 0시 1분부터 발효된다. 이번 조치는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대형 기술기업들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같은 전문 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 H-1B 비자에 크게 의존해왔다. 아마존은 올해만 1만 건 이상, MS와 메타는 각각 5000건 이상의 H-1B 비자를 승인받았다.​

 

#빅테크 ‘혼란’…한미 비자 협상 복잡해지나

 

이번 조치 직후 글로벌 기업들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포고문에 서명한 당일 MS는 사내 이메일을 통해 H-1B 비자 보유자들에게 “당분간 미국 내에 체류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 H-4 비자(가족 비자) 보유자 역시 미국을 떠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미국 외 지역에 있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내일(20일) 시한 내에 미국으로 돌아올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했다.

투자은행 JP모건도 해당 비자 소지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미국을 떠나지 말고 추후 지침이 나올 때까지 해외여행을 삼가라”며 “미국 외 체류자는 9월 21일 0시 1분 이전에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고 통보했다.​

 

미 당국이 공개한 조지아주 단속 현장. 사진=ICE 홈페이지


한국 기업과 한·미 간 비자 제도 개선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국 내 한국 기업도 이공계 전문 외국 인력의 풀이 좁아지고 비용이 상승하는 등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H-1B 비자는 주로 미국 내 글로벌 기업이 활용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받을 타격은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 법인을 둔 국내 기업의 경우 현지에서 근무할 국내 인력에 대해 대부분 주재원용 L-1 또는 E-2 비자를 발급받도록 하고 있어, 이번 조치로 인한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미는 최근 미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이 구금된 사태 이후 비자 제도 개선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H-1B 비자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협상이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미 간 비자 문제의 해법 중에는 미국 내 취업이 가능한 H-1B 비자의 한국인 할당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비자 문제에서도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자국 이익을 철저히 챙기겠다는 미 정부 방침이 명확해지면서, 한국에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내세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국인 전문 인력의 단기 출장용 비자 신설 등 의제에 대해서도 양측의 견해 차가 상당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에 대해 “대통령의 세금 법안에 규정된 취업 허가, 망명 신청, 인도적 보호에 대한 일련의 수수료 인상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며 “신규 구금시설 확보, 이민 단속 요원 채용, 국경 장벽 건설 확대를 위한 재원 확보 목적”이라고 보도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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