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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25억 원의 벽' 대출이 막힌 시대의 생존 전략

대출 절벽 시대, 자산 재편·대체금융·현금협상으로 버티는 생존 매뉴얼

2025.11.03(Mon) 10:49:05

[비즈한국] 최근 만난 서울 강남권의 한 3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마음을 접었다고 한다. 평생 목표로 삼았던 25억 원대 아파트 매수를 포기한 것이다. “대출이 거의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리 은행을 돌아봐도 2억 원 이상은 불가능하답니다.” 그가 던진 말 속에는 단순한 좌절만이 아니라, 지금 한국 고가주택 시장의 현실이 녹아 있다.

 

 

25억 원 이상의 아파트는 한국 사회의 자산 피라미드 최상단이다. 그 문턱은 높지만, 결코 넘을 수 없는 절벽은 아니다. 일러스트=생성형 AI


#대출 절벽, ‘25억 원의 벽’이 시장을 가른다

 

최근 정부의 금융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가 25억 원 이상 아파트는 사실상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하다. 규제지역 내 고가주택은 ‘투기적 수요’로 간주돼, 대출 문턱이 10cm가 아니라 아예 ‘벽’으로 바뀌었다. 현행 제도는 15억 원 초과 주택부터 주담대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시중은행들은 내부 심사기준을 더 엄격히 적용해 실질적으로 25억 원대 이상 주택은 거의 대출이 막힌 상태다.

 

정부의 의도는 명확하다. 갭투자 차단, 고가자산 쏠림 방지, 가계부채 억제. 하지만 이 조치가 단순한 ‘과열 방지책’을 넘어 시장 양극화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대출이 가능한 10억~15억 원대 아파트는 여전히 거래가 유지되는 반면, 현금이 필수인 초고가 시장은 상위 5%만 접근 가능한 폐쇄적 영역이 되어가고 있다.

 

#대출이 막히면 ‘시장’이 아니라 ‘사람’이 바뀐다

 

고가 아파트 매수층은 크게 세 부류다. 첫째, 현금자산가. 이미 부동산 또는 주식, 사업을 통해 막대한 유동성을 보유한 이들이다. 둘째, 자산구조를 갈아타려는 1주택자. 기존 주택을 매도한 자금으로 상급지로 이동하려는 실수요층이다. 셋째, 차입을 통해 ‘레버리지 투자’를 꿈꾸는 중산층. 문제는 세 번째 그룹이 완전히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25억 원 이상 아파트는 대출이 아닌 ‘현금의 세계’가 되었다. 과거 ‘영끌’이라는 단어가 시대를 상징했다면, 지금은 ‘영현(永現)’, 즉 ‘영원히 현금만 통하는 시장’이 되어버린 셈이다. 대출을 통한 투자 확장은 봉쇄됐고, 자산 이전이나 현금 보유자만이 생존한다. 이는 시장의 유동성을 축소시키고, 거래절벽을 고착화시키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그렇다면 대출이 거의 안 되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현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렛대 전략의 종말’은 곧 ‘현금 전략의 시작’이다.

대출이 아닌 자기자본으로, 그리고 현금흐름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열렸다.

 

①자산 리밸런싱 전략–‘팔고 사라’에서 ‘바꾸고 줄여라’로

 

25억 원대 고가 아파트를 단숨에 사기 어렵다면, 기존 자산을 재배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1주택자라면 기존 주택을 매각해 상급지로 갈아타기가 현실적이다. 다만 현재 시장에서 매도는 쉽지 않다. 거래절벽 속에서는 ‘적정가 신속 매도’가 핵심이다. 즉, ‘비싸게 팔기’보다 ‘팔 수 있는 가격’을 찾는 것이 먼저다.

 

반면, 다주택자는 불필요한 부동산을 매각하고 고가주택 한 채로 자산을 압축하는 ‘스마트 다운사이징’ 전략이 유효하다. 고가 주택의 보유세 부담은 크지만, 시장 안정기에는 가치보존력이 뛰어나다. 현금이 남는다면 일부를 고금리 예금이나 채권형 자산으로 분산시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

 

②금융 대체전략–‘은행 대출’ 대신 ‘자본 파트너’

 

대출이 막혔다면 금융을 바꿔야 한다. 최근 고액자산가들은 대체 금융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모대출(PF, 브릿지론) △가족법인 설립 후 유보금 활용 △지분투자(Equity Sharing) 등이 있다.

 

예를 들어, 가족 간 공동명의 대신 법인을 만들어 자금을 융통하거나, 부동산 개발형 펀드에 출자한 뒤 그 수익을 기반으로 자산을 이전하는 구조다. 금융당국의 규제망을 피하기 위한 편법이 아니라, 자산구조의 합법적 재설계다.

 

또한 부유층 사이에서는 해외계좌·역외펀드 활용을 통한 달러자산 운용 후, 환차익을 국내 부동산 투자에 재투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금리차와 환율 흐름을 읽는 안목이 새로운 레버리지가 된 셈이다.

 

③부동산 포트폴리오 다변화–‘한 채’ 집착에서 벗어나라

 

25억 원대 아파트가 유일한 목표라면, 현실적 제약은 너무 크다. 대출이 막힌 지금은 리스크 분산의 시기다. 25억 원 한 채보다, 10억 원 이하 중급지 아파트 두 채가 더 높은 유동성과 수익성을 가져다줄 수 있다. 특히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2기 신도시의 신축, 입주 5년 이내 준신축 단지는 가격조정이 마무리 단계다. 실수요와 전세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향후 교통망 개선 시 상승여력이 있다. 또한 중대형보다는 전용 84㎡ 이하 국민평형대가 전세가율이 높아 투자안정성이 좋다.

 

④리파이낸싱 전략–‘지금은 현금, 나중엔 대출’

 

대출이 당장은 막혀 있어도, 정책은 순환한다. 금융완화 국면이 다시 찾아오면, 대출 문턱이 일부 낮아질 가능성은 있다. 따라서 자금 여력이 되는 사람은 현금으로 매입 후 일정 기간 후 대환(리파이낸싱)을 노리는 전략이 가능하다.

 

단, 이 전략의 핵심은 시간과 이자율 리스크 관리다. 금리가 안정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현금흐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또한 향후 대출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은 시점(예: 경기둔화기, 선거 전후)을 미리 예상하고, 그 시점에 맞춰 자금 구조를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⑤협상력 전략–‘현금은 무기다’

 

대출이 막히면, 현금이 협상력이 된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잔금 리스크가 없는 현금구매자가 가장 반갑다. 따라서 현금비중이 높을수록 가격협상 여력이 커진다. 예를 들어, 거래절벽이 심화된 시장에서는 현금구매자에게 3~5% 할인이 일반적이다. 이는 25억 원 기준 7000만~1억 원 이상의 차이다. 즉, 대출 대신 현금을 활용하는 것이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가격 절감의 기회가 될 수 있다.

 

#25억 원의 문턱, 두려워하지 말고 계산하라

 

25억 원 이상의 아파트는 한국 사회의 자산 피라미드 최상단이다. 그 문턱은 높지만, 결코 넘을 수 없는 절벽은 아니다. 핵심은 ‘감정’이 아니라 ‘계산’이다.

 

①현실을 냉정히 인정하라. 대출이 안 된다면, 현금흐름 기반으로 구조를 재설계하라.

 

②자산을 압축하라. 불필요한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줄이고 핵심 자산에 집중하라.

 

③대체금융과 절세전략을 결합하라. 규제의 틈은 언제나 존재한다.

 

④시장을 읽어라. 금리와 정책의 방향은 결국 수요·공급을 이긴다.

 

⑤시간표를 짜라. 지금이 아니라, “언제”가 중요하다.

 

25억 원은 단순한 가격표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자산계층을 가르는 심리적 기준선이다. 그 선을 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돈이 아니라, 더 정교한 전략이다. ‘대출이 막혔다’는 사실 앞에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진짜 부자는 돈을 빌리지 않아도 사는 사람이 아니라, 빌리지 않고도 기회를 계산할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다시쓰는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 설명서(2025)’​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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