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불과 2주 만에 민심은 급속히 악화되었다. 표면적으로는 ‘투기 억제’와 ‘서민 주거 안정’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책 입안자들의 위선적 행태가 드러나면서 정책 자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근본부터 무너졌다는 점이다.
이번 대책을 진두지휘한 이른바 ‘부동산 5인방’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은 모두 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 등 규제 핵심 지역에 수십억 원대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이상경 전 차관의 경우, 2024년 7월 경기 성남시 백현동에 33억 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14억 8000만 원의 전세대출을 활용한 이른바 ‘갭투자’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약 29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전세를 끼고 집을 산 것이다. 1년여 만에 6억 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고 알려졌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 차관이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며 무주택 서민들을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점이다. 국민에게는 “대출은 투기”라고 훈계하면서, 정작 자신은 대출과 갭투자로 부를 불려온 셈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2000년 재건축 조합원 입주권을 사서 서울 반포동 아파트를 취득했고, 구윤철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시절 재건축 아파트 매매로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역시 갭투자로 서울 개포동 아파트를 샀다. 이들은 모두 규제 대상 지역에 대출이나 전세를 끼고 집을 사놓고는, 이제 와서 대출을 제한함으로써 일반 국민들이 집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들을 ‘부동산 재앙 4인방’ 또는 ‘위선의 5인방’이라고 규정하며 “국민에게는 ‘나는 되지만 국민은 안 된다’는 노골적인 내로남불”이라고 맹비난했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그 정책의 적용을 받지 않는 특권층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책 자체에 대한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진 상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책 발표 후 부작용이 급증하자 민주당이 기존 정책에 대한 비동조와 꼬리자르기에 나섰다는 점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나 폐지를 검토하고, 3.3.3 임차정책 등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선을 긋는 등 정책 일관성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복기왕 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는 “재초환을 대폭 완화 또는 폐지해서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결정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당정이 논의한 적은 없지만 국토위 차원에서 유예기간 확대 또는 폐지 두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사실상 정책 후퇴를 시사했다.
이는 민주당이 그동안 재초환 폐지를 반대해왔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지난 대선 공약에도 재초환 폐지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진성준 의원은 2025년 7월 기자간담회에서 “재초환은 기본적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불과 3개월 만에 180도 입장을 바꾼 것이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지금 후속 세제는 전혀 고려하거나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보유세 인상 논의 자체에 선을 그었다.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보유세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음에도 당에서는 이를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가주택 보유자들의 표심 이탈을 두려워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청래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부동산 정책은 매우 민감하고 국민이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 의원들의 돌출적 발언은 가급적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복기왕 의원의 “15억 원 정도면 서민 아파트”라는 발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정책에 대한 당내 혼선과 국민과의 괴리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정책 발표 직후 부작용이 나타나자마자 입장을 번복하고 후퇴하는 모습은 정책 설계 단계에서부터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을 방증한다.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없다면 시장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게 되고, 결과적으로 어떤 정책도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동시 지정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40%로 축소했다. 15억 원 초과 25억 원 이하 주택은 대출한도 4억 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제한했다. 전세대출을 보유한 채로 규제지역 내 3억 원 초과 아파트를 취득하면 전세대출이 회수되며, 1억 원 초과 신용대출 보유자는 1년간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 구입이 금지된다.
또한 규제지역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면 반드시 2년간 실거주해야 하며, 전세를 낀 매입이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주택을 팔려는 사람은 기존 전세 세입자들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문제는 이러한 강력한 수요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공급 확대 방안은 전무하다는 점이다. 9월 7일 발표한 공급 대책은 향후 5년간 135만 호를 공급한다는 것이지만, 전체의 80%를 공공이 주도하며 수요자가 원하는 품질의 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재건축·재개발은 통상 7~10년, 신규 아파트 착공도 최소 3~4년 이상 소요되므로 단기간 내 공급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수요를 억제하면서 동시에 공급마저 막아버린 구조적 모순이다. 이번 대책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고, 민간 임대사업자들의 비아파트 공급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LTV 규제 강화로 재건축 조합원들의 초기 투자금 마련이 어려워져 사업 자체가 지연되거나 좌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대책이 가장 비판받는 지점은 ‘투기 억제’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실수요자와 무주택 서민을 더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세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세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10월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수는 2만 4759건으로 연초 대비 22% 감소했다. 6월 27일 이후 전세 보증금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면서 집주인이 직접 입주를 선호하게 되었고, 10.15 대책으로 전세를 포함한 '갭투자' 매매가 사실상 금지되면서 전세 시장의 공급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
이번 10.15 대책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8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고, 결국 부동산 정책 실패가 정권 교체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부실한 근본 원인으로 정치적 계산을 지적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주택 시장 안정과 서민의 주거생활보다는 내년 지방선거를 정책 결정의 우선순위에 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금 인상과 구축 매물 확대 등 장기 투자수익률 하락을 위한 근본 처방을 할 경우 고가주택 보유자들의 표심 이탈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고전할까봐 두려워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보유세 인상 논의를 내년 선거 이후로 미루려 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경제적 합리성과 시장 원리에 기반해야 하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현 정부는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에 빠져 원칙 없는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그 대가는 고스란히 서민과 무주택자가 치르게 될 것이다.
10.15 부동산 대책이 비판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정책 입안자들의 위선적 행태로 인해 정책 신뢰가 근본부터 붕괴됐다. 둘째, 정책 발표 직후 부작용이 나타나자 입장을 번복하고 후퇴하는 등 정책 일관성이 전혀 없다. 셋째, 공급 확대 없는 수요 억제는 구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넷째, 실수요자와 서민을 더욱 압박하면서 거래 절벽을 초래하고 있다. 다섯째, 보유세 인상이라는 처방은 정치적 부담 때문에 회피하고 있다. 여섯째,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지 않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나는 되지만 국민은 안 된다’는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십억 원대 고가 아파트를 갭투자로 사놓고, 국민에게는 ‘대출은 투기’라며 훈계하는 모습에서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함을 느끼고 있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소 잡을 칼날을 서민과 중산층을 겨눠서는 안 된다. 정부는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와 시장 기능 정상화 등 긴 호흡에서 일관된 정책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부터 도덕적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정책도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고, 결국 실패로 귀결될 것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다시쓰는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 설명서(2025)’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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